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효도계약서가 증빙자료가 되는 시대
(62) 효도계약서가 증빙자료가 되는 시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4.24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방송을 통해서 효도계약이란 생소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 96세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홀로 계시는 할아버지를 잘 모시겠다는 약속 아래 시골에 있는 땅과 현재 홀로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양도를 해 주었는데 어느 날 새 주인이 나타나서 집을 비워 달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황당해진 할아버지는 괘씸한 마음에 손자를 걸어 소송을 했지만 잘 모시겠다는 ‘효도 계약서’와 같은 증빙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특별한 사례이긴 하지만 방송에 나온 패널들의 이야기로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양도해 주면서 죽을 때까지 보호를 책임 지우기 위해 공증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효도를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쌍방간 확인을 할 수 있는 증명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니어 세대는 대체로 가난한 농민의 아들 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는 보릿고개라는 초근목피로 춘궁기를 견뎌낸 경험이 있는 세대로서 부모 유산을 받아서 잘 사는 경우는 극히 일부요, 거의 대부분 자수성가를 한 세대라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안 놀고 모으기만 하며 자식 사랑과 부모 잘 모시는 것이 부모로부터 몸으로 익혀져서 체질화했고 또한 땅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애착심을 갖고 있다. 오직 가치기준으로 농토를 가져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재산의 80% 이상을 토지나 임야, 즉 부동산으로 깔고 앉아 있는 실정이다.

늙어서 더 이상 활동이 어렵게 되면 그 부동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여 주되 맏아들에겐 한몫 더 물려주고 자기의 노후를 맏아들에게 의지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은 급격한 사회변화로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노부모는 가족이 아닌 국가 사회가 상당부분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구조의 변화가 힘들게 모은 재산을 담보로 자식, 손자들과 여생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효도계약’이란 말까지 나오게 된 세상을 만들었다. 자산이라고 하면 토지나 주택 등과 같은 실물자산과 예금이나 보험, 연금 등의 금융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노년 세대의 자산에 대한 인식은 곧바로 부동산이라 할 정도로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는 실물자산이다. 시니어들 가운데는 진작 전답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제부터라도 부동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 내 집에 대한 애착도 바꿔야 한다.

임대나 전세수입으로 생활이 가능하던 시대는 지났다.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주택의 수요가 계속 늘었지만 이젠 변곡점을 지났다. 주택연금도 살펴볼 때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가족에게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금전관리가 필수적이다. 나이 더 들기 전에 부동산의 비중은 줄이고 금융 자산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 그리고 주식투자 같은 공격적인 재산 증식을 생각할 때도 지났다. 아직도 부동산 투기에 눈독을 들여서는 안 된다.

장수를 대비한 노후의 행복과 원만한 삶을 위해서는 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수입 없는 후반 인생임을 알고 월 평균생활비를 예상해서 가진 만큼 잘 나눠쓰도록 하자. 가진 재산에 맞춰 살아야한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분수에 맞는 씀씀이도 중요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