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드는 왕만두
집에서 만드는 왕만두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5.03 1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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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오랑캐 머리인 만두(蠻頭)에서 비롯
‘삼국지’에 만두 이야기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
찐만두. 노정희 기자
찐만두. 노정희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완전히’ 집지킴이로 전락했다. 독서, 글쓰기가 무료하면 주방을 기웃거린다. 주부의 온전한 영역, 놀이도구와 놀잇감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벌써 만두피를 5통째 소비했다. 식구들 찬사에 손에 물 마를 날 없다. 찬사가 입에 발린 소린들 어쩌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주부에겐 행복이다.

예전에는 밀가루 반죽을 밀대나 빈 병으로 밀어서 밥공기와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 만두피를 만들었다. 만두 빚으려면 온 집안이 밀가루투성이고, 종일 번잡했다. 요즘은 얼마나 편리한가, 마트에 가면 냉동 만두피가 대・소(大・小)로 진열되어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냉동만두는 모양이 예쁘고 맛도 그만이다. 대기업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 티끌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단, 국을 끓여 먹을라치면 만두소 부산물에서 나온 기름이 둥둥 뜬다. 그게 영 찝찝하다.

김치냉장고에 있는 묵은지를 헹구어 만두 속을 만들면 더 감칠맛 나는 만두를 만들 수 있다. 채식주의자라면 육류를 사용하지 말고 두부와 채소로 속을 만들면 된다.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만둣국. 노정희 기자
만둣국. 노정희 기자

만두는 오랑캐 머리인 만두(蠻頭)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삼국지’에 만두 이야기가 나온다.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을 끝내고 철수하는 도중 노수라는 강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풍랑이 거세졌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노해서 그런 것이니 마흔아홉 명의 사람 머리를 베어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전쟁으로 많은 목숨을 잃었는데 또 살생할 수는 없어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강물이 잔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 소설이 나오기 200년 전, 송나라 고승이 쓴 패관소설 ‘사물기원’에 이미 만두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볼 때 고려 시대에 몽고족 침입, 원나라 교류로 인해 육식이 들어오게 되었다. 고려 중기 승려보다 무관 세력이 강화되었으며 원나라와 문화 교류로 인해 고기 음식이 발달하였고, 고기소 넣은 만두가 등장한다.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에 나오는 ‘쌍화’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이다. 만두가 ‘쌍화’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본다.

‘솽화뎜雙花店에 솽화雙花 사라 가고신/휘휘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이 말미 이 店밧싀 나명들명/다로러 거디러/죠고맛간 삿기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더러둘셩 다리러 디러 다리러 디러/다로러 거디러 다로러/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위위偉偉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긔 잔 티 거츠니 업다’-제1장의 원문

‘만둣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회회(몽고인)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다로러거디러/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다로러거디러 다로러/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제1장 풀이

조선 중엽까지 ‘상화(霜花, 床花)’로, 그 후 ‘교자’로, 현재는 ‘만두’라고 불리고 있다.

빚는 모양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귀만두, 둥근만두, 해삼 모양으로 빚은 미만두(규아상), 세모 모양으로 빚은 변씨만두, 숟가락 모양을 닮은 병시, 석류처럼 생긴 석류탕, 호두알만 한 작은 만두를 큰 만두 속에 가득 집어넣어 만든 대만두 등이 있다.

만두를 빚어서 국물에 끓인 것은 만둣국, 쪄서 국물이 없이 먹는 것은 찐만두, 차게 식힌 장국에 넣은 것은 편수라 한다.

만두소 준비. 노정희 기자
만두소 준비. 노정희 기자
만두빚기. 노정희 기자
만두빚기. 노정희 기자

 

-만두 만들기

재료: 만두피, 고기 간 것, 당면, 달걀, 묵은지, 채소류, 기타 양념

만드는 법

1. 마트에서 사 온 만두피는 한 통에 20장 들어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대(大)가 편하다.

2. 고기만두 만들 시에는 살코기를 사용한다. 쇠고기는 삶으면 딱딱해지니까 쇠고기만으로는 사용치 말고, 다른 육류와 섞어서 사용한다. 돼지고기, 닭고기 등 무난. 꿩고기는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3. 당면은 삶아서 다지고, 숙주가 없을 시에는 콩나물을 살짝 삶아 다져서 사용한다. 삶을 때 뚜껑 열면 콩 비린내 나니까 주의. 힌트-팔팔 끓는 물에 데쳐내어도 된다. 콩나물은 일시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4.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를 총집합. 당근, 버섯, 양파 등은 곱게 다진다. 묵은지는 두어 번 헹궈내고 다진다. 두부는 물기를 꼭 짠다.

5. 다진 만두소를 한 데 섞고, 후추, 소금으로 간한 후 달걀을 넣는다. 만두피 1통 분량에 달걀 1개.

6. 만두 빚을 때 만두피는 자체 통에다 둔 채 해동되면 사용한다. 빨리 해동시키려고 다른 그릇에 옮겨 담으면 외부 온도에 만두피 가장자리가 녹아서 질척해진다.

7. 만두 빚을 때 만두피에 소를 올리고,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바른 후 접어야 피가 잘 붙는다.

8. 가스렌지에 찜솥을 올려놓고 만두를 빚는다. 김이 오르면 빚은 만두를 넣어 바로바로 쪄낸다.

찐만두. 노정희 기자
찐만두. 노정희 기자
군만두. 노정희 기자
군만두. 노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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