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에 담긴 사연
분꽃에 담긴 사연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1.06.28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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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의 꽃말은 수줍음, 소심, 겁쟁이 라고한다. 씨앗에 분가루 같은 고운 녹말이 들어 있어서 이름이 분꽃이 되었다.
분꽃 한 나무에 피어있는 색색갈의 꽃들. 여관구 기자
분꽃 한 나무에 피어있는 색색갈의 꽃들. 여관구 기자

분꽃은 분꽃과(Nyctaginaceae) 식물로 자말리엽(刺茉莉葉)이라고도 부르며 나팔꽃과는 반대로 오후 4시 무렵이면 꽃이 피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오므라든다. 그런 이유로 four-o'clock, 즉 4시 정각이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날이 흐리거나 맑거나 관계없이 오후 4시쯤이면 어김없이 꽃이 활짝 핀다. 자기가 출현해야하는 시간은 어떻게 정확히 감지할까? 이것이 인간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라는 것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분꽃만의 비결인가 보다.

노란꽃송이에 빨간 자국이 묻어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노란꽃송이에 빨간 자국이 묻어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분꽃은 남미가 원산지인 관상용 재배 식물이다. 원산지인 따뜻한 곳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을 나지 못해서 한해살이풀이 되었다고 한다. 분꽃은 크게 자라는 것은 키가 사람 허리 정도의 높이까지 자란다.

빨간 꽃송이에 노란 색갈이 진하게 묻어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빨간 꽃송이에 노란 색갈이 진하게 묻어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잎은 마주나며 초여름부터 가을이 될 때까지 진한 향기를 내뿜는 꽃을 피운다. 꽃은 가지 끝에 몇 송이씩 모여 달리며 붉은색, 흰색, 노란색 등이 있으며 혹은 사진에서처럼 여러 가지 색이 한 송이에 섞여 피는 것도 있다. 열매는 작은 구슬 모양이며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가을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검은색으로 변한다. 씨앗에 분가루 같은 고운 녹말이 들어 있어서 이름이 분꽃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 분말을 분가루 대용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빨간색 꽃송이에 노란색으로 점령해가고 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빨간색 꽃송이에 노란색으로 점령해가고 있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분꽃의 꽃말은 수줍음, 소심, 겁쟁이 라고 한다. 아마 밤에 살짝 피었다가 아침에 환해지기 무섭게 오므라 들기 때문에 그런 꽃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아침에 오므라 드는 꽃을 보면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과 같아 자기의 책임을 잘 마무리 했다는 의지와 또한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받았다는 것을 꽃잎이 떨어지고 난 뒤에야 유전가의 씨에서 알게 된다.

분꽃이 피는 모습과 지는 모습. 여관구 기자
분꽃이 피는 모습과 지는 모습. 여관구 기자

높이는 60~80cm 정도까지 자라며 뿌리는 굵고 검정색이다. 줄기는 마디가 굵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마주 나고 잎자루가 있다. 6~10월에 붉은색, 노란색, 흰색 등의 꽃이 피는데 저녁에 해가 질 무렵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핀다. 꽃에서 매우 좋은 향기가 나기도 하며 9월부터 열매가 녹색에서 검정색으로 변해 가며 익는다. 분꽃을 볼 때마다 아가씨들이 입고 있는 색동저고리를 연상하게 된다.

색동저고리를 연상하게 하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색동저고리를 연상하게 하는 꽃송이. 여관구 기자
빨간색 분꽃송이. 여관구 기자
빨간색 분꽃송이. 여관구 기자

<분꽃에 얽힌 전설>

분꽃의 꽃말은 비겁함, 소심, 겁쟁이, 수줍음이라는 것을 앞에서 말한바 있다.

아주 먼 옛날 폴란드에 넓은 영토에 버금가는 막강한 세력을 가진 성주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그에게도 걱정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늘 신에게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정성스러운 그의 기도에 감동한 나머지 신은 그에게 귀엽고 예쁜 딸을 낳게 해주셨습니다.

성주는 내심 아들을 바라고 있었지만 딸을 얻은 것을 서운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이 성주는 자신의 뒤를 이어 성을 다스릴 아들이 없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성주는 딸을 낳았다는 말 대신 아들을 낳았다고 선포한 후 그 아기를 아들처럼 씩씩하게 키웠습니다. 딸의 이름마저도 '미나비리스'라는 남자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남자의 옷차림은 물론 활쏘기를 비롯하여 칼싸움 심지어는 술 먹는 법까지 남자들이 해야 할 여러 가지일들을 두루 가르쳤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남장을 한'미나비리스'는 성년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미나비리스는 청춘의 뜨거운 열정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부하였습니다.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그녀는 어느 날 아버지께 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였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울면서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성주인 아버지는 너무나도 매정하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너를 남자로 알고 있고 너는 장차 이 성을 이끌어 갈 후계자이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 며 사랑하는 딸의 간청을 매정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럽고 자기 자신이 너무나 싫어졌습니다. 그녀는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칼을 바닥에 꽂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처럼 큰소리로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그녀가 땅에 꽂았던 칼에서 한 송이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분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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