[시니어로 살아보니] 표정관리가 중요해
[시니어로 살아보니] 표정관리가 중요해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2.02.2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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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몸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몹시 불편해 보이는 노인을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을 만큼 마음이 짠했다. 극도의 피로와 우울함으로 만사가 귀찮은 듯 지친 표정은 보는 사람의 얼굴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잔뜩 일그러져, 젊은이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할 정도로 주변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매서운 추위에 세찬 바람이 몰아치다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다가…. 이래저래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계절에, 저렇게 편치 않은 몸으로 노인은 대체 어디로 가시려는 것인지. 맞은편에 앉은 나는 수시로 노인의 동태를 살피며, 엉뚱한 상념에 빠져들고 있었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래, 몸을 옴츠리는 겨울은 아니기를. 추위에 어깨가 구부러지고, 싸늘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느릿느릿 걷다보면 공연히 자신감마저 잃어버리는 눅눅한 기분이 된다. 다시 어깨를 활짝 펴고 자세를 고쳐본다. 을씨년스러운 겨울보다는 낙엽이 뒹구는 가을이 좋겠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봄을 기다리는 인내와 끈기의 움이 트고 있으니 말이다.

경로우대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예순의 중반. 꿈처럼 마냥 좋은 줄만 알았던 봄이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났다. 아름다운 도전과 때로는 무모한 열정을 펼치고, 긴장과 투쟁으로 치열했던 젊음과 청춘의 여름을 보낸 것도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 어느덧 단풍이 들어 마른 낙엽이 되고, 조용히 세상을 관조(觀照)하는 여유와 조금씩 받아들이고 또한 비우는 것에 뜻을 두어야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어른을 공경하고 젊은 세대를 포용하며, 양보와 이해가 동반되는 나이. 어려운 일 앞에서는 침착하게 반응하고, 슬기로운 지혜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기일수록 남은 시간을 떳떳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신체적인 단련뿐만 아니라 정신적 근육을 단련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비슷한 연배에도 주변 상황이나 생각, 마음 상태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호기심과 의욕이 있는 사람은 적당한 긴장과 열정으로 눈빛이 살아있고, 건전한 정신과 의지가 표정을 밝게 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긍정적인 생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식욕증진은 물론 숙면을 취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등 건강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첫 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6초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중에도 외모와 표정, 몸짓이 89%, 목소리와 말하는 방법에서 13%, 나머지가 인격이라는 것이다. 얼굴은 정직하다. 내면의 감정과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표정은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습관이 될 수도 있다. 거울을 자주 보거나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은 표정과 인상을 만드는 비결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늙는 법. 물리적 나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신체적 나이는 관리하기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자기 나름의 건강관리 비법을 마련해두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자주 햇볕을 쬐며 걷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마음 맞는 이웃이나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많이 웃는 것도 좋다.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인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노인들이 어둡고 우울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의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받는 것보다 밝고 따뜻한 표정으로 삶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표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즐겁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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