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가렴주구'
코로나19와 '가렴주구'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0.11.25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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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국가 부채 846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을 줄이고 지출은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한다.

국어사전에서 ‘가렴주구’는 ‘여러 명목의 세금을 가혹하게 억지로 거두어들여 백성의 재물을 무리하게 빼앗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고사성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는 뜻이다. 즉 백성들은 관리들의 가렴주구를 가장 무서워 한다는 말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가 무덤 앞에서 한 여인이 매우 슬피 우는 것을 발견했다. “부인 어인 일로 그렇듯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은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오래 전에 저의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시고, 얼마 전에는 제 남편이 물려 죽었으며, 이번에는 저의 자식이 죽었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까?” “그것은 이곳이 가렴주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들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어느 시대인들 백성들이 느끼는 가렴주구가 없지 않겠지만 널리 알려진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2월 10일 고부군수 조병갑(趙秉甲)의 지나친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광범위한 농민층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올해 대폭 상승한 공시가격을 반영한 종합부동산세가 지난 23일 고지된 후 부동산 민심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6월 1일 기준 주택 및 토지 보유 현황을 토대로 올해 종부세를 이날 고지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주택은 공시가격 6억 원(1세대 1주택자는 9억 원) 초과분에 매기는 세금이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천 명, 세액은 총 3조3천471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세율에 변화는 없지만 공시가격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85→90%)으로 종부세 대상도 늘었고 세액은 3조5천억 원 선을 넘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앞으로 세액은 역대 최대기록 갱신만 남았다'며, '올해 신규 종부세 납부 가구는 20만 명이 추가돼 70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는 기초연금, 실업수당, 고용보험법에 의한 조기재취업수당, 농어민수당, 긴급재난지원금, 심지어는 통신비까지 지원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부 지원금이 있다. 북지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권에서는 꼭 필요한 지원금이라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 또한 많다. 물론 국가재정이 풍부하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는 복지정책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 부채는 9월 말 기준 800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05조9천억 원 늘어난 것이며 15%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국가 부채가 846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1% 증가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청년들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은 스펙임에도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있는 기회들도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도 더 심하다. 우선 지금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 부채는 여기 계신 청년들이 다 갚아야 할 빚"이라며 "그걸 당장 기성세대가 급해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생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국가적 지원을 제공하는, 어느 국민이든 가장 바라는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이자 지난 17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2대 1로 이긴 바 있는 동아시아의 카타르가 복지국가로 손꼽힌다. 석유 생산과 광대한 해저 북부유전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공짜로 토지를 대여해주고 10년 후면 본인 소유가 된다. 전기, 수도, 병원비가 무료이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 무료, 더구나 소득세도 없다. 노동력의 90%는 외국인이 담당한다. 물론 이런 혜택은 카타르인에게만 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어 곧 환자가 5천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넘기고 곧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을 넘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경제 분야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난 10월 14일부터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숙박, 여행, 영화, 공연, 전시, 체육 등 각종 소비쿠폰을 발행하였다. 이로 인하여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라가 어려울 때에는 세금을 줄이고 국가의 씀씀이 또한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지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세금폭탄을 가렴주구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삶이 더 이상 피폐해지기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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