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신현봉의 '삶은 언제나 낯설다'
[시를 느끼다] 신현봉의 '삶은 언제나 낯설다'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3.03.30 08: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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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봉 시인
신현봉 시인

 

 

삶은 언제나 낯설다 // 신현봉

 

 

하나의 생각

한마디의 말은

살아있다 파동치며

성장을 계속한다

 

세상에 우연이라는

빈틈은 없고

우주의 중심에서는

홀로 서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서로 깊은 관계에 있다

 

하루 24시간이

백년이라고 한다면

어제는 전생이고

내일은 내생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생을

나는 또 다만 헛되이 살아가야 하는가

 

마침내 도달해야 할 그곳에

나는 그래도 가고 있는 것이라는

그 믿음은 정당한 것인가

삶은 언제나 낯설지만

어느 때나 희망이 있어서

나는 다만 웃고 또 웃는다

 

 

작은 것 속에 숨어 있는 행복( 2007 고요아침)

 

 

신현봉 시인은 195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서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고 한국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팬클럽한국본부 회원이며 한국현대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사원으로 가는 길’ ‘나는 여기에 그대는 그곳에’ ‘하프라이프:반감기’ ‘그대와 함께 가는 길’ 등이 있다.

먼저 처음 이 詩를 접했을 때 제목부터 마음을 확 끌어 당겼다. 그래서 제목이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1연에서 말이나 생각은 파동치며 살아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말은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입에서 나온 말은 살아 있어 성장을 계속하는 걸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말이 씨가 되어 성장해 말대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리라.

또 남을 칭찬하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꾸만 되새겨 용기를 얻고 새 힘을 준다. 반대로 상처를 주는 말도 마찬가지다. 듣는 이에게 계속 상처를 내며 할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사성어에도 '三思一言'이라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그것은 말을 할 때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한다는 뜻으로 신중하게 생각한 후에 말하라는 뜻이다.

2연에서는 세상에 우연이란 빈틈은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인과응보의 결과인 것이다. 잘 살면 결과는 좋을 테고 잘못 살면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 잘나서 혼자 승승장구 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 모든 건 알게 모르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에 홀로 태어 날 수도 없지만 홀로 살 수도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아니한가.

3연에서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고 있다. 하루 24시간을 백년으로 친다면 어제는 전생이고 내일은 후생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얼마나 많은 생을 헛되이 살아가야 하는가 하며 자탄을 하고 있다. 길고 긴 우주의 역사에 미루어보면 어쩜 백년이란 세월은 하루만큼 짧을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도달해야 할 곳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 믿음은 정당한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사실이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는 가끔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고 과연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니까.

마지막 연의 후반부가 절창이다. 삶은 언제나 낯설다고 한다. 제목과 같은 이 행이 이 詩를 살리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든지 새롭고 낯설기만 한 것이 삶이 아니던가. 똑 같은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어느 때나 희망이 있어서 웃고 또 웃는다고 끝을 맺고 있다. 희망이 있기에 웃을 수 있고 설사 희망이 안보이더라도 웃을 수밖에.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재미있지 아니한가. 비극도 희극도 찻잔 속 태풍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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