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전미경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장서 산책] 전미경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3.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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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 진짜 변화를 불러오는 마음의 기술

저자 전미경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중독정신의학 분야의 연구를 주로 진행했으며 SBS <긴급출동 SOS 24>, <언니한테 말해도 돼>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았다.

이 책은 습관적으로 자책하고, 상처를 곱씹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나쁜 심리 습관의 악순환을 끊고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썼다. 자신의 숨겨진 심리적 역량과 주도력을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목차는 ‘프롤로그, 1장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고리를 끊는 법, 2장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비로소 강해진다, 3장 인생이 쉬워지는 멘탈의 기술, 4장 괴로운 인간관계를 해결해야 인생이 풀린다, 5장 생각 속에서 빠져나와 진짜 인생을 살아라’로 되어 있다.

1. 자꾸만 나에게로 향하는 생각을 ‘지금 여기’로 잡아끄는 법

우리는 흔히 자기 성찰이 꼭 필요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을 곱씹는다고 해서 좋은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생각으로 감정 소모와 에너지 낭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복잡한 생각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머릿 속이 자기 자신으로 꽉 차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후회와 자책이 따라붙으며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감이 따라붙는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하지 않으려 들수록 점점 더 나를 잡아먹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에 깊은 의미가 있고 대단한 진실이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기와 의식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보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으로 주의를 돌려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우울할 때 가만히 우울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던가? 전혀 아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면서 자기가 우울했었던 것조차 잊어버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버드대 사회심리학자 대니엘 웨그너(Daniel Wegner)가 ‘흰곰 효과(white bear effect)’라고 이름 붙인 이론에 따르면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흰곰이 더 생각난다. 흰곰을 떠올리지 않는 방법으로는 까만 코끼리나 노란 카나리아를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도한 자기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주의를 잡아채는 불행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의도적으로 현재로 가지고 와야 한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커피의 향과 맛에 집중하자. 친구의 고민을 듣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친구의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자. 전시회에 가면 작가의 세계를 이해해보고 자연스럽게 감탄하자.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세상의 좋은 것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올 것이다. 친구의 마음이 느껴지고 벚꽃의 아름다움이 보이며 음악의 웅장함이 귀에 들릴 것이다. 그래야 세상을 향유하면서 세상 속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25~27쪽)

2. ‘믿는 구석’ 만들기

‘유리멘탈’과 ‘강철멘탈’의 차이는 뭘까? 멘탈이 좋은 사람은 그들만의 ‘믿는 구석’이 있다. 믿을 만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믿는 구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1) 경제력

경제력은 삶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요즘 청년들은 본인의 경제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행이기는 하나. 혹시 아니라면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스스로를 지키자. 경제력이 믿는 구석의 첫걸음이다.

(2) 실력

실력이 있으면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회사에서 남들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은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한다. 스스로가 조직에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얼마든지 스카우트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나의 몸값을 위한 것이 된다. 경제력이 믿는 구석의 커트라인이라면 실력은 믿는 구석의 가산점이다.

(3) 삶의 의미와 목적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수단에서 의사로 봉사하신 이태석 신부님은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고 사셨던 분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은 또 하나의 믿는 구석이 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이 없다면 어떨까? 공허하다. 그래서 당장의 쾌락을 찾아 성에 탐닉하거나 게임이나 술에 과하게 의존하고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쾌락은 공허함과 목마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쾌락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대체할 수는 없다.

(4)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 무엇

좋아하는 것은 삶의 윤활유가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며 인생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20대의 우성 씨는 웹툰 작가가 꿈이다. 열심히 공모전에 응모해 마침내 당선되었으며, SNS에 일러스트를 열심히 올려 스스로 홍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 플랫폼과 계약해 웹툰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준비 중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소질이 있으며, 이를 세상과 연결해 실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고민해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또 하나의 믿는 구석이 된다.

(5) 의미 있는 타인

의미 있는 타인이란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나를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사람, 내가 행복할 때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 나의 조건과 능력이 아닌 내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다. 부모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태어나면서부터 이 믿는 구석을 가진 격이다. 부모에게 아낌없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삶의 역경에 쉽게 굴하지 않는다. 힘들 때 부모의 품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인간관계는 세상을 살면서 맺는 인간관계 틀의 골조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가 의미 있는 타인이 아니라고 실망하지는 말자. 우리는 인생 시즌 1에서 만나는 부모 외에도 시즌 2와 시즌 3을 거치면서 친구나 스승, 배우자라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관계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꽉 붙들고 인생을 같이 살아보자. 나의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되어줄 것이다.(127~132쪽)

3. 인간관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인을 바꾸려는 헛된 노력을 한다. 왜 우리 엄마는 나를 간섭하고 통제하려 드는지 고민하고 엄마를 바꾸려 노력하겠지만 엄마는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 우리 회사 과장님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과장님이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장님의 행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인간은 타인을 통제해선 안 되고 통제할 수도 없다. 이 진리를 잊고 사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잔소리는 결국 상대방을 내 입맛대로 통제하기 위한 것일 뿐, 인생의 행복과의 상관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타인과의 거리 조정뿐이다. 거리를 조정하면 내가 타인에게 받는 영향을 바꿀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는 당장에라도 손절할 수 있고 좋은 친구에게는 나 또한 호의를 베풀어 서로 진정한 우정을 키울 수 있다. 서로를 힘들게 하는 배우자와 이혼을 해서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사람과의 거리를 내 입맛에 맞게 주도적으로 해보자. 선한 사람을 내 바운더리 안으로 들이고 선하지 않는 사람은 내 바운더리 밖으로 내보내자. 선의를 지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라. 선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라. 인간관계에서도 현명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198~199쪽)

4. 인생의 공허함에서 해방되는 법

“사는 게 공허하고 의미가 없는 거죠?”

“바로 그거예요.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라고 하는 대답은 솔직한 답변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는 건 스스로의 기호, 적성, 흥미, 나와 잘 맞고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 등등 나의 정체성을 모른다는 대답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아는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실현할 때 행복하다.

물론 사람마다 욕망은 다 다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를 늘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든 괜찮다. 남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된다. 욕망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 긍정적 욕심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이 없으면 삶이 심심하고 재미없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호모 욕망쿠스’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욕망만 있다고 행복하지는 않다. 그 욕망이 실현되어야 행복하다. 그러려면 인간은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유튜버로 성공하려면 편집부터 홍보까지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가지고 있는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호모 노력쿠스’가 되어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욕망도 알고 노력도 해서 그 욕망을 실현한 단계가 오면 당연히 행복하다. 내일이 기대되고 오늘 하루를 계획하고 실행하느라 하루가 짧다. 무채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세상에 살게 되는 단계다. ‘호모 재미쿠스’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지가 ‘호모 재미쿠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모 재미쿠스의 단계는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파악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사는가? 내 삶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일까?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알아보자. 추구하는 삶의 의미와 가려는 방향성이 일치하면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알게 되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에 “좋아요”나 “싫어요”, 혹은 “하고 싶어요”나 “하기 싫어요”라고 답할 수 있다. “잘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은 저절로 사라진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조금씩 줄여나가자. 자신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순간을 의식하자. 모르겠다는 습관적인 대답을 지양하고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만약 아무도 나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종이를 꺼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해보자. 나의 성격, 나의 목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갖고 싶은 것 등등. 처음에는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작업에 시간을 쏟아보면 자기 안에서 꺼내고 싶은 말들이 나온다. 이렇게 무채색 세상을 조금씩 색칠해보자. 무료함과 공허함이 들어올 공간이 없는 재미있는 하루가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228~230쪽)

이 책은 나쁜 심리 습관의 악순환에 갇힌 사람들에게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확실한 격려를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 달라질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심리적 역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것, 강한 마음 하나로 당신 스스로 달라질 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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