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도 올림픽 선수처럼
정치인도 올림픽 선수처럼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1.08.1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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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고자 나선 후보들 서로 헐뜯고 비방하기보다
떳떳하고 건전한 정책 대결로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기를

푹푹 찌는 폭염과 내려쬐는 자외선에 마스크까지 착용해야하는 것은 고통이다. 계속 되는 고온의 날씨에 야외에서 일을 하다 쓰러지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가하면, 치솟는 소비자물가에 서민들의 삶이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단계의 강화 등으로 날이 갈수록 빈 점포는 늘어나고, 영세사업자들의 생활도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그중에도 우리를 더욱 불편하고 짜증스럽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부 정치인들이 스스로 깎아내리는 한심한 작태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을 하는 것쯤이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뜻을 가진 후보들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상대방의 묵은 약점을 찾아내 손가락질하고 할퀴어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는 인식하지 못한 채, 정작 정치인들은 아마추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책 개발은 뒷전이고 후보들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어 비난하고, 말꼬리 잡기 대회를 하듯 낱말 한두 개를 낚아채 비틀고 따지는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서로 다투다가 한 명의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어떤 연극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이쯤 되면, 며칠 전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을 통해 느꼈던 스포츠 정신을 상기해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종목 선수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땀을 흘렸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예상 밖의 성과도 있었다. 승패를 떠나,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를 번쩍 세우거나 얼싸안고 다독여주기도 하는 장면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상황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이,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어린 선수들의 땀과 열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도 절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비록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았다며 스스로 다독이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당찬 다짐의 주먹 또한 믿음직스러웠다.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성과와 가치는 힘들고 허탈한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용기를 안겨주었음에 틀림없다. 한 때는 메달을 따야만 환대하는 효자 종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목의 다변화는 물론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보다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경기로 상당부분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함을 느낀다.

요즘의 상황에 맞는 방송사들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audition program)도 마찬가지다. 여러 명의 전문 심사위원과 경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하는 참가자들의 자세가 매우 당당하고 진지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다양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탁월한 능력과 융통성 그리고 짧은 기간 팀을 이루어 머리를 맞댄 기발한 아이디어로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순발력을 보면서, 발군의 재주꾼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에 횟수가 거듭될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 역시 경쟁자를 대하는 태도가 가히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다.

입추가 지나면서 더위도 조금씩 누그러져 온열질환의 위협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갈수록 혼선을 거듭하는 정치판의 따가운 가시밭길은 언제쯤 차분하게 정돈될 수 있을지.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과 배려의 자세야말로 프로다운 정치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고, 정치인들은 입버릇처럼 외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해야겠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존경한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오는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주실 것을. 그리고 정치인도 올림픽 선수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처럼 떳떳하고 건전한 정책 대결로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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