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B. F. 스키너, 마거릿 E. 본 '50 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10가지 힘'
[장서 산책] B. F. 스키너, 마거릿 E. 본 '50 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10가지 힘'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10.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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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 들고 재밌게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조언!

저자 B. F.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다. 해밀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1958년부터 1974년 은퇴할 때까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였으며,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예교수로 있었다.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행동을 주로 연구하였으며,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실험기구 ‘스키너상자’, 학습 기계 ‘티칭머신’의 고안으로 심리학과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공동 저자인 마거릿 E. 본(Margaret E. Vaughan)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스키너의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세일럼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역자인 이시형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신과 신경정신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화병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자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로 경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병원(외래),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임했다.

이 책의 원제는 ‘노년을 즐겨라(Enjoy Old Age: A Practical Guide)’다. 스키너가 일흔여덟에 쓴 노년기의 지적 자기관리에 관한 논문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대중을 위한 책으로 재구성 및 집필한 책이다.

목차는 ‘1장 마음: 오십 이후를 생각한다, 2장 환경: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든다, 3장 생각: 생각을 분명하게 하라, 4장 일상: 생활을 바쁘게 보내라, 5장 관계: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라, 6장 과거: 기억을 소중하게 여겨라, 7장 몸: 세상과 끊임없이 접속하라, 8장 감정: 언제든 기분 좋게 지내라, 9장 태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에 대해서, 10장 역할: 즐거운 노년에 보내는 갈채’로 되어 있다. 10장의 내용을 소개한다.

1. 평화로운 노년에 대한 오해

노인들에게는 ‘지금’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한다.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함으로써 더욱 행복한오늘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리처드 2세(RichardⅡ)》의 표현처럼 “눈과 얼음에 덮인 코카서스 산맥 위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손으로 불을 쥐어보려는” 것과 같다. “아, 슬프도다! 좋았던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앞으로는 더욱 나빠질 것뿐이라는 감정밖에 주지 않는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마치 아주 추운 곳에 낙오되었을 때 잠이 오는 것과 같다.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계속 활동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찾아낸 할 일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무사평안한 생활이다. 노인의 삶을 조용하고 수동적인 움직임으로 한정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을 마감하기 직전에야 가능할 것이다.(181~182쪽)

2. 진짜 현명한 사람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돈 많고 현명해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건강을 유지하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현명함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명하다는 것은 존경받는 노인의 특징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 잘 단련되었고 원숙하다. 또 여러 갈래의 길 중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안다.

불행하게도 문명의 발달은 노인이든 젊은이든 모든 사람에게서 자기 지혜를 쓸 기회를 많이 앗아가 버렸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Plaron)의 저서 《파이드로스(Phaedros)》에서 이집트의 왕 타모스는 알파벳의 발명을 불평한다. 알파벳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글자에 갇혀 좁게만 생각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만일 인류가 그저 지식을 혼자 갖는데 그쳤다면 세상이 이렇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류는 지식을 넓히기 위해 각자의 고립된 머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고, 글자로 된 책의 힘을 빌렸고, 지금은 컴퓨터에 많이 기대고 있다.

노인들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지혜는 노년 그 자체다. 많은 나이로 인한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당신이 정말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면 스스로를 권위자라고 느껴도 좋다.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비법을 배우려고 당신에게 올 것이고, 어쩌면 당신은 그 비법을 누설하지 않으려고 짐짓 인색하게 굴지도 모르겠다.(183~185쪽)

3. 셰익스피어의 《리어왕(King Lear)》이 준 교훈

노년은 곧 많은 것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들 한다. 사람들은 노인이 되면 젊었을 때 너무 열정적이어서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 책임감, 야망의 강요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 놓아버리는 자유는 분명 위험하다. 키케로(Cicero)는 너무 많은 특권을 버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노년은 노인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권리를 유지하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아무에게도 종속되거나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지배할 때에만 존경받는다.”

리어왕의 중요한 실수 중 하나는 스스로 너무 일찍 자기방어와 권리를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당신의 왕국을 자식들에서 물려주면 어느새 차디찬 대륙에 버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일들은 부유한 사람들이 책임감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이나 어느 단체에 물려줄 때, 또는 사업가가 자기 회사의 운영을 젊은이들에게 넘길 때, 정치가가 새로운 젊은 사람들을 위하여 은퇴할 때, 그리고 과학자·예술가·작곡가·작가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가끔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들은 리어왕만큼 비천하게 취급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빨리 잊을 수 있는지 그 속도에 놀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인은 많은 책임감, 강한 열정 그리고 치솟는 야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노년을 즐길 수 있다.(186~187쪽)

4. 성공적으로 품위를 지키는 법

늙어 보인다는 것은 곧 볼품없어 보인다는 것을 뜻할 때가 많다. 젊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면, 오래전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당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지 않고는 지나치지 못했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어하는 노인들의 욕구야 그리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당신이 나이들어 보인다는 사실을 직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젊어 보이는 것은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지만, 젊게 행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10년이나 젊은 사람처럼 가볍게 버스에 올라타려는 행동은 품위를 잃는 것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젊은이들이 느끼는 그 어떤 즐거움이 노인에게는 죽음의 고통 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신이 정말 나이가 든 것이 분명하다면, 이제 늙은 모습이 매력 있게 보이도록 노력하라. 가발을 써야 한다면 자기 나이에 맞는 머리색을 고르는 것이 좋다. 회색이나 백색의 머리는 어떠한 색의 옷이나 넥타이에도 잘 어울리며 기품이 있다.

만일 당신이 현재의 나이를 정말로 즐기고 있다면 젊어 보인다는 말에 기뻐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겠는가. “그 연세처럼 보이지 않아요”라는 칭찬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내 나이의 사람들은 이렇게 보인답니다”이다. 젊어 보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기 나이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게 할 때 당신은 품위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188~190쪽)

5. 언제나 재미있는 면을 본다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리느냐 불쾌하게 들리느냐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그 말을 듣기 전에 웃고 있었다면 계속 웃게 되기 쉽다. 그렇기에 재미있고 우스운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방청객을 위하여 방송 전에 특별히 바람잡이 연예인을 내세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들에게 노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텔레비전 쇼를 보거나 재미있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일들이 노인의 수난에 관한 이야기나 사망 기사를 읽는 것보다 훨씬 낫다.

노쇠에 따른 여러 가지 약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면을 봄으로써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는 언제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 너무 불쾌하지 않았던 일화를 가지고 연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거기서 성공한다면 당신은 예전에 불쾌하다고 생각했던 일들마저 소재로 삼아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192~193쪽)

6. 즐거운 노년에 보내는 갈채

아무리 노년의 마지막 장을 잘 썼다 해도 모든 사람이 위풍당당한 노인 배역을 연기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평안함, 현명함, 자유, 품위, 유머감각 등의 역할 요소를 다 챙기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노인 연기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잘 짜인 각본을 따라 그 역할을 잘 해내려는 준비를 하다 보면 당신은 불쾌감과 성가심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이며,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하게 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게 된다. 남아 있는 불쾌감은 유머감각이 없애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조금씩 준비해두면 성취하기가 훨씬 쉽고, 노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즐겨야 할 숙제로 생각해왔다면 더 많은 준비가 가능하다.

그리고 당신이 스스로 평안하고 품위 있고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당신의 세계를 건설해놓았다면, 위대한 연기뿐만 아니라 정말로 훌륭한 마지막 장을 직접 썼다는 점에서 당신은 곱절로 존경받고 사랑받을 것이다.(194~195쪽)

사람들은 다른 건 몰라도 건강과 돈에 관해서만큼은 때때로 미래를 내다보곤 한다.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직장에 은퇴 후 보장제도나 유리한 점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즉 ‘신체적인’ 노년을 대비하는 데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나이 들어 건강이나 돈 문제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 과연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를 즐기려면 보험이나 연금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종류의 계획이 필요하다. 멋지게 나이 들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한 이 책은 두려움 없이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당신에게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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