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링-행복한 가정] 나는 바보였어요
[카운슬링-행복한 가정] 나는 바보였어요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6.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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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4남매의 막내였고 외동딸입니다. 셋째 오빠의 학교 학비 때문에 나는 초등학교를 끝으로 연사 공장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오빠가 있었지만 첫째, 둘째 오빠는 술을 좋아하고 노는 것을 업으로 삼는 말하자면 농땡이었습니다. 가진 것은 적고, 시골 부자래야 돈 서너 마지기 있는 것인데 셋째 오빠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항상 일등을 하니 아버지는 끝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들하면 하늘처럼 떠받들던 때인지라 외동딸이었지만 저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오빠는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석사가 되어, 지방에 대학 교수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교수라면 우러러 보는 직업이었고 처녀들의 중매가 밀려 들어 왔습니다. 오빠는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남 부럽지 않는 삶을 살면서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리 안 풀리는지 오빠한테도 미안할 정도입니다. 자기를 도와준 동생이 결혼하여 잘 못사니 얼마나 가슴 아프겠습니까?  
오빠 부부가 부러운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나도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세 살 위인 남자와 친했는데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키 크고 인물 좋은 남자였습니다. 그의 꾐에 빠져 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댁에서는 임신한 사실은 알 수 없으니 궁합 안 좋다고 그 형수들까지 결혼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나는 임신을 하여 어쩔 수 없다고 빌고 또 빌고 하여 혼인을 했습니다. 남편도 연애할 때와는 달랐습니다. 걸핏하면 쪼들리는 형에게 손을 벌리기도 했고, 바람도 피우고 망나니 짓을 했습니다. 같이 일했으면서 사람 볼 줄을 그렇게 몰랐으니 나도 바보였지요. 본 게 있습니까? 들은 게 있습니까? 학교 나와 공장에만 있었으니 바보가 틀림없었습니다. 
온갖 고생을 해도 살림은 늘지 않고 과자 장사, 옷 장사, 생필품 장사, 다라이 장사, 형이 하는 *요쿠를 따라 해보아도 살림은 제자리였습니다. 남편은 허우대는 멀쩡한데 되는 일이라고 없고 때때로 바람 피우는 것으로 해소하는지 외박이 잦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이고 혼전 임신이라 그런지 첫 아이는 말을 더듬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것 같았습니다. 우는 아이를 업고 하루 입에 풀칠하기에도 바빴으니까요.  

오빠는 딸 둘을 잘 키워 의사 사위도 보고, 승승장구하여 대학 총장까지 되어있었고, 나도 남매를 낳고 난ㄲ시 도구를 만들어 지금은 먹고 살 만 합니다. 말을 잘 못하는 큰 아들도 오빠 덕분에 좋은데 취직을 했고 딸도 올케 덕분에 서울로 혼인시켰습니다. 시대가 가르쳤는지 남편은 가끔 속을 뒤집어 놓다가도 부엌일부터 잘 도와 줍니다. 일에 지쳐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지난 날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합니다. 때로 혼자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립니다. 다시 태어나도 같은 삶을 살겠지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전처럼 욕심도, 의욕도 없고 무기력에 빠진 상태입니다. 무기력이란 연못에서 속히 빠져 나가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조언 드립니다:

우리의 삶은 긴 여행과도 같습니다. 때때로 구름이 일어나고 소나기 한 줄기 쏟고 나면 사라지듯이 우리 삶에도 온갖 일들이 일어나고 해결되고 해결되면 또 일어나지 않습니까? 
생명이 탄생하여 죽음으로 끝이 나는 잘하면 80~90년 유한한 여행입니다. 살다보면 삶이란 게 굽이굽이 역경이고 고생이란 것도 알 수 있지요. 아직 여행길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증상으로 얼마쯤 남았겠지라고 가늠하는 정도가 아닙니까? 하늘이 하는 일이라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죽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많이 고단한 삶에 위로를 드립니다. 당신은 바보가 아닙니다. 열심히 공부할 나이에 오빠를 위해 다 포기할 수 있는 것도 큰 용기입니다. 그렇게 노력했기에 오빠가 성공할 수 있었고 내 자식도 취직할 수 있었으니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 아닙니까? 내 노고를 알아주는 오빠가 있으니 내가 가는 길에 많은 위로가 되겠지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오빠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부 못하고 고생한 그 허무함을 뭘로 메꿀 수 있겠습니까? 잘 살아오셨습니다. 
 
인생의 순례길에서 어떤 이는 고독한 여행을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재미있고 신나고 행복한 여행을 하는 이도 있는 것 같지만 아주 소수입니다. 못 죽어 하는 괴로운 여행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마음은 본인이 관리해야 합니다. 누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끝없는 순례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너무 험한 길이다 싶어도 여느 사람들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길 때면 옛날의 일이 떠올라 내 자신이 불상해져 있는 것 같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세요. 사지가 멀쩡하고 아들 딸들이 잘 사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시십니까? 더 불행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은 자신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남들이 보면 많이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 좀 멀리 바라보면 불행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실 겁니다. 오빠가 잘 살고 내 자신도 사는데 구애받지 않으니 이젠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며 즐기시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때때로  시내로 나오시거나 책을 읽으시거나 여러 통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시고 작은 꿈을 만들고 꿈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즐거우실 겁니다. 지나온 역경을 생각하면 왜 울고 싶을 때가 없겠습니까? 마음이 우울하실 때도 있겠지요. 나만 고생하고 산 것 같아도 누구의 삶이나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사는 것은 고단한 것이니까요. 유머도 필요하고 웃음도 필요합니다. 재미있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유가형(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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