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얀 제거스 '너무 예쁜 소녀'
[장서 산책] 얀 제거스 '너무 예쁜 소녀'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10.2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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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프랑크푸르트, 열일곱 살의 소녀가 연쇄살인을 일으킨다!
그녀는 죄 없는 천사인가? 냉혹한 살인마인가?

이 소설의 저자 얀 제거스(Jan Seghers)는 스릴러의 새로운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본명은 마티아스 알텐베르크. 괴팅엔 대학교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추리소설을 쓰기 전부터 에세이와 문학비평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1992년 《식인종의 사랑》으로 데뷔한 뒤 1997년 《늑대가 있는 풍경》으로 40세 이하의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마부르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 얀 제거스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스릴러물 《너무 예쁜 소녀》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까지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2008년 《망자의 악보》로 오펜바흐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같은 해 스위스 추리소설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어찌됐건 섹스》, 《라로크의 망자》, 《소소한 저녁의 행복》, 《얀 제거스의 유령열차》 등이 있다.

1. 프롤로그

1999년 4월 16일 프랑스 보주 산맥 북쪽 쉬르멕과 바르 사이의 도로에서 의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암적색 폭스바겐 파사트가 도로를 벗어나 경사가 급한 비탈길로 곤두박질치면서 여러 번 굴러 박살이 난 채 너도밤나무 옆에 처박혔다. 자동차 안에 시체 두 구가 있었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한 구가 더 있었다. 경찰 보고에 의하면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전직 고등학교 교사 페터 가이슬러와 부인 이자벨, 열 살짜리 아들이었다. 이들 말고 열여섯 살짜리 딸도 차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6~7쪽)

2. 낯선 소녀의 신화

포샤드 부인은 축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마농을 집 안으로 데려가 키운다. 마농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으로 예뻤다. 포샤드 부인은 마농을 마을 축제에 데려간다. 그 지역 최고 갑부인 포도농장 소유주의 외동아들 장 루크 지로는 마농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마을 청년 중 하나였다. 2000년 8월초 어느 날 포샤드 부인이 죽자 마농은 그 마을을 떠난다.

3. 소녀, 피에 취하다

2000년 8월 8일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강력계 형사 마탈러는 도시 숲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예리한 칼에 여러 번 찔려서 사망한 사람은 결혼을 하루 앞두고 친구 2명과 함께 총각 파티를 떠난 베른트 풍케였다. 마탈러가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호수에 빠진 차 안에서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되고, 용의자는 쾨테탑에서 투신하여 사망한다.

4. 창백한 침묵

“알고 싶은 게 뭐야? 나도 불과 10분 전에 도착했어. 남자 시체가 있어. 신분증을 보니 게오르크 로만이란 이름이더군. 서른 다섯 살. 칼로 쑤셔놨어. 찔린 상처가 적어도 여덟 군데나 있어. 안에는 마치…. 그냥 온통 피범벅이야. 이불까지 전부, 카펫 바닥으로 질질 끌고 간 흔적도 있어. 침대도 온통 피바다야. 벽에도 다 튀었어.”

“숲속 살인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가?”

“물론이야. 똑같은 패턴이야. 게다가 같은 무기를 사용했어.”

“아직 현장에서 찾아내지는 못했던 칼 말이지?”

“맞아. 지금까지는 못 찾았지.”(394~395쪽)

5. 에필로그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뒤 마농(마리 루이제 가이슬러)은 곧바로 독일 경찰에 인도되었다. 첫 심문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연이은 심문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인적사항도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살인인지 정당방위였는지 분명하게 밝힐 수 없었다. 법원은 함부르크 기자 게오르크 로만의 죽음 역시 살인이라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살해 동기가 명백하지 않았다.

한편, 장 루크 지로에 대해서는 그가 숲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하게 밝힐 수 없었다. 그에 대한 소송은 종결되었다. 마탈러도 그를 폭행죄로 고소하지 않았다.(476~477쪽)

한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소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 책은 독자들에게 과연 그녀가 잔혹한 살인마인지 아니면 그녀의 아름다움을 탐하려는 남자들의 희생양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작품을 집필할 때의 저자의 좌우명은 ‘절대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면 안 된다’이다. 그의 좌우명대로 이 책은 치밀한 이야기 구조와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 유려한 문장 속에서 펼쳐지는 치밀한 구성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소녀와 그녀의 뒤를 쫓는 고독한 형사 마탈러, 그리고 아름다운 소녀를 향한 남자들의 추악한 욕망과 그로 인한 처절한 비극 등 등장인물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재미와 묘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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