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박주가리'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1.08.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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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약으로 뛰어난 효과가 있어서 오래 복용하면 허약한 뭄을 건강하게 해 준다고 한다
박주가리 꽃이 피어있는 모습. 여관구 기자

박주가리의 꽃말은 ‘먼 여행’이다. 줄기는 여러해살이 덩굴 초본으로 식물체에 상처를 내면 백색 유액이 나온다. 땅속줄기(地下莖)는 아니지만 뿌리가 기면서 뻗고, 거기에서 새싹이 나와 번식한다. 잎은 마주나며(對生), 부드러운 털이 있으며 뒷면은 분청색이다. 만져보면 부직포처럼 부드럽다.

박주가리 꽃말 - 먼 여행. 여관구 기자

박주가리는 어리고 연한 순은 나물로 해먹는데 매우 맛있다. 그러나 잎을 따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 즙을 먹으면 경련을 일으키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데쳐서 잘 우려낸 다음 조리해야 한다. 옛날에는 덜 익은 씨도 먹었다는데. 어린 박주가리 씨방을 먹어 보면 단맛이 나고 아주 부드럽다. 하지만 씨를 찧어서 상처에 바르면 지혈에 도움이 되고 새살이 올라오는데 도움도 된다고 한다. 또한 박주가리 효능으로 기운을 보충해주고 젖을 잘 나오게 한단다. 줄기에서 나오는 흰 즙은 사마귀를 없애는데 효과가 좋고 두드러기, 종기, 전염성 피부병에도 바르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양강장약으로 뛰어난 효과가 있어서 오래 복용하면 허약한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고도 한다.

박주가리가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 여관구 기자

꽃은 7~8월에 마디에서 백색에 가까운 담자색으로 피며, 향기가 짙으며, 꽃자루(花莖)는 위를 향해 선다. 양성웅화동주형(兩性雄花同株型)으로 수꽃은 짝꽃(兩性花)보다 작다. 열매는 9~11월에 익으며, 껍데기에 티눈 같은 옹두리(wart)가 있고, 껍질이 배(船) 모양처럼 두 쪽으로 갈라진다. 속에는 면사상(綿絲狀) 털이 있는 종자가 가득 들어 있고, 바람 타고 산포한다(風散布). 서식처는 숲 가장자리, 농촌 들녘, 논밭 근처, 길가, 제방, 하천변, 습지 주변, 양지, 적습(適濕)~약습(弱濕)한 곳에서 잘 자란다.

박주가리 열매가 달리는 모습. 여관구 기자

박주가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농촌이나 도시 교외로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덩굴식물로 둑이나 제방, 밭 언저리에서 쉽게 만난다. 특히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반으로 쪼개진 열매 속에서 면사상(綿絲狀) 털이 있는 종자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박주가리 열매가 크가는 모습. 여관구 기자

오래전부터 선조들은 박주가리 종자에 붙어 있는 면사상(綿絲狀) 털에 의지했다. 민초들이 삼베나 명주로 만든 ‘옷 같은 옷’을 장만했던 시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불과 일이백 년 전까지도 그랬다고 하니, 박주가리가 유용식물자원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짐작게 한다. 그래서 글자나 한자가 없던 때에도 그 이름은 있었을 것이다.

박주가리 열매가 달리면서 크가는 모습. 여관구 기자

한글명 박주가리는 20세기 초 기록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박주가리란 이름은 토곽(白兎藿)이라는 한자명에서 전화된 것으로 보는 주장도 있지만, 틀린 설명이다. 토곽은 은조롱(Cynanchum wilfordii)으로 박주가리와 속이 다른 종이다. 박주가리의 묵은뿌리(宿根)와 열매는 한약재로 쓰이며, 그 뿌리를 나마근(蘿摩根)이라 하고, 향명으로 鳥朴(조박)이며, 그 말소리는 ‘새박’이다. 새박의 씨라는 의미의 작표자(雀瓢子)라는 한자 표기로부터 조박(鳥朴) 그리고 새박이란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박주가리 열매의 성숙된 모습. 여관구 기자

<< 박주가리에 얽힌 이야기들 >>

상처에서 흰 유액을 방출하는 박주가리 잎. 20세기 초에 등장한 박주가리란 명칭은 순수한 우리 이름이며, 어느 지방의 방언이었을 것이다. 유래와 그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름 속에 아름다운 내력이 있어 보인다. 박주가리의 박(열매)과 그것이 쪼개지는 형상에서 이름의 유래가 있을 것 같다. ‘박-쪼가리’이다.

한자명 蘿藦(나마)는 우리말 새박조가리를 의미할 터인데, 여기에서 새박조가리는 새박과 조가리(쪼가리)가 합쳐진 우리말이고, 다시 새박은 새와 박의 합성어다. 새는 다시 생겨났다는 관형사 또는 작다는 의미일 것이고, 박은 바가지 또는 호박과 같은 열매의 박을 의미한다. 따라서 박주가리라는 이름 또한 우리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든 문화적 소산인 고유 명칭으로 보인다. 초가을 박이 쪼개지면서 나타나는 박주가리의 면사 달린 종자는 이듬해 늦은 겨울까지 달려 있다. 바람에 종자가 다 날아가기 전에 이 면사를 모으면 겨울을 나기 위한 보온재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에 살았던 선조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이다.

속명 메타플렉시스(Metaplexis)는 변화한 양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묶다’, ‘꼬다’는 의미(flexus)의 합성어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이 속명을 채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서로 엮여서 새롭고 변화된 양상을 창출하는 창발성(創發性, emergent property)의 메타포(metaphor)를 설명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박주가리과 새박덩굴이란 한글명이 함의하는 그 내용과 생태성 그리고 형태를 종합해 볼 때, 분명히 그러하다. 들풀 하나가 그냥 자연의 한 생명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들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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