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 살아보니] 앉아서 걱정 말고, 일어서서 걸어야 할 때
[시니어로 살아보니] 앉아서 걱정 말고, 일어서서 걸어야 할 때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2.06.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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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면역반응으로 나타나는 증상들
질병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바른 식습관이 중요
불편한 곳이 있다면, 앉아서 걱정 말고 일어서서 걸어야

세상이 꽃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이다. 온 대지에 향수를 뿌려놓은 듯 은은한 꽃향기에 가슴이 설레고, 정열의 장미와 개양귀비 꽃무리에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봄이 한층 무르익던 오월 초순, 눈 주변이 가려워 안과를 방문했다. 진찰을 하던 의사가 ‘3년째 같은 시기에 같은 증상으로 내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느냐’며 웃었다. 송홧가루가 주원인인 ‘꽃가루 알러지’라는 것이었다. 계절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가 된다는 말에, 안도의 고개를 끄덕였다. 가급적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는 외출을 삼가며,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나 모자 등으로 최대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는 충고도 있었다.

코가 맹맹하고, 재채기가 나오는 것 또한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그런 증상이 없었는데~~’라는 질문에는, 나이가 들면서 면역반응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다. 나이가 들수록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증상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전에 없던 식곤증으로 곤란을 겪는 지인도 있다. 당뇨와 혈압, 퇴행성 질환 등 난치성 질병들로 힘들어하는 이웃이 부쩍 많아졌다.

이를 반영하는 듯 시중에는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비결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공기처럼 떠돌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유사한 광고가 판을 친다. 특정 증상에는 특정 식품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면 감쪽같이 치료가 될 것 같은 현란한 광고의 유혹으로부터 눈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손이 닿기 쉬운 식탁이나 침대 머리맡에 영양제의 가짓수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의사의 반란’이라는 책을 읽었다. ‘건강하려면 병원과 약을 버려라’는 부제가 달렸다. 약보다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찾아 적당히 대처하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권유의 메시지가 담겼다. 의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고 정말 병원과 약을 멀리하라는 것보다 질병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대로 된 식습관이 중요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중년여성들이 대구수목원 둘레길을 편안하게 걷고 있다. 허봉조 기자

건강을 위해서는 먹는 것 못지않게 운동도 중요하다.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효과가 큰 운동으로 걷기만 한 것이 없다. 걷기는 수백 개 이상의 근육과 뼈를 함께 움직이는 온몸운동으로, 노화와 관련된 근육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노화 예방을 돕는 신체와 정신을 모두 건강하게 관리하는 운동이다. 아울러 걷기는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혈관 및 심폐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복용 중인 약을 줄일 수도 있는 반면 걸음걸이가 느려지면 노화나 질병을 의심하게 되고, 걸음걸이가 크게 느려지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시니어로 살아보니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일상화된다면 무기력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우울증, 두통, 변비 등 다양한 질병이 동반될 수 있다. 불편한 곳이 있다면, 앉아서 걱정을 하는 것보다 일어서서 걷는 것이 좋겠다. 걷기를 통한 신체활동은 우울한 기분을 개선하고, 창의력을 증진시키며, 행복감과 자신감은 물론 생기 있는 일상 등 정신적 건강에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구부정한 자세보다 어깨를 쫙 펴고 걷는 것은 자존감을 증진시키는 심리적 효과는 물론 대인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은 어딜 가나 편리한 산책코스와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긴 시간 집에 머물러 나른하고 우울함을 느낀다면, 하루 1시간씩 햇볕을 쬐며 걸어보자. ‘걷기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는 말은,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보약이 가까이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밖으로 나가 대화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친구나 이웃을 만나거나 전통시장 주변의 단골노점상과 날씨나 치솟는 물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사람은 물리적인 나이보다 호기심과 용기 또는 자신감을 잃을 때 더욱 빨리 늙는다고 한다. 씻은 듯 새하얀 구절초와 황금색깔 금계국도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감정도 습관이 될 수 있다니, 밝은 노년을 위해 이왕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을 감상하며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지병이 있다면, 함께 가야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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