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시각장애자의 아린 사연
[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시각장애자의 아린 사연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1.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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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으로 가라앉는 목소리, 아니 장작으로 누른 듯 묵직한 목소리였습니다.) 전 이제 모든 삶을 끝내고 싶습니다. 살려고 몸부림치며 바둥거리는 것 같은 그 모든 것이 싫어졌습니다. 그동안 저 하나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고생하며 힘들었을까요? 뿐만 아니라  동생 누나도 많이 힘에 겨웠을 것입니다. 옆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신경질 많이 났을 것입니다. 저 하나로 인하여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아픕니다. 이런 삶도 흔치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설 명절 보냈잖아요? 난 거의 정해놓고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아줌마가 오늘은 설 명절이라고 떡국에 한과 몇 개가 함께 나왔더라구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옛날에 먹던 전이며 쌀을 튀겨 엿물에 개어 납작하게 만든 과자가 생각난 것은 아마도 설 명절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내가 장애자인줄도 불편한 줄도 몰랐습니다. 다 나처럼 사는 줄 알았습니다. 색깔이 어떻고 해도 그저 계절이 바뀌니 하는 말이려니 하고 아무 것도 모른 체 유년을 지났습니다. 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입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 불편한 것도 자라서 알았습니다. 시골에서 이럭저럭 살다보니 늘 같은 목소리들, 늘 만났던 고향 친척인 아저씨 아줌마들. 학교도 안 가고 있었으니 불편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제 내 나이 70을 넘기고 있습니다. 참 많이도 살았습니다. 내게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결혼도 안 했으니 마음 붙일 곳 하나 없습니다. 

젊을 때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안마를 배워서 생계를 이어 오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구나” 라고 삶을 익혀나갔습니다. 앉아서 명상도 해가면서 저의 일에 충실히 하다 보니 손님도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지던 안마였는데, 도수치료라는 것도 나오고, 마사지 기계가 보편화 되고 보니 수입이 전과 같지 않아서 지금은 집에 그냥 쉬고 있는 중입니다. 참 서글프고 따분합니다. 시각장애인 점자책도 있고 테이프도, 모임도 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비 내리는 스산한 오늘 같은 날이면 그냥 이대로 눈감고 깊이, 깊이 잠들고 싶을 뿐입니다. 

 

조언 드림니다:
내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이 있듯이 불편함이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믐날 내내 주무시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뜬눈으로 지내셨을 것 같습니다. 설이란 큰 명절을 지나고 나니 혼자 계시는 분들이 다 그렇듯이 마음 둘 때가 없을 듯합니다. 외롭게 지내다 보니 이 세상 나 혼자라는 허전한 공간이 더 커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웃에 조금만 귀 기울여보세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가득하다”라고, 못 듣고 못 보고 말 못하는 장애를 가진 자의 말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헬렌 켈러의 말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통이 필요한 것입니다. 소통하지 않으면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 첫째가 내가 마음 문을 먼저 여는 것입니다. 그 문은 안으로만 손잡이가 있어 내가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습니다. 열지 않으면 마음 밭에 잡풀들, 즉 갈등, 고뇌, 절망, 좌절, 우울의 풀만 자랄 뿐입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나를 믿고 뒷바라지하며 나로 인해 가슴앓이했던 분을 혹 생각해 보셨습니까? 나와 함께 자라면서 안쓰러워했을 누나, 동생, 그 모두를 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내 몫을 다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것은 그들에게 갚아야할 빚인 것입니다.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본인만 아는 이기주의에 불과합니다. 순간 순간의 선택이 모여 인생이 되듯이, 끝없이 잡풀들이 계속 괴롭히지만 그곳에서 하나, 또 하나 제거해 나가면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스스로를 수시로 괴롭힐 뿐입니다. 이것 저것 부정적인 것을 뽑아내다 보면 또 자란다 해도 그 힘은 약할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과의 끝없는 싸움입니다.

혹 박진석이란 시인을 알고 계시는 지요? 7살 때부터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의한 각피 석회화증'이란 희귀병 진단을 받고 아홉 살 때부터 누워 지내면서 자기 몸이 점점 석회석으로 변해갔지만 그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라는 책을 낸 분입니다. 나보다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아셔야합니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삶입니다. 마지막 삶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혼신을 다해 불태우지 않으시렵니까?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다하시고 책임지는 삶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유가형(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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