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쑥떡에 목이 메어 씨암탉 잡은 할아버지
(64) 쑥떡에 목이 메어 씨암탉 잡은 할아버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5.07 19: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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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을 물리고난 다음 할머니가 말했다.

“낮에 어딜 다녀 온 거유 ?”

“가긴 어딜 가 그냥 바람 쐬고 왔지 ”

할아버지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내일 뭘 할 꺼유 ?”

“하긴 뭘 해 고추나 심어야지”

“내일이 무슨 날인지나 아시우?”

“날은 무슨 날 맨 날 그날이 그날이지”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 창길이는 벌써 왔어유.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담배만 입에 물고 있는데, 다른 집 자식들은 무슨 날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할머니는 긴 한숨을 쉬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오지도 않는 자식 얘기는 왜 해 ?”

어험, 할아버지는 할 말 없으니 헛기침만 하고 할머니는 밥상을 치우며 푸념 아닌 푸념만 한다.

어험 ! 안 오는 자식 기다려 뭘 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할아버지는 할머니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아침부터 이집 저집 승용차가 들락거리고 있다.

“아니 이 양반 아침부터 고추 심는다더니 어딜 갔지 ?”

할머니는 이곳저곳 찾아다니다가 혹시 광에서 뭘 하고 계시나 들여다보는데 바리바리 싸놓은 낯선 보따리 두 개가 있었다.

하나를 열어 보니 참기름 1병, 고춧가루 1봉지에 큰 아들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다는 엄나무 껍질이 가득 들어 있고 또 다른 보따리엔 참기름, 고춧가루, 작은아들 간이 안 좋아 고생한다고 민들레 뿌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자식 놈들 이 마음 알까 ? 혼자 눈시울을 붉히면서 천천히 동네 어귀로 발길을 돌린다.

할아버지가 앉아서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우고 있다.

할머니는 시치미를 뚝 떼고 “여기서 뭘 하시우 ? 그렇게 앉아서 청승 떨지 말아요. 작년에도 안 온 자식 올해라고 오나요? 집에 들어가서 아침 먹고 고추나 심읍 시다” 헛기침 하며 할아버지가 따라나선다.

아침상을 마주하고 한술 뜨려는데

“아브이 어므이요! 내 왔니더. ”

어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진 막내딸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재 너머에서 사위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으로 들어선다.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무리 해왔어요 ”

“아니 아침부터 어떻게 이 떡을 ?”

사위와 함께 둘이서 밤을 새워가며 만들어서 식지 않게 가져온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왔단다. 소아마비의 딸을 한쪽 다리 불구인 사위를 얻어 재 너머 이웃 동네로 시집보낸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떡 보자기 위엔 카네이션 두 송이가 놓여 있다.

사위 손에는 인삼주 한 병이 들려 있다.

“박 서방 산삼 캤구먼. 아들놈처럼 공부도 못시킨 못난 자식 잘 부탁 하네” 할아버지는 쑥떡에 목이 메어 애지중지 키우던 씨암탉을 잡는다.

※ 작가도 모르는 sns에 떠도는 글이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 생각 하는 부모 마음이 가슴에 와 닿기에 그대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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