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장현갑 '명상이 뇌를 바꾼다'
[장서 산책] 장현갑 '명상이 뇌를 바꾼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9.15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괴로운 뇌를 행복한 뇌로 바꿔 주는 마음 수련

저자 장현갑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가톨릭 의과대학 외래교수, 한국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명상학회 명예 회장, 한국통합의학회 고문,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다. 또한 직접 개발한 ‘한국형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K-MBSR)’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시도한 ‘통합의학’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뇌과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면서 명상 수련자인 저자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명상이라는 마음 수련과 뇌의 관계에 대해 가졌던 관심을 정리한 것이다. 책을 펴낸 저자의 뜻은 명상 수행으로 행복한 마음을 담는 뇌를 만들어, 밝고 맑은 마음이 넘쳐흐르는 행복의 수원지를 만드는 데 있다.

목차는 ‘서장 21세기 벽두에 부는 명상 열풍, 제1부 괴로움의 정체: 뇌과학적 이해 제1장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뇌, 제2장 마음의 괴로움이 온갖 종류의 병을 만든다, 제3장 긍정적 경험을 증장하기, 제4장 괴로움의 불길 잡기, 제5장 확고한 의도 갖기, 제6장 평정심 갖기, 제7장 사랑하는 마음 기르기, 제8장 공감과 연민의 마음 기르기, 제2부 괴로움의 실질적 대처: 명상 수련 제9장 호흡 명상, 제10장 만트라 명상(이완 반응), 제11장 마음챙김 명상, 제3부 명상의 치유와 과학 제12장 치료로서의 명상, 제13장 명상으로 달라진 뇌, 부록 간략히 보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되어 있다. 2부와 3부의 내용을 소개한다.

1. 호흡 명상

(1) 가슴 호흡

호흡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횡격막 호흡(하복부 호흡 또는 심호흡)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슴 호흡(흉부 호흡 또는 얕은 호흡)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 주로 가슴 호흡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가슴 호흡은 얕은 호흡으로 숨을 들이켤 때 가슴이 앞으로 나오고, 어깨가 위로 약간 들려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가슴 호흡은 자연스런 호흡이나 심호흡과는 정반대되는 호흡 방식으로, 이런 식으로 호흡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얕은 호흡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되어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것이 불완전하게 된다. 이런 가슴 호흡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불편감이 생기고, 충분하게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숨이 차 헐떡이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가슴이 조여오는 답답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147~148쪽)

(2) 횡격막 호흡

마치 반구형의 덮개처럼 생긴 횡격막은 폐와 복부를 가르는 비교적 큰 근육이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이 횡격막 근육은 수축하여 아래쪽, 즉 복부 방향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폐에 산소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이 확장된다. 숨을 내쉴 때는 횡격막이 이완되어 위쪽, 즉 폐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폐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바깥으로 배출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아랫배로 호흡하는 것을 횡격막 호흡이라고 한다.

가슴 호흡에서 횡격막 호흡으로 바뀌게 되면 가슴 호흡에 의해 제한되어 있던 호흡 양상이 확장된 호흡 양상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몸속에 더 많은 양의 산소가 유입되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늘어나 몸이 정화된다. 또한 호흡 양상이 횡격막 호흡으로 바뀌게 되면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적 증후를 일으키는 불안과 긴장 등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 중의 하나가 횡격막 호흡이라는 최근의 과학적 발견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의 진리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횡격막 호흡을 ‘단전호흡’이라 불렀는데, 사실 단전이라고 하는 신체 부위는 해부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의 전통적 호흡 수련이나 기 수련에서는 단전을 배꼽 아래 3센티미터 정도 되는 부위에서 몸 안쪽으로 3센티미터 되는 곳에 있다고 설명한다.

국선도 수련과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마음 수련에서는 단전호흡을 수련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국선도에서는 여러 가지 자세나 동작에 맞춰 단전호흡을 할 수 있도록 고도로 세밀하고 다양한 체계에 따라 호흡 수련을 한다.

이 횡격막 호흡을 우리 몸의 밤낮 주기가 바뀌는 시점인 잠자기 전에 실시하거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면 대사 활동, 신경 전달 물질, 내분비 호르몬 등의 물질이 자연스럽게 교체되어 생리학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잠자기 전에 하면 잠들기가 쉽고 또 숙면에 들기도 쉽고, 일어날 때는 쉽게 머리가 맑아지고 활기찬 모습을 띨 수 있게 된다. 익숙해지면 앉거나 서서, 걸으면서 등등 하루 중 언제 어느 때라도 있는 그곳에서 횡격막 호흡을 할 수 있다.(150~154쪽)

(3) 마음챙김 호흡 명상

횡격막 호흡을 하는 동안 하복부의 상승과 하강을 알아차림하는 방법에 의해 익숙해진 다음에는 숨이 드나드는 콧구멍 주변이나 기도 주변의 감각에 주의의 초점을 두고 알아차림을 강조하는 호흡 방법을 수련하는데 이 방법을 마음챙김 호흡이라 부른다.

호흡 시 세심하게 주의하여 콧구멍 주변의 감각을 관찰하면 숨을 들이 쉴 때는 공기가 약간 차갑게 느껴지고 내쉴 때는 약간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을 알아차림할 수 있다.

호흡이 점차 조용해지고 규칙적으로 변화하면 들이쉬는 숨이 끝나고 내쉬는 숨이 시작되는 시간 사이에 잠깐 동안 호흡이 멈추어 서는 때가 있음도 알아차림할 수 있다. 반대로 내쉬는 숨이 끝나고 들이쉬는 숨이 시작되는 사이에도 잠깐 동안 멈추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할 수 있는데, 이런 짧은 호흡 멈춤에 대해 알아차림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멈추는 동안의 알아차림이 바로 현재 이 순간의 고요한 적정감에 들게 해주기 때문이다.(154~155쪽)

(4) 수식관 호흡 명상

수식관이란 자신의 호흡을 헤아리며 마음챙김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수식관은 호흡 명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산란한 마음을 호흡에 집중함으로서 집중력과 이완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수식관 호흡 명상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자나 마룻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다음 눈을 살며시 감고 몇 번 깊고 천천히 횡격막 호흡을 한다. 횡격막 호흡을 계속해가면서 이번에는 숨을 내쉴 때마다 수를 세기 시작한다. 처음 내쉬는 숨에 “열”부터 세기 시작해서 다음 번 내쉬는 숨은 “아홉”, 그리고 그 다음은 “여덟”, 이렇게 내쉬는 숨을 거꾸로 세어 “하나”가 될 때까지 계속한다.

숨을 내쉴 때 숫자를 셈하는 것과 동시에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온몸의 긴장을 몸 밖으로 내려놓는다고 상상한다. 숨을 내쉴 때마다 긴장을 내려놓으며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이완감을 만끽한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내쉬는 숨에 “열”부터 시작하여 “하나”까지 계속하고, 또 다시 “열”부터 “하나”까지 반복한다. 15분 내지 20분이 경과되도록 같은 동작으로 토하는 숨을 세어 나간다. 위의 방법대로 수식관 호흡 명상이 잘 되면 이번에는 내쉬는 숨을 “하나”부터 시작해서 “백”까지 쉬지 않고 세어 나가는 연습을 해본다. 셈하는 숫자를 놓쳐 버렸을 때는 처음부터 셈하기 시작한다. 5초 정도 숨을 들이키고 5초 정도 내쉬면서 “백”까지 계속한다.(155~156쪽)

2. 만트라 명상

만트라(mantra)란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타인에게는 은혜와 축복을 주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해 외우는 신비한 위력을 가진 말”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인데, 이를 한자로는 “진언(眞言)” 또는 “다라니(陀羅尼)”라고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만트라 수행을 진언 수행, 또는 다라니 수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만트라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과 평화, 다시 말해 심신에 긴장 반응 대신 이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흔들리기 때문에 마음의 멈춤이나 집중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초점 대상이 필요하다. 예컨대 선불교에서 특정한 화두를 선정해서 이에 마음을 집중하고, 몰두한다든지, 기공 수련에서 자신의 호흡(단전호흡)을 집중 관찰하는 것은 흔들리는 마음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하여 머물게 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만트라 명상은 특정한 구절이나 기도문, 특정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읊조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한곳에 묶어 두어 잡동사니 생각이나 걱정거리 쪽으로 주의를 빼앗기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는 생각을 산란하게 하는 것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의의 초점 대상으로 삼은 것에 집중을 잘하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의가 초점 대상에서 벗어나 잡념이나 공상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한 후에는 주의의 초점으로 삼은 대상, 즉 만트라 쪽으로 부드럽게 되돌아가도록 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말한다.

심신에 이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래의 여덟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주의의 초점이 될 만트라 하나를 먼저 선택한다. 만트라는 자신의 신념체계(자신의 종교적 믿음이나 철학)와 잘 부합되는 단어나 구절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예컨대 가톨릭 신자라면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개신교 신자라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시니”, 불교 신자라면 “관세음보살”과 같은 특정 구절을 만트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사람은 “하나”, “사랑”, “평화”와 같은 단어를 선택하거나 “옴(om)”과 같은 전통적인 만트라를 선택할 수 있다. (2) 편안한 자세를 취해 조용히 앉는다. (3) 눈을 감는다. (4) 근육을 이완한다. 온몸에 있는 근육의 긴장을 이완한다. 어깨를 부드럽게 좌우로 돌리거나, 상하로 오르내리면서 힘을 뺀다. 두 팔을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힘없이 떨어뜨리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한 뒤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이때 손등은 위로 하게 하는 것이 좋다. (5)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숨을 내쉴 때마다 앞에서 선택한 단어나 구절, 즉 만트라를 반복하여 읊조린다. (6) 수동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고요히 앉아서 만트라를 읊조릴 때 잡념이나 공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잡념이 일어나면 “잡념이 일어나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만트라의 읊조림 쪽으로 되돌아오면 된다. 다시 말해 잡념을 없애려고 적극적으로 애쓰는 태도를 취하지 말고, 부드럽게 만트라의 읊조림으로 되돌아오는 수동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비록 잡념들이 일어나더라도 잡념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말고 오직 “잡념이 생겼구나.”하고 알아차림한 후 부드럽게 만트라 암송으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7) 한 번에 20분 정도 한다. (8) 하루 두 번 정도 실천한다. 만트라 명상은 이완 반응을 일으킨다. 보통 아침 식사 전 새벽이나 잠자기 전 밤에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직후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식사한 지 2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하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165~169쪽)

3. 마음챙김 명상

‘마음챙김’이라는 명칭은 그 유래가 되는 빨리어 ‘사티(sati)’를 가리키는 영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번역한 것이다. 사티는 한자로는 ‘생각하다’, ‘(마음에) 두다’라는 염(念)을 의미하고, 영어로는 알아차림(awareness), 주의(attention), 기억함(rememberring)을 뜻한다.

존 카밧진(John Kabat-Zinn)은 마음챙김에 대해 ‘의도를 가지고, 특별한 방식으로, 현재 순간에,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순간순간(moment to moment) 판단하지 않은 채(non-judgmental)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awareness)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 이순간(今) , 이곳 또는 여기(處)에서 일어나는 경험에 마음을 연다(心)’는 것이 된다. 그래서 마음챙김을 한자로는 ‘염처(念處)’라고 한다. 순수하게 주의(bare attention)를 기울여, 선택 없이 알아차림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현대 마음챙김 명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 즉 MBSR이다. 초기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위빠사나에 바탕을 둔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으로, 1979년 존 카밧진이 매사추세츠 대학 의료원에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개설하면서 시작되었다가 1990년대 들어 MBSR로 명명되었다.

존 카밧진은 대부분의 질병은 마음(태도나 감정)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태도와 감정을 바꾸면 질병이 낫게 될 것이고, 그 방법으로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해 불필요한 판단이나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면 개선’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 방법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질병이란 바로 만성통증이나 불안, 우울 등으로 인한 질병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해석이나 판단, 절망감, 자기 비판이 줄어들면 저절로 치유될 수 밖에 없다.

존 카밧진의 견해가 담긴 책이 바로 1990년 출간된 Full Catastrophe Living(번역서명 ‘명상과 자기치유’)으로, 명상이 종교적 의미만이 아니라 의학적 ‘치료’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900여 곳의 MBSR 센터가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마음챙김 명상이 해외에서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1998년 저자(장현갑)와 김교헌 교수가 함께 번역한 존 카밧진의 ‘명상과 자기 치유’가 출간되면서 한국에 처음으로 MBSR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저자(장현갑)가 한국의 특성에 맞춘 K-MBSR 프로그램을 개발, 발표하였다. K-MBSR 프로그램은 벤슨의 이완 반응과 카밧진의 MBSR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 수행법(호흡, 만트라 수행)을 접목하여 한국화한 명상 프로그램이다. 마음집중(止)과 마음챙김(觀), 그리고 자비 수련을 바탕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260~263쪽)

마음챙김 수련은 내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지 못하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aware),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려오는(focusing) 훈련이다. 마음챙김 수련 방법은 크게 공식 수련과 비공식 수련으로 나누는데, 공식 수련은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앉거나 누워서 마음챙김을 하는 수련을 말하고, 비공식 수련은 일정한 시간을 정하지 않고 일상 활동에서 마음챙김을 하는 수련을 말한다.(185~191쪽)

(1) 건포도 먹기 명상

건포도 먹기 명상은 ‘명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명상법이다. 먼저 건포도 서너 알을 만져보며 촉감을 느껴보고, 건포도 표면을 살피고, 귀 가까이 가져가서 부빌 때 소리가 나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속에 넣어서 침이 나오는지, 서서히 씹었을 때 입과 혀의 반응은 어떤지 등 감각적 경험들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알아차린다. 이렇게 하나씩 감각을 살피는 동안 관련이 없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난다면, 그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났음을 살펴본 후 다시 건포도 쪽으로 주의를 되돌리도록 한다.

건포도 먹기 명상은 명상하는 동안 순간순간 느끼는 모든 감각, 감정, 생각들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평소 자동적으로 해왔던 일상 활동에 대한 알아차림 능력을 키워주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268~269쪽)

(2) 몸 살피기 명상

몸 살피기 명상은 공식적인 마음챙김 명상 수련의 첫 번째 훈련이다. 수련자는 눈을 감은 채 등을 바닥에 대고 가만히 눕거나 의자에 편안하게 앉는다. 이어서 왼쪽 발의 발가락에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상체 쪽으로 주의의 대상을 옮겨 가면서 차례차례로 신체의 여러 부위들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살핀다. 왼쪽 다리에 대한 감각 살피기가 끝나면 오른쪽 다리로 옮기고, 이어서 몸통, 팔, 어깨, 목, 얼굴, 머리 쪽으로 서서히 대상을 옮겨 가면서 신체 각 부위의 감각을 살펴보도록 한다.

각각의 신체 부위에서 느껴지는 신체 감각에 대해 어떤 변화도 시도하려고 하지 말고 오직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가진 채 지금 이 순간에 나타나는 신체 감각을 나타나는 대로 살펴본다. 만약 신체의 어떤 부위에서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직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차리면 된다.

이 몸 살피기 명상은 임의로 근육을 이완시키려고 하는 점진적 근육 이완 명상이나 자율 명상과는 차이가 있다. 그곳에 긴장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림하면 된다. 또한 어떤 부위에 아픔이 느껴지면 그곳에 어떤 종류의 아픔이 있구나(‘띵하구나’, ‘찌르는 듯 하구나’ 등) 하고 알아차림하면 된다.

이렇게 몸을 살피는 동안 마음이 흔들려 주의가 다른 곳으로 가서 방황하게 되면(이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한 후 지금 관찰하는 대상인 바로 그 신체 부위 쪽으로 조용히 되돌아오도록 할 뿐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비판이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198~204쪽)

(3) 정좌 명상

정좌 명상은 마음챙김 명상의 가장 핵심이 되는 본격적 수련 과정으로,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정좌 명상의 첫 단계에서 수련자는 의자나 방석 위에 앉아 마음을 각성한(깨어 있는) 채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등은 가능한 똑바로 펴서 머리와 목과 등뼈가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눈은 가볍게 감거나 아래쪽을 응시한다.

수련자는 천천히 호흡하면서 콧구멍이나 목구멍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하복부의 상하 운동 같은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마음챙김 호흡 명상을 한다. 마음이 호흡 집중에서 벗어나 흔들리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러한 흔들림을 알아차리면 지체 없이 호흡에 집중하여 주의를 되돌리면 된다.

이렇게 하여 주의가 집중되면 이번에는 주의의 초점을 호흡에서 신체 감각 쪽으로 옮겨 간다. 불쾌한 신체 감각이 일어나더라도 애써 이를 해석하고 판단하지 말고 조용히 수용한다. 만약 몸이 불편하여(다리가 아프다든가) 움직이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다리를 빼거나 움직이지 말고 그 대신 고통이 발생되었음을 수용한다(아, 다리가 아프구나), 그리고 꼭 다리를 움직여야겠다고 생각되면 움직이려는 의도, 움직일 때의 동작, 그리고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감각의 변화까지도 빠뜨리지 말고 알아차림하도록 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신체 감각을 알아차림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좌 명상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나 냄새와 같은 외부 환경 자극에 대해 마음을 챙겨 수용하는 연습이다. 예컨대 소리를 들을 때는 소리의 질, 소리의 양, 소리가 들려오는 기간, 또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침묵에 대해 어떤 판단도 없이 알아차림하고, 풍겨 오는 냄새의 질과 강도 등에 관해 어떤 판단과 분석 없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하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외부 환경이 주는 자극을 순수하게 알아차림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주의의 초점을 자신의 마음 내부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감정이나 생각으로 옮겨 간다. 수련자는 자신의 의식 세계 속에 자연스레 떠올랐다가 사라져 가는 생각이나 감정을 관찰한다. 다만 떠오르는 생각에 깊이 빨려 들어가지 말고 단순히 그 생각의 내용이 무엇인지에만 주목해야 하며 그 생각이 떠올라 전개되다가 사라져 가는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좌 명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련자는 자신의 의식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든(신체 감각, 생각, 감정, 소리, 냄새, 욕망 등) 선택하지 말고 나타나는 대로 살펴본다.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가 변화되어 가다가 사라지는 자연스런 현상을 어떤 판단 없이 살펴보면서 정좌 명상을 끝낸다.(204~216쪽)

(4) 걷기 명상

마음챙김 걷기 명상은 걷는 동안의 신체 감각과 운동 감각에 주의의 초점을 두는 비공식 수련이다. 걷기 명상을 할 때는 눈은 정면으로 향하고 가능한 발 쪽을 내려다보지 말아야 한다. 몸을 움직일 때,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신체의 균형을 잡을 때, 발을 땅에 내디딜 때 등 그 밖에 걸음과 관련 있는 발과 다리의 움직임과 감각 등에 주의의 초점을 둔다.

다른 종류의 명상 수행을 할 때처럼 마음이 걸음걸이와 관련 없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방황하고 있을 때 걷고 있는 다리 감각 쪽으로 주의를 돌리도록 한다. 보통 걷기 명상은 매우 느린 속도로 걷기 시작하여 익숙해지면 보통 정도의 속도나 평소보다 좀 빠른 속도로 행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 명상은 실내를 가로질러 왔다 갔다 하면서 행하며, 특정한 도착 지점을 미리 선정하지 않고 하는 것이 좋다.

걷기 명상에서는 오직 걷는 동안에 일어나는 신체 감각만이 주의의 대상이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발과 다리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에 초점을 두도록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걷는 동안 전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각들에 대해서도 주의의 대상을 확대해 나가도록 한다.(216~220쪽)

(5) 일상생활 속에서의 명상

세수할 때, 청소할 때, 밥 먹을 때, 드라이브 할 때, 또는 쇼핑을 할 때와 같이 일상생활 속의 여러 활동 장면에도 마음챙김 명상을 응용할 수 있다. 매 순간순간 알아차림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면 바로 즐거운 마음을 일에 담아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알아차리고 잘 대처해 나가는 능력 또한 함양될 수 있다. 이런 알아차림 능력이 커지는 것이 바로 삶 속에서 행복감이 늘어나고 각성감이 증대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호흡 명상을 간간이 실천하는 것도 좋다. 호흡 명상은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림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순간순간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각 능력과 통찰 능력이 길러지는 반면, 타성적이고 자동적이며 비적응적인 행동은 점차 감소된다. 특히 일상생활 중에 마음이 불안하다거나 우울할 때 또는 몹시 당황하고 긴장될 때 마음챙김 호흡 명상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220~221쪽)

(6) 종일 명상

종일 명상은 정좌 명상, 걷기 명상, 몸 살피기, 요가 수행 등을 하루 종일 침묵 속에서 행한다. 하루 동안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알아차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종일 명상의 목표이다.

종일 명상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 독서, 또는 텔레비전 시청과 같은 일상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경험 세계를 어떤 판단도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침묵 속에서 알아차림을 체험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221~222쪽)

4. 명상으로 달라진 뇌

(1) 마음의 변화에 따른 뇌 활동의 변화

21세기에 들어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 장치가 개발되어 명상이나 이완, 또는 일반적인 휴식 상태에서 일어나는 두뇌 활동의 신비를 실시간으로 밝힐 수 있게 되었다.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박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장치를 통해 명상하는 동안 평소 머리를 아프게 하던 난제가 풀리는 통찰적 상황(breakout)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뇌 부위 활동은 줄어들지만(잡념이 줄어든다는 뜻), 주의나 각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나 평화감이나 이완감을 일으키는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활동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쪽은 안정, 또 다른 쪽은 활성을 동시에 보이는 “안정/동요”의 상황이 뇌 속에서 일어난다. 선(禪)에서 말하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의 경지일 때 일어나는 뇌 활동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245~246쪽)

(2) 뇌 반구의 기능을 바꾸어 감정 장애를 치료한다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 박사는 좌우 전전두피질의 기저 수준 활동성을 알아보면 한 개인의 전형적인 감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반구 전전두피질의 활동 비율이 높으면 염세적이고 불행감과 고민이 많고, 왼쪽 반구 전전두피질의 활동 비율이 높으면 낙천적이고 행복감과 열정에 차 있다는 뜻이다. 적게는 1만 시간, 많게는 5만 5천 시간 정도 명상 수행을 해온 175명의 티베트 승려를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장치로 뇌 영상을 촬영한 데이비드슨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에 비해 우세하였다고 한다.

한편 전문 수행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짧게는 두 달(8주)에서 많게는 1년 정도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면 좌측 전전두엽의 기능이 우측 전전두엽에 비해 우세해지고 우울감이 행복감으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인 사라 라자르 박사 등은 법관, 언론인과 같은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하루 40분씩 짧게는 60일, 길게는 1년 정도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하면 스트레스가 감소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사고가 명료해지며,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흔들리지 않고, 주의 초점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보다 행복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한편 카밧진과 데이비드슨은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즉 MBSR을 스트레스가 심한 생명 공학 회사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3시간씩 두 달간 수련하게 하였다. 2개월간의 명상 수행이 끝나자 오른쪽 전전두피질의 우세함에서 왼쪽 전전두피질의 우세로 변화되었고 이와 동시에 이들의 기분도 유쾌하고 낙천적으로 개선되어 하는 일에 보다 열정적이고 불안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또 하나의 유익한 발견은 마음챙김 명상이 면역 기능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 주사를 맞고 난 후 혈액 속 항체 양을 측정, 비교해 보았을 때 명상을 한 사람들은 면역 체계가 보다 강화되었으며, 또 독감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경미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246~249쪽)

(3) 명상이 뇌의 구조를 바꾼다

마음챙김 명상 수련으로 뇌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보면,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 정서 조절, 자기 조절, 학습 및 기억, 공감이나 연민(자애) 같은 심리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 부위들, 에컨대 전전두피질, 전방대상피질, 후방대상피질, 해마, 섬피질, 편도체, 두정측두경계피질 등에 구조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제 명상은 “하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 대신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란 사실이 분명해졌다. 우리의 소중한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자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잘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건강한 인지력과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상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252~255쪽)

기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명상에는 절대적 의미의 명상과 상대적 의미의 명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절대적 명상은 종교적 수행 명상이라고도 부르며, 모든 인간의 제한성[苦]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경지, 즉 구경열반(究竟涅槃)을 목적으로 하며, 수행 끝에 부처(Buddha), 아라한(Arahant), 보살(Bodhisattva)이 되는 것이 목표다. 기자가 1986년부터 수련한 것은 절대적 의미의 명상이었다.

한편 상대적 의미의 명상은 한 개인의 존재를 제한시키는 지식, 사고, 가치, 감정 등에 바탕을 둔 주관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보다 밝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수행 끝에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하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의미에서 상대적 의미의 명상은 심신의 치유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이 책을 통해 명상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상법을 익힌다면 누구나 괴로운 뇌를 행복한 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