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을 맞으며] 현대사회에서 조부모의 역할을 고민하다
[가정의달을 맞으며] 현대사회에서 조부모의 역할을 고민하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4.29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TV에서 방영된 ‘SKY캐슬’이란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헬리콥터 맘들은 자식 만들기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고액과외 경쟁과 치맛바람으로 자식은 부모들의 자기만족 도구로 전락해 갔다. 할아버지의 재력에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까지 3박자가 맞아야 자식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유행어가 있다. 부모가 자식을 따뜻한 가슴이 아닌 차가운 머리로만 키우다 보면, 그 욕심이 결국 독이 되어 자식의 장래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사회 변화에 의한 핵가족화로 아이들은 조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몸으로 부대끼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 간다. 어른들의 권위도 상실되어 간다. 이러한 가정교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정의 붕괴로 방향을 잃어가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부모들의 가정에서의 바람직한 역할을 찾아본다.

 

첫째, 과거의 아이들과 요즈음 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요즈음 아이들은 과거의 아이들보다 잘생겼고, 똑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감정표현이 솔직하다. 그런데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기본예절마저 모르는 이기적이며 버릇이 없고 참을성이 없다고 어른들은 걱정한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한 가정에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 정도로 적다. 부모의 적극적인 보호 아래 자기중심적이며, PC방, 노래방, 비디오방 등 폐쇄공간이 놀이터가 되고 있다. 또한 풍부한 문화와 접촉하면서 신체발달과 정서적 성숙이 부조화(unbalance)를 이루고, 옳고 그름보다 좋다 싫다가 우선시되는 가치혼돈과 다양한 패러다임(paradigm)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휴대폰이 아이들의 필수품이다. 어느 장소에서든 드라마, 게임, 음란물과 접촉이 가능하다. 이는 아직 정서적으로 미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인터넷 중독으로 PC 앞에서 하루 2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낼 정도로 디지털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둘째. 세대차를 넘어서 올바른 자녀관을 가져야 한다.

부모들은 자식을 흔히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고 마치 꽃을 가꾸듯이 내 자식 내 맘대로 키우겠다는 과오를 범하기 쉬운데 이는 어른들의 오만과 착각일 뿐이다. 아이는 스스로 성장한다. 부모의 조기성취병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많이 가르치려고 애쓰는 것도 문제다. 인간은 참으로 오묘한 존재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생동안 되어가다가 죽는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안내자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미리 만들어둔 옷에 자식을 맞추려 하지 말고 아이의 몸에 맞는 옷을 입혀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처럼 봉건적이고 복종적 강제적인 효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격 존중의 바탕 위에서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효가 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셋째. 손자녀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조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안동시 할매할배의 날에 '인성을 키우는 소통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김교환 기자

오늘날 가족구조의 변화는 조부모만의 '빈둥지가족'이 대세가 되었다. 손자녀들과는 1년에 1, 2차례 명절이나 가정행사 때 만나는 정도로 떨어져서 생활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가정교육은 어렵다. 그래서 온라인 상의 대화를 통한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비록 거리를 두고 기계음에 의한 대면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통화는 반드시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하되 말하는 쪽보다 들어주는 입장이 좋고 알아도 모른 척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가급적 칭찬을 많이 하자. 또한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마음을 실은 질적 대화가 중요하다. 주 1, 2차례라도 정기적이고 의무적인 대화의 기회를 갖도록 하자. 이런 노력이 가족관계를 회복시키고, 약화된 조부모의 손자녀 훈육 기능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가족 간의 갈등요소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조부모들 스스로도 외로움과 소외감,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할배 할매의날 행사 장면(예천군 호명면)

넷째, ‘할매할배의날’ 운영으로 가족공동체 정신을 기른다.

경상북도에서는 2014년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날’로 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가족 공동체의 복원으로 손자녀의 인성교육과 노인문제, 청소년문제, 가정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해 가족 공동체을 회복하려는 목적이다. 행사 내용을 보면 할매할배 그리기, 가족 요리대회, 사진 공모전, 가족캠프, 격대 교육, 가족 간 편지 써서 주고받기, 가족운동회, 방송국과 연계하여 조손커플 노래자랑대회(낭낭 콘서트)등이 있다. 이와 같이 ‘할배할매의날’을 제정하여 운영함은 세대간 이해와 친밀한 가족관계형성을 통해 조부모와 손자녀와의 유대 강화로 가족의 소중함과 아울러 긍정적인 가족모델 확립에 기여한다.

특히 조손간 이해와 소통으로 가족관계 증진과 조부모로 하여금 소외감을 없애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갖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손자녀와 함께출연하는 노래자랑대회(낭랑콘서트)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