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카이 미하엘 베에 '젊게, 오래 살려면 폐를 지켜라'
[장서 산책] 카이 미하엘 베에 '젊게, 오래 살려면 폐를 지켜라'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3.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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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호흡기 사용설명서

저자 카이 미하엘 베에(Kai-Michael Beeh)는 독일의 대표적인 호흡기질환 전문가. 독일의 마인츠대학에서 공부했고, 의대 진학 초기 ‘폐’와 사랑에 빠졌다. 2004년부터 아내와 함께 호흡기 전문 연구소 ‘인사프(insaf)'를 설립해 20년 가까이 폐만 오롯이 연구해오고 있다. 권위 있는 의학지에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관련 논문을 100개 이상 게재했고, 의학교과서의 저자로도 참여했다.

이 책은 폐의 해부학적 구조와 호흡기 질환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적절한 비유를 들며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목차는 ’Part 1. 숨쉬기의 과학, Part 2. ‘젊은 폐’의 이해, Part 3. 병의 시작, 죽음의 끝‘으로 되어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1. 숨쉬기와 호흡

숨쉬기란 공기가 밖에서 폐 안으로, 그리고 폐 안에서 다시 밖으로 이동하는 기계적인 과정만을 뜻한다. 그에 비해 호흡은 2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는 공기 사이의 경계 지점인 폐포에서 일어나는 호흡 가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인데, 이 과정을 ’외적 호흡‘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제공을 위해 세포 내 혈액으로 산소를 활용하는 것을 말하며, ’내적 호흡‘ 또는 ’세포 호흡‘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숨쉬기와 호흡은 엄연히 별개이다.

2. 기침

기침은 3단계로 나뉜다. 이 반사작용의 발생은 먼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들숨 단계‘를 유발한다. 곧이어 뒤따르는 ’압축 단계‘에서는 들이마신 공기가 호흡근육과 복부가 밀어내는 엄청난 힘에 의해 성대 쪽 방향으로 밀쳐진다.

그러다 ’폭발 단계‘에서 성대가 열리면 압축되었던 공기가 기도 밖으로 밀린다. 펑 소리와 함께 터진 샴페인 병과 똑같이, 기침 행위 중 빠져나가는 공기와 함께 액체도 끌려나간다. 최고 6m까지 날아갈 수 있는 액체 방울들은 최대 3,000개나 되고, 기침을 주변으로 밀어낸다.

기침은 코안에서는 냄새 및 유해물질을 통해, 성대 부위에서는 기계적이거나 화학적 자극에 의해, 기도에서는 염증 자극을 통해서 유발된다.

기침은 대개 급성으로 나타나지만, 전 세계 인구의 10%가 3달 넘게 지속되는 만성 기침을 앓고 있다. 또한 원인불명의 기침을 앓는 이들은 대다수가 여성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예민한 기침 반사를 가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기침은 모든 강박적 행동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표현일 수 있다. 다른 기침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심리적 원인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런 기침 형태의 경우 약은 효과가 없다.

3. 폐 노화의 3가지 징후

(1) 폐 노화의 첫 번째 단면은 장기 그 자체와는 간접적으로만 관련이 있다. 노령의 나이에는 흉곽의 건축이 변한다. 척추체, 늑골, 추간판의 모양이 왜곡되고 흉부 척추가 앞으로 굽는다. 모든 흉부 척추전만증은 폐의 확장과 유연성에 방해가 된다. 각 늑골 사이의 거리는 좁아지고, 횡격막이 고정된 하부 늑골 아치는 척추에 바짝 가까이 밀린다. 그렇게 되면 늑골간근과 횡격막은 작업에 방해를 받고 폐의 용적이 줄어든다. 더 나쁜 것은 외부 폐 부위가 더 이상 늘어나거나 통풍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관지 청소 작용이 방해를 받으면서 점액성 카타르, 만성 기관지염, 폐렴의 위험이 증가한다. 여기서는 여성들이 더 위험하다. 흉곽 변형의 원인은 골다공증일 때가 많은데, 약 80%의 경우가 여성이다. 무엇보다도 갱년기에 떨어지는 에스트로겐 수치, 비타민D 결핍, 운동 부족, 흡연 같은 생활습관이 골다공증의 주원인이다.

(2) 폐 노화의 두 번째 단면은 점액섬모청소기관 기능의 감소다. 이 기관지 청소부들의 꼼꼼함은 해가 지날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다. 우리 기관지의 세척력은 75세가 되면 35세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보다 노령기에 섬모의 운동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데 기인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흔히 물을 너무 적게 마신다. 그래서 기관지 점액이 더 뻑뻑하고 끈적거린다. 그러므로 노년기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폐에 좋은 보약이 된다.

(3) 영국의 연구자들은 얼굴 부위의 주름살 깊이가 폐 조직의 탄력성을 반영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텔로미어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흡연할 경우 피부세포에서나 폐의 지지세포에서나 똑같은 속도로 짧아진다. 흡연만큼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0년 동안 하루에 한 갑을 피운 50대 흡연자의 텔로미어는 비흡연자보다 30% 더 빨리 늙는다. 그의 폐는 60세의 것처럼 조기 노화된다. 거기에 흡연과 배기가스에 들어 있는 유리기들은 기관지에 염증을 유발해, 이것이 다시 노화 과정을 더 가속화시킨다. 이른바 염증 노화다.

이 진행 과정들은 폐 용적 감축의 양이 매년 10~15mL이던 것을 40~50mL로 올리고,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100mL를 초과해 가속화된다. 이것은 20~30년 후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기조차 얼마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질은 애당초 물 건너가고, 그 대신에 장애나 죽음의 위험이 남는다. 이 자유 낙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금연이다. 담배를 끊으면 다시 소중한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4. 폐암은 조기 진단이 관건

현재 암묵적으로 모든 폐암의 90%는 흡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나머지 10%는 다른 환경영향과 유전적 요인들에 의해 발병한다. 다른 암 종류들과 같이 폐암의 빈도는 고령에서 높아지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70세 전후이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더 젊은 시기에 폐암에 걸린다. 40세 미만의 환자들의 경우 여성 환자가 절반에 달한다. 여성은 담배 연기 속 암 발병 성분에 대해서 더 민감하다. 크기가 작은 여성의 폐는 기관지 점막에 있어서 암 발병 성분의 더 높은 밀도를 의미한다. 여성의 성호르몬도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체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높은 농도는 암 발병 성분의 체내 해독작용을 방해한다.

폐암은 오랫동안 아무런 증상도 유발하지 않는다. 기침, 각혈, 흉통, 피로, 체중감소 등의 증상들은 암이 이미 퍼진 후에야 나타난다. 이는 의사나 당사자들에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폐암은 조기에 발견해야만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폐암의 조기 생존율은 약 70%이다. 늦게 발견될수록 생존율은 점점 암담해진다. 대부분 진단을 받은 순간 폐암 환자들의 4분의 1만이 수술 가능한 단계에 있다. 수술을 통한 종양의 완전한 제거는 장기 치료의 일환으로 모든 종류의 암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환자 다수에게 약물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의 가능성이 그나마 남는다.

5. 젊고 건강한 폐 만들기

(1) 약간의 오염도 감수하지 않기

폐를 아껴주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 간단하다. 담배만 안 피워도 절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 건강한 식사, 생산적인 취미 활동, 주체적 삶까지 함께하면 완벽하다. 식수에는 단 1g의 화학물질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약간의 오염은 감수해야지.”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사 가기 전에 지하철역, 병원, 학교, 편의점 위치를 꼼꼼히 확인한다. 하지만 공기의 질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거주지를 고르는 기준으로 대기오염도를 더 깐깐하게 여겨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폐는 유해물질로 오염된 지역보다 깨끗한 공기에서 더 잘 성장한다.

그럴 수 없다면 가끔 산림욕이라도 즐겨야 한다. 삼림욕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혈압을 낮춘다. 특히 숲의 공기 중 성분은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삼림욕은 이이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기도 질환의 치료요법으로도 실험되고 있다. 산책 1~2시간만으로도 환자의 폐 기능, 우울증, 염증 수치를 개선한다. 깨끗한 공기의 효과는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이다.

(2) 규칙적인 사우나

감기나 기관지염은 그렇게까지 심한 병이 아니다. 조금 앓는다고 해서 폐의 면역체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그래도 기도에 적당한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거기에는 충분한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호흡 연습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사우나도 도움이 된다. 사우나의 수증기는 순환계에 부담이 덜 되면서도, 기분 좋은 체험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위에 감기가 유행하면 비누로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의외로 지키는 사람은 많이 없다.

아무리 건강한 폐라 하더라도 모든 위협을 쉽게 물리칠 수는 없다. 이미 병들었다면 더욱더 어렵다. 폐렴 같은 질병은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더 좋은 것은 아예 그 상태까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폐렴구균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부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귀찮더라도 예방주사는 꼬박꼬박 맞아야 한다.

(3) 폐에 좋은 식품들

식단 관리는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폐는 무엇보다도 해로운 영향에 대한 최선의 보호를 위해, 산소 유리기의 해독을 지원하고 면역세포의 면역기능을 개선하는 영양분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비타민, 무기질, 미량원소, 아미노산, 필수지방산, 중요한 2차적 식물 성분인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는 꼭 필요하다. 또한 프로바이오틱 요구르트, 식물성 섬유질, 비타민D 같은 식품 함유 성분은 알레르기 리스크를 낮춰준다. 영양분을 통해 비타민A, C, E를 너무 적게 섭취하는 사람은 최대 100mL 더 낮은 폐 용적을 가지고, 천식, 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식단은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폐를 위해 좋다. 과체중은 천식의 위험 요인이고, 무엇보다도 내장지방은 염증을 촉진해 만성기관지염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조장한다.

건강한 폐를 위한 식품들은 뿌리(강황, 생강, 마늘, 당근, 양파), 과일(딸기, 귤, 레몬, 바나나), 잎채소(케일, 시금치), 콩, 견과류(호도, 아몬드, 캐슈넛), 허브(고수, 바질), 지방(생선, 아보카도) 등이다.

(4) 염증을 줄이는 운동

폐를 느끼기 위해서는 운동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강도는 상관없다. 스포츠는 이완이며, 심신을 맑게 하고, 중요한 것을 하찮은 것으로부터 분리한다. 우리의 폐가 1분당 60번이 넘는 펌프질을 하게 되면, 육체가 비록 조금 따갑고 삐걱거려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사고는 완전히 호흡에 머물게 된다.

앉아만 있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흡연이다. 약간의 육체 활동만으로도 섬모운동이 활발해지고 면역세포가 강화된다. 아무 활동이나 괜찮다. 기왕이면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이 좋겠지만. 뭐든지 무리하면 탈나기 마련이다.

운동은 하루에 1시간만 해도 염증을 줄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환자의 호흡곤란 발작을 예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울증 증세도 개선하고, 골다공증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5) 힘 빼고 호흡하기

호흡 훈련은 2가지 목적을 달성한다.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정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데, 그와 동시에 호흡근 역시 강화된다. 의식적이고 옳은 호흡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근육과 정신을 이완시키며, 몸 안에 쌓인 긴장을 풀게 하거나 예방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폐 용적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호흡이 짧아진다. 그 결과 쉽게 피곤하고, 매사에 무기력해진다. 이제 호흡에서 긴장을 뺄 시간이 왔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구조가 정해진 순서, 즉 요가의 호흡법이다. 호흡법은 내면의 고요를 바라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가장 적당하다. 깊고 의식적인 호흡은 신체 내의 유리기 부담을 줄이고 감염을 예방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호흡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 비해 스트레스에 덜 취약하다. 호흡법이 완전하게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저항력을 키워준다. 확실한 것은 이따금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산다는 것이다. 그 순간 폐는 우리를 돕는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수많은 사람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전 세계가 경제위기와 보건의료의 심각한 위험 속에 놓였다. 심지어 미세먼지까지 온 하늘을 뒤덮었다.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그동안 잘 몰랐던 호흡기 질환과 폐의 기능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 여태까지의 현실이었다. 이 책은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매우 반가운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꼭 읽어야 할 호흡기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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