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맛의 정수, '머구・정구지' 생나물 무침
봄나물 맛의 정수, '머구・정구지' 생나물 무침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3.15 2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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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는 중금속 제거, 혈압 조절, 천식과 기침, 어독에 효과
-정구지는 혈액순환, 스테미너 증강, 천식과 어독에 효과
머구와 정구지 생나물 무침
머구와 정구지 생나물 무침

텃밭 언저리에 봄은 이미 와 있건만,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린다. 빗방울 후두둑 듣더니 이내 진눈깨비가 쏟아진다. 이대로 갈 수는 없잖아, 나물이라도 한 움큼 뜯어서 가야지.

밭 둔덕의 머구 나물이 겨우내 쌓인 가랑잎을 헤치고 쏙쏙 솟았다. 지난주에 정구지도 싹을 올리던데 부리나케 발길을 옮겼다. 이럴 수가, 고라니가 정구지도 뜯어먹었단 말인가. 반 뼘 남짓 되려나, 산짐승한테 다 빼앗기기 전에 입맛이라도 다셔야겠다.

경상도에서는 ‘머구’라고 부르는 ‘머위’는 칼륨이 많아 중금속 제거와 혈압 조절에 좋다. 나물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식욕 증진, 소화 촉진제 역할을 한다. 타박상과 눈 다래끼에 잎을 찧어 바르고, 생선 식중독, 천식과 기침에도 잎과 줄기를 짠 즙을 마시면 효능이 있다.

이른 봄의 노지 정구지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 “초벌 정구지는 사위한테도 안 주고 영감한테만 몰래 준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정구지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정구지를 먹으면 과붓집 담을 넘어간다고 하여 월담초(越譚草), 운우지정을 나누다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파옥초(破屋草), 오줌 줄기에 벽이 뚫린다고 파벽초(破壁草)라고도 한다.

체력이 떨어져 밤에 식은땀을 많이 흘리며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거나, 배탈이 자주 날 때는 정구지가 좋다. 정구지는 신진대사를 돕고, 스태미나를 증강해 준다. 또 칼슘, 철분, 칼륨, 아연, 비타민A와 C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특히 알리신 성분은 혈액순환을 도와 냉증이나 빈혈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정구지를 ‘간의 채소’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생즙을 마시면 천식을 다스리고 어독을 풀며 목마름 증세와 식은땀을 그치게 한다’고 되어 있다.

머구와 정구지로 생나물 무침을 만들었다.

나물 본래 향을 느끼기 위해 파와 마늘은 넣지 않고, 된장에 고추장 약간, 매실액과 참기름만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무쳤다.

어린 머구는 쌉싸름한 맛이 덜하지만, 정구지 향과 어울려 봄나물 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머구를 된장으로 무치면 쌉싸름한 맛을 잡아주고,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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