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용서 못 한 걸 후회합니다
[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용서 못 한 걸 후회합니다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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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해 바닷가에서 아버지를 선주로 둔 저는 살면서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참 다복했다고 기억합니다.

내 나이 칠십대 중반, 죽음을 기다리며 혼자 산지도 오래 되었지만 꼭 어제 아레 일 같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이제 다 말할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대구에 부잣집이라고 소문난 집으로 시집 와서 큰살림에 내 시간은 없었지만 어른들 모시고 하루 일과가 부엌과 청소 빨래 등으로 하루 해가 짧았습니다. 집안의 큰 머슴이었지만 아들 둘에 딸 하나 남들은 다 부러워했지요. 아이들도 예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남편은 늘 사업한다고 밤을 낮처럼 돌아다녔습니다. 늘 수고하고 고맙다고 생각했고 온갖 몸보신은 다 시켰습니다. 그러데 어느 날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남편이 다른 살림을 한다는 소문입니다. 내가 하도 바보처럼 모르니까 같이 사는 여자가 소문을 낸 듯합니다.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했지만 남편은 술집 여자라고 하면서 이혼은 안 된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남편이 뛸수록 나는 더욱 달려들면서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생속인 저가 뭘 알아서 이혼하려는 것도 아니고 앞뒤도 안 재고 배신에 대한 보복이랄까? 아마도 그런 심리였던 것 같습니다. 딴 살림? 생각도 못한 사실이 내 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얼마 동안 싸움을 하면서 지내다가 남편도 할 수 없었는지 이혼을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아들은 다 남편이 키우기로 했지만 한 놈도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막상 이혼하고 나니 어찌 그리 막막 하던지요. 돈을 좀 많이 받았는데 이웃이나 친척들이 어찌 알고 많은 이자를 제안하며 빌려갔습니다.  차용증서만 가방으로 하나였고 돈은 바람처럼 날아갔습니다. 아들은 점점 말이 없어지고 딸은 우울증이 심해갔습니다. 어느 날 새벽 딸애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큰 대못 하나를 내 가슴에 박았습니다. 세상이 깜깜해지며 나도 같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모진 목숨이라 울며불며 살아 온 날이  72살이나 되었네요. 남편은 그 여자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낳아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들들은 지금 딴살림을 하지만 부모와 여동생이 준 쓴 뿌리를 어떻게 잘 감당하는지 억장이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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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드립니다:
내 남편밖에 없다고 믿고 사는 내담자는 남자의 딴살림에 돌산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겠지요. 누가 그 아픈 마음을 속속들이 짐작인들 하겠습니다. 남자의 바람기에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는데 인간임에야 말할 것도 없지요. 아픈 세월 살아오느라 마음고생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살아갑니다만 그러하더라도 곧 “내 잘못이구나. 이 길이 아니구나” 라고 바로 깨닫게 될 때 뉘우치며 돌아서는 것이 사람 아닙니까?

자식이 셋이나 되는데 쉽게 이혼하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용서하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자식을 생각하면 한 번 쯤 멀리서 이성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했겠지요. 미운 감정이 앞서면 자식도 제대로 보였겠습니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겠지요. 
며느리의 잘못도 없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의 이혼을 원하겠습니까만 어른들의 역할도 크지 싶은데 왜 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뜯어 말리지 못했나 싶기도 합니다. 며느리의 대응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해도 적극적으로 며느리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 것도 그 불행의 씨가 된 것 같습니다. 손녀가 불행을 당했을 때 아비인들 마음 아프지 않겠으며 조부모인들 마음이 안 아팠겠습니까? 다 그들의 핏줄 아닙니까? 아마도 피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이제 몇 십 년이 지나간 오래 전의 이야기고 두 아들도 잘 산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바라는 건 아니겠지만 아버지의 유산이 많다고 하니 자식 두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아버지의 재산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은 죄를 짓고 또 뉘우치고의 반복이 바로 삶 같습니다. 후회는 내 삶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국내외 여행도 다니시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시면서 남은 날을 즐기며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유가형(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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