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이억주 '외래 동식물 무엇이 문제일까?'
[장서 산책] 이억주 '외래 동식물 무엇이 문제일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7.3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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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퍼지는 외래종의 습격에 위협받는 자연 생태계

우리나라에는 동식물이 5만 2,600종 정도 살고 있다. 대부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땅에 자라는 동식물이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교역이 이루어지면서 외국에서 동식물도 들어오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경로와 목적에 따라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 동식물은 2020년 기준 2,163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은 1,826종으로 포유류 202종, 조류 135종, 파충류 332종, 양서류 23종, 어류 885종, 곤충 146종, 무척추동물 103종이며, 식물은 337종이다.

외래 동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기존 동식물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경쟁을 하다 보면 기존 동식물에게 밀려나 개체수가 줄어드는 종도 있고, 경쟁에서 이겨 기존 동식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종도 있게 된다. 또한 어떤 종들은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켜 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정부는 외래 생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입 주의 생물, 위해 우려 생물, 생태계 교란 생물로 나누어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1998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했으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1속 34종의 생태계 교란 생물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연도별 지정 현황을 보면 1998년에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베스, 1999년에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2001년에 붉은귀거북속 전 종, 2002년에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2009년에 뉴트리아,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2012년에 꽃매미, 양미역취, 가시상추, 2016년에 갯줄풀, 영국갯끈풀, 2018년에 붉은불개미, 2019년에 미국가재, 등검은말벌, 환삼덩굴이 지정되었다.

2020년에는 가장 많은 동식물이 생태계 교란 야생 생물로 지정되었다. 즉, 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악어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아르헨티나개미, 긴다리비틀개미, 빗살무늬미주메뚜기, 서양등골나물, 마늘냉이다. 2021년에 브라운송어가 지정되었다.

위의 생태계 교란 생물을 종별로 다시 분류하면 포유류 1종(뉴트리아), 양서류‧파충류 6종(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 전 종, 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악어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어류 3종(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브라운송어), 갑각류 1종(미국가재), 곤충류 8종(꽃매미, 붉은불개미, 등검은말벌,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아르헨티나개미, 긴다리비틀개미, 빗살무늬미주메뚜기), 식물 16종(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환삼덩굴, 마늘냉이)이다.

이중 환삼덩굴만 자생 식물이며 나머지는 모두 외래 동식물이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국립생태원에서 실시하는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1급 판정을 받은 종들이다.

우리나라의 외래 생물에 관한 전체 관리와 대응은 환경부가 주관한다. 하지만 외래 생물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일은 환경부의 소관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생물 다양성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는 외래생물관리실무위원회 산하 12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외래 생물의 관리 정책은 우리나라 고유 생태계와 생물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위해 외래 생물을 차단하고 제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수립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이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5대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는 미유입 위해 의심종의 사전 관리 강화, 둘째는 국내 유입 외래 생물 위험 관리 강화, 셋째는 외래 생물 확산 방지 체계 구축, 넷째는 외래 생물 관리 기반 확충, 다섯째는 대외 협력 및 국내 홍보 강화다.

외래 생물의 관리에는 정부는 물론, 외래 생물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이해 관계자나 이를 사육하고 재배하는 사용 관계자도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관리 매뉴얼을 숙지하고 행동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노력할 때만 우리 고유의 생태계와 생물 자원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매일 걷는 금호강 산책로 주변에는 가시박이 강둑 전체를 뒤덮고 자란다. 시설관리소 직원들이 산책길로 올라오는 덩굴손들을 자르느라 바쁘다. 여름이 시작될 때부터 세력을 키우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자라고, 겨울에 시들지만 이듬해에는 다시 자란다.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식물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가시박의 왕성한 생명력에 놀랄 뿐이다.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가시박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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