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마르쿠스 가브리엘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장서 산책] 마르쿠스 가브리엘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11.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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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저자인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은 1980년생으로 본대학과 하이벨베르크대학을 거치며, 철학, 고전문헌학, 현대 독일문학을 공부했다. 2005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 논문으로 Ruprecht-Karls상을 수상했다. 29세에 2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본대학교 철학과에 사상 최연소 석좌교수로 발탁되었고, 인식론과 근현대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서양철학의 전통을 뿌리 삼아 그가 제창한 '신실재론(New Realism)'은 21세기 현대 철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 세계의 다섯 가지 위기를 다룬다.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 그리고 이 네 가지 위기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표상의 위기'를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의 개요를 간략히 소개한다.

'제1장 세계사의 시간이 거꾸로 흐를 때'에서는 오늘날 과거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계의 움직임에 관해 논한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국민국가의 부활'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경향과 움직임은 대부분 '의태(擬態)'의 형태로 나타난다. 의태란 생물이 공격이나 자기방어를 위해서 몸체의 색과 모양을 주변의 동식물이나 자연환경과 똑같이 위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의태를 최초로 시작한 국가는 미국이다. 18세기 초반 무렵, 미국은 또 다른 유럽이었다. 최근에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심각한 의태는 중국이다.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은 뉴욕 맨해튼의 의태다. 일본과 유럽도 의태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제2장 왜 지금 신실재론인가'에서는 본격적으로 현 세계의 위기를 논하기에 앞서, 신실재론이 무엇인지 요약해서 설명한다. 신실재론은 두가지 테제(These)가 조합되어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모든 일'을 포괄하는 단일한 현실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주장은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다'는 사고관이다.

최근 신실재론이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새롭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새로운 견해가 사회경제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지금 현실로 일어나는 일과 기본적으로 공진(共振)하기 때문이다.

'제3장 가치의 위기'에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잃고 표류하는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또는 허무주의(nihilism)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한다.

'제4장 민주주의의 위기'에서는 민주주의의 '느림'에 주목한다. 또한 다양성을 인정할 때 다양성을 부정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중심으로, 패러독스(paradox)를 철학적으로 들여다본다.

'제5장 자본주의의 위기'에서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과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문제 등 오늘날 폭주하는 자본주의가 감추고 있는 '악의 잠재성'을 파헤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면역주의(co-immunism), 도덕적(moral) 기업 등 가브리엘의 독창적인 제안이 잇따라 등장한다.

'6장 테크놀로지의 위기'에서는 현 기술산업에 대한 신랄한 비평을 펼친다. '인공적인 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4대 초대형 IT기업, 즉 가파(GAPA)라고 일컫는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 아마존(Amazon)에 무상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등과 같은 내용을 다룬다.

'제7장 표상의 위기'와 마지막 부분의 '보강: 신실재론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에서는 더욱 철학적인 논제로 파고 들어간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위기가 일어나는 까닭은 우리가 '표상'과의 사이에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장까지의 논의를 근거로 하여 신실재론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답변을 제시한다.

신실재론은 세상의 진실과 보편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슬라보이 지제크(Slavoj Zizek)가 ‘위대한 생각 실험’이라 칭한 저자만의 독자적 세계를 보다 쉽고 간결한 언어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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