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지록위마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0.08.04 1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義)보다는 이(利)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각자의 처지에 맞게 "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사슴"을 "말"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중국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환관 조고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며 신하들을 시험하기 위해 사슴을 진시황의 아들인 호해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이것은 말입니다." 호해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사슴을 일러 말이라 하는구려." 조고가 대신들을 둘러보며 묻자 어떤 사람은 말이라 하며 조고의 뜻에 영합했고, 어떤 사람은 사슴이라고 대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을 암암리에 모두 처형하여 모든 신하들은 조고를 두려워했다. 이는 어떤 위력에 의해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가수 안치환은 권력에 대한 소신을 담은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가사 중에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가 나온다. 이 노래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 편에 보면 죄악으로 가득찬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려는 하느님 앞에서 아브라함의 건의에 따라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절대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만으로도 힘겨운 세상살이에 의(義)보다는 이(利)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에서 결론적으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하였다. 현재의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볼 때, 많은 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들 한다. 그런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될 일이며,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비겁한 일을 해서도 안 된다.

한 마디로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자존심이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몸가짐을 스스로 높이고 지키는 마음이다. 신독(愼獨)이란 말도 있다. 중용(中庸)에서 "감춘 것보다 잘 보이는 것이 없고, 조그마한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는 데서 삼간다"고 한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자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솔로몬은 하느님께 지혜를 받은 인물로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하느님의 질문에 '장수(長壽)'나 '부유'나 '원수를 없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바랄 법한 것들이 아니라 '듣는 마음'을 청하였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원대로 '지혜와 지식'을 주었다. 대통령으로부터 한 가정의 가장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각자의 할 일이 있다. 국민 모두가 하느님께 '듣는 마음'을 청할 수야 없지만, 나라 일을 하도록 선택된 사람들이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닌 국민과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처지에 맞게 '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우리는 "사슴은 사슴이다. 말(馬)은 말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국가다.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로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로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사슴을 말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록위마는 2천여 년 전에만 쓰여진 말이 아닌 것 같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