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 살아보니]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흐르는 이유
[시니어로 살아보니]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흐르는 이유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2.07.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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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는 의학적 작용과 정서적 작용
감정적 눈물 몸과 마음의 이완 및 통증완화 효과
지나친 눈물 우울, 불안, 신경질환의 징후일 수도

아흔 중반의 노부모님이 맛깔스럽게 불고기를 드시는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학창시절에 이어 직장생활을 하는 오랜 기간 동안 감정을 억제하는 일이 참 많았다. 웃고 싶을 때 큰 소리로 웃지 못하고, 울고 싶을 때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했던 모양이다. 은퇴 후 규칙을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고 조직의 울타리를 떠나 활동반경이 넓어지게 되면서, 억눌렸던 감정도 자유를 찾은 것인지 시시때때 눈물이 나고는 한다.

내가 하지 못한 후의를 베풀거나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감사의 눈물이 나고, 거동이 매우 힘들고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안타까움의 눈물이 난다. 감성적인 메시지에도 눈물이 핑 돌고, 소설을 읽다가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대화를 하던 중 상대가 울먹이면 따라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물론 슬픈 소식을 전하는 뉴스나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자들의 실감나는 연기에 휴지가 젖어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눈에 티가 들어간 것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눈물은 먼지 같은 티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감정의 반사작용으로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자주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 되기도 했다.

눈물은 98%가 물이지만, 그 속에는 염분, 지방, 단백질과 항균물질인 라이소자임이 들어있어 박테리아와 잠재적인 자극 물질들을 제거하고 눈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눈물은 건강의 필수요소로 눈물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수술까지 받게 될 수도 있다니,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질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 것 같다.

굵은 눈물 같은 빗방울이 깨끗한 남천 잎 위에 앉아 있다.
허봉조 기자

이참에 눈물의 역할과 작용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아야겠다.

눈물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눈물로, 눈에서 박테리아가 번식하지 않도록 깨끗하게 만들고 영양분이 풍부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눈물이다. 두 번째는 눈에 무언가가 들어갔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흐르는 눈물이다. 세 번째는 감정 상태 때문에 나는 눈물이다. 감정의 반응으로 나오는 눈물에는 앞의 두 종류와는 다른 단백질과 호르몬 성분들이 있는데, 이런 물질들이 분비되면서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통증이 완화되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웃고 싶을 때 손뼉을 치며 웃고, 울고 싶을 때 숨김없이 울 수 있다는 것은 솔직담백하며 감정에 충실하다는 뜻이 아닐까. 한때 웃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질병치료의 한 방법으로 동원되거나 ‘웃음지도사’라는 직종이 생길 정도로 활발하게 전파가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웃는 것만 치료가 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시원하게 우는 것도 꽉 막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눈물은 몇 마디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할 수가 있다. 아픔과 슬픔을 표현하는 눈물이 있는가하면 기쁨과 감동, 반가움을 표현하는 눈물도 있다. 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 눈물이 아닌가 싶다. 지난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두 번째로 들어온 최민정 선수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기쁨과 회한의 여러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은 의학적 작용뿐만 아니라 정서적 작용에도 큰 역할을 한다. 지나친 눈물은 우울, 불안, 신경질환 등의 징후일 수 있지만 적당한 감정적 눈물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습관이 될 수 있고, 감정표현은 전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을 발산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시니어로 살아보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경우와 경험에 부딪히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이유는, 그만큼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다만 지나친 눈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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