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가야마 리카 '나이 듦의 심리학'
[장서 산책] 가야마 리카 '나이 듦의 심리학'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9.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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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저자 가야마 리카는 정신과 의사이며,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이다. 1960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으며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했다. 30년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살려 여러 매체에 현대인의 마음 문제와 관련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평론가, 사회활동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책은 ‘나이 듦’에 관한 심리학적 사유와 통찰. ‘나이 듦 앞에서’ 생기를 잃고 무너져버린 이들과 나눈 진솔한 대화, 정신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정작 자신도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깨달은 인생의 진정한 기쁨과 의미를 찬찬히 풀어놓고 있는 에세이다.

목차는 ‘1장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2장 나이 듦으로부터 도망치다, 3장 그녀들의 연애 사정, 4장 혼자서 살아간다, 5장 주거가 고민입니다만, 6장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정년 후 건강법, 7장 그래도 우리들은 나이 들기에’로 구성되어 있다.

1.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현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60세 이상 정년퇴직자 남성이 헬로워크(일본의 공공직업안내소)나 인재파견회사를 통해 직업을 찾을 기회는 극히 적다고 한다. 남성이 이 정도라면 60대 이상 여성에게는 그 기회가 더욱 적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상관없다. 일만 하면 된다는 분들은 신문의 광고 전단이나 여성주간지 구인 광고를 통해 찾아보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실제로 그런 광고를 보면 ‘68세까지’ 또는 ‘70세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든든한 문구까지 들어 있다. 개중에는 ‘연령 불문’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는 광고도 있다.

단, 그런 구인 광고의 대부분은 ‘청소직’이고, 시급 1000엔에 하루 근무시간도 3~5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하루 세 시간씩 월 20일을 일한다고 하면 겨우 6만 엔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일하고 싶다. 혹여라도 예순이 넘어서 ‘지금도 계속 일하는 나는 실패한 인생일까’라며 자신을 부정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당당하게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나, 너무 멋있지 않니?’라며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

조건이 나쁜 곳에서 일한다는 것,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한다는 것 때문에 자존감을 잃을 필요는 전혀 없다. 나는 요즘 이 말을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다.(33~34쪽)

2. 남편의 정년

여성에게 남편의 정년은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를 잘 극복하려면 정년퇴직하기 부터 ‘정년 이후 어떻게 살면 좋을지’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년 후에 어떤 일이 생기든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나’라며 본인 스스로를 꽉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친구, 취미, 직업, 좋아하는 음악과 드라마, 지금 하고 있는 운동, 마음에 드는 책이나 영화, 그런 ‘나만의 아이템’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편의 정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든 그에 휘둘리거나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54~55쪽)

3. 젊을수록 가치가 있다는 생각

누구나 내일이 되면 오늘보다 하루 더 나이가 든다. 그 결과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처지며, 흰머리가 생기고 나아가서는 병에 걸리고 몸이 불편해진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 잔혹한 사실만은 아무리 본인이 샐러브리티나 커리어 우먼이라고 해도 바꿀 수 없다, 노력을 하든 안 하든 50년 산 사람은 쉰 살이고, 70년 산 사람은 일흔 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면 예뻐지고 젊어질 수 있다고 맹신하면서 터무니없는 돈과 시간을 들이며 젊음을 손에 넣으려는 여성은 분명 삶이 괴로울 것이다. 나아가 ‘더 젊고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나는 여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질책하는 사람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76~77쪽)

4. 물건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

최소한의 생활을 해야 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가방 하나’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생활하는 것’과 ‘원하는 뭔가를 사서 쌓아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 새로운 물건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다, 직접 가서 보고 싶다, 내 손에 넣고 싶다 같은 이런 일련의 욕구들은 과장해서 말하면 혼자 사는 여자에게는 특히나 ‘일하는 원동력’이자 ‘살아가는 힘’이 될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억지로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182쪽)

5. 하고 싶은 걸 참는 것이 건강에 가장 안 좋다

50대가 되면 20~30대 때와 체력과 컨디션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체력이 좀 달리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해서 삶의 즐거움이 완전히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신의 몸 상태에 연연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만나고 싶은 사람에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더 나이를 먹으면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아니면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약을 먹고 파스를 붙이고서라도 오래오래 가고 싶은 곳에 다니며 살고 싶다.(198~199쪽)

6. 부모 돌보는 데에 너무 몰두하지 마라

간병하느라 소모되지 않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간병을 해보면 트러블과 사고, 번거로운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특히 치매환자인 부모를 간병하는 사람은 본인의 여유는커녕 일과 생활 모두 내팽개치고 간병에만 매달려야 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든 본인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겠지만 마음속으로 이다음에도 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가끔씩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기를 바란다. 본인처럼 부모를 간병하는 친구들과 넋두리를 주고받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208쪽)

7. 내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다

아무리 가혹한 사건이 많았던 인생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전부 잘못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인생은 없다. 인생은 물론 힘든 여정이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대처해가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한숨 돌리며 긴 걸음을 걸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부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 피로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잘못된 생각에 물들었나’라고 생각하고, 일단 하던 일, 만나던 사람, 읽던 책에서 멀리 떨어져서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쉴 것을 추천한다.

고층 빌딩 꼭대기나 산 전망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 등 평소보다 탁 트인 곳에 가서 풍경을 바라본다면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지배하던 ‘내 인생 전부 잘못됐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사라져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찾지 말고, 꼭 어딘가 직접 가서 자신의 눈으로 보기 바란다.(223~224쪽)

삶은 하릴없이 계속되고 때때로 반복되지만, 그 유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가슴 설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 우리는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음을 가슴 벅차게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듦을 맞이하고 싶은 마흔 전후의 여성들을 위한 필독서이자, 여성의 정년 후 삶을 주목한 최초의 도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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