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 살아보니] 온라인 서류 제출, 불편하고 어려워
[시니어로 살아보니] 온라인 서류 제출, 불편하고 어려워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2.02.1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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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 신청서’ 한 건을 작성·제출하고 보니, 반나절이 훌쩍 달아나버렸다.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지인에게서 전해 듣고, 관련 홈페이지를 찾아 내용을 숙지한 다음 여러 종류의 구비서류를 설빔 준비하듯 꼼꼼하게 챙겼다. 그리고 서류들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마감시한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회원가입을 하고, 신청서를 내려 받아 차례대로 작성했다.

그런데 구비서류를 옮겨 붙이는 과정이 몹시 번거로웠다. 행정복지센터나 은행 또는 관계기관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어렵사리 준비한 서류들을 다시 스캔이나 사진으로 컴퓨터에 저장 후 파일로 첨부하는 것이었다. 마침 주변에 아들이 있었기에, 많은 고생을 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종이 서류들은 파일 형태로 저장된 후에는 무용지물이 되어 찢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각급 기관에 제출하는 거의 모든 서류는 ‘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주최 측에서 정부전산망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확인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건강보험득실확인서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각종 서류를 종이로 출력하지 않고, 전자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원 절약과 함께 스캔이나 사진으로 따로 옮기지 않아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싶어서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납세자가 자진신고를 하고, 국세청이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국세청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해 수집·계산된 과세자료를 납세의무자에게 먼저 통보를 하고, 납세자가 그대로 또는 수정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전국의 수많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서 방문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크게 절약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카페나 편의점, 음식점, 슈퍼마켓 등 생활형 업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영수증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지 않으면 출력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에서도 수수료까지 지불하고 발급받은 종이서류를 저장만 하고 찢어버려야 되는 불편한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족관계 또는 주민등록관계 서류 등을 인터넷으로 출력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을 때는 소정의 수수료가 있다. 일부 주민센터에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설치돼있어 빠르고 편리하지만, 역시 수수료를 내야 된다. 대부분의 경우 컴퓨터나 프린터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행정복지센터를 찾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온라인이 통용하기 시작하더니, 비대면이 생활화되면서 이제는 온라인이 기본이 되어버렸다. 직장생활이나 단체활동 등으로 전자기기 사용이 익숙한 경우라면 몰라도 컴퓨터나 모바일 활용을 거의 하지 않는 전업주부나 노인 등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아니고 무엇인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놓는다 해도, 아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면 진정한 혜택이 될 수 없다. 불특정다수의 수혜자가 사용하기 불편하고 어려운 절차가 있다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니어의 입장에서, 며칠이라도 걸려 온라인 서류를 작성·제출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주변에는 좋은 혜택이 있어도 용어가 낯설고 절차가 까다로워 접속하기 어렵다는 지인들이 많다. 또 어찌어찌 작성은 했지만 중간단계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뜰 때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혈압이 오른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실패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만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이해력과 습득능력이 한계에 이르고, 기기조작이 서툴러 빨리빨리 흡수가 되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편리하고 원활한 사회참여를 위해 다양한 앱과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ID와 비밀번호를 만들어야 되고, 닉네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입은 하건만, 다음에 사용하려고 하면 또 앞이 캄캄해지니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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