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어날 추억] ㊷ 삼백의 고장, 상주의 자전거
[꽃 피어날 추억] ㊷ 삼백의 고장, 상주의 자전거
  • 유병길 기자
  • 승인 2021.12.0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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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게 된 것은 평탄한 지형적인 환경과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상주역 광장에서 개최된 '조선 8도 전국자전거 대회'에서 엄복동 선수와 상주 출신 박상헌 선수가 우승하여 명성을 날려 자전거 보급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상주 자전거 박물관 전경.  유병길 기자
2010년 확장이전한 상주 자전거 박물관 전경. 유병길 기자

1950년대 봉강리(경북 상주시 외서면)와 상주에서 자전거는 농가의 귀중한 자산이었다. 오십에서 백여 호 되는 큰 동네에서도 자전거가 겨우 한두 대 있었다. 그때 자전거는 지금 자가용보다 더 소중했다. 공무를 수행하는 면서기도 자전거가 없는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걸어서 출장을 다녔다. 늦으면 이장 집에서 잠자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하여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하여도 자전거는 귀하고 가격이 비쌌다. 중 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도 삼십 리(12 km)정도는 걸어서 다니는 게 보통이었고,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 다니는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학교 옆에서 자취하였다. 친구 갑이도 중학교 3년은 남적 고개로 걸어서 통학하였다. 중학교 1학년 때는 4년 선배(고등학교 2학년)들과 같이, 중학교 3학년 때는 2년 후배들과 같이 걸어서 다녔다.

신작로인 세천으로 가면 길은 좋은데 거리가 멀어서 지름길인 남적 고개를 넘어 다녔다. 여름에는 한 시간 이상 뛰어서 학교에 가면 더워서 아침부터 교복이 땀에 젖었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 집에 올 때는 캄캄한 고갯길을 혼자 넘을 때 힘들었단다. 겁이 날 때는 ‘버름배미’나 ‘머티’ 사는 친구 자전거 뒤에 책가방을 싣고 자전거를 잡고 뛰어서 집에 올 때도 있었다.

60년대 초 자전거를 타고 다니든 학생. 유병길 기자
60년대 초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학생. 유병길 기자

중학교 3학년 가을 추수가 끝나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녔는데,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단다. 앞산에 해가 오르기 전에 밥을 먹고 뛰다시피 걸어야 한 시간 이삼십 분 걸렸는데, 자전거는 천천히 가도 삼십 분이 안 걸렸다. 이때부터 자전거가 급격하게 보급되었고, 학교에는 자전거 보관 장소가 설치되었다. 관리인이 자전거 수리를 전담하였는데 가격이 저렴하였다. 이때부터 중학교 입학만 하면 자전거를 다 사주었다. 남적 고개로 걸어 다니는 학생은 없어졌다. 중고등 학교 운동장 변두리에는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되었고 수백 대를 보관하였다.

상주에는 자전거 인구가 급격하게 불어나고, 자전거 수리점과 판매점도 호황을 이루었다. 학생들 통학뿐이 아니라, 공무원들 출퇴근 출장도 자전거, 시장 나들이와 볼일에도 자전거를 남녀노소 모두가 애용하였다. 자전거 보급 대수가 가구당 2대, 1인당 0.6대로 전국 최고를 자랑하였다. 상주시는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다. “삼백”(쌀, 곶감, 누에고치)의 고장인 상주에 자전거가 추가되어 상주의 명성이 높았다.

전국 자전거 대회 사진. 상주역 대합실 참고
1925년 조선8도 전국 자전거 대회 사진. 상주역 대합실 참고
사진 설명
1925년 조선8도 전국 자전거대회사진 설명. 상주역 대합실 참고

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게 된 것은 상주는 분지로 지형이 대부분 평탄하여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24년 10월에 경북선 상주역이 개설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25년 상주역 광장에서 ‘조선 8도 전국 자전거대회‘가 개최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암울했던 이 당시 우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했던 엄복동 선수와 상주 출신 박상헌 선수가 이 대회에 출전하여 일본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하였다. 상주의 박상헌 선수는 일제 강점기에 만주, 서울, 대전, 등에서 개최된 전국 자전거대회에 출전하여 여러번 우승하는 등 엄복동 선수와 함께 자전거 선수로서 명성을 날렸다. 자전거 보급과 자전거 도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물관
상주 자전거 박물관 참고

전국 최초 자전거박물관을 02년 상주시 남장동에 개관하였다. 접근성 및 협소하여 10년 도남동으로 확장 이전하여 주변 관광지(상주박물관, 국립낙동강생태자원관, 국제승마장, 경천대, 경천섬, 상주보 등)를 연계 관광을 할 수있게 되었다.  박물관 1층은 기획 전시실, 2층은 상설 전시실, 지하1층(야외)은 자전거 체험장이다.

상주 박물관 참고
상주 자전거 박물관 참고
박물관 참고
박물관 참고

상주는 자전거 도시답게 전국 산악자전거대회, 낙동미로 릴레이 자전거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차량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운전자도 주의하여야겠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교통 법규를 잘 지켜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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