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기시미 이치로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장서 산책] 기시미 이치로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2.12 1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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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철학자다. 195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서양 고대철학사 전공) 만기퇴학을 했다. 전공인 철학과 병행하여 1989년부터 아들러심리학을 연구해오고 있으며 왕성한 집필 및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우리가 은퇴 이후를 불안하게 느끼는지 고찰하고 인생 2막을 맞이하는 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살피고 있다. 준비라고 하면 돈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필요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목차는 ‘머리말_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1장 정년은 왜 불안한가, 2장 인생 2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3장 일의 의미를 묻다, 4장 새로운 관계를 위해, 5장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6장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맺음말_오늘은 오늘을 위해서만 살라’로 되어 있다. 6장과 맺음말 부분의 내용을 요약한다.

1. 집안일을 분담하라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살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일과 인간관계가 변하고 그에 따라 다른 인간관계까지 변한다. 그럴 때는 뭐든 대대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요리를 비롯한 집안일을 해야 한다. 분담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을 때 하면 된다. 아이와 배우자가 학교와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왔으니 집안일 좀 해”라고 말해도 된다. 낮에 밖에서 일했으니 저녁에 음식을 차리는 등의 집안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집안일은 당신 일이잖아”라고 말했던 사람은 퇴직 후 집에서 살아가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과거는 과거다. 과거에 그랬다 해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189~192쪽)

2. 현실적으로 생활하라

이론은 생활에 뿌리내려야 한다. 땅에 발붙이지 않는 이론은 현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랜 경험에서 보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구체적’이란 다양한 조건을 추가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편 ‘추상적’이란 제한된 조건 안에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 조건을 생활에 결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거나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에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반면 땅에 발을 붙이지 않은 사람은 어떤 이론을 접했을 때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활 방식과는 동떨어진 이론이어도 지식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지식을 이해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우 관계, 나아가 사랑의 관계에서는 표면적 관계가 아니라 더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관계를 맺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 2막이 시작될 때 당황하게 된다.(193~197쪽)

3.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라

퇴직 후 시간이 너무 많아 따분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책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괴로움을 잊고 유쾌해질 수도 있다. 이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책을 읽는 ‘지금’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독서에는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처음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도 독서가 재밌다는 경험을 조금이라도 하고 나면 매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진다. 젊을 때 책을 잘 읽지 않았거나 읽어도 실용적인 책밖에 읽지 않았다면 먼저 재밌는 소설부터 시작해 고전까지 도전해 보면 어떨까.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혼자 사는 걸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제나 곁에 책이 있기 때문이다.(198~200쪽)

4. 뭐든 배워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이를 먹어놓고는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한탄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학창 시절처럼 작심하고 배우면 대개는 상당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기억력 쇠퇴를 공부하지 않는 이유로 드는 사람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정말로 기억력이 떨어졌다 해도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일에 써먹으려 하기보다 그저 한 글자라도 원어로 읽는 기쁨을 경험해보면 외국어 공부가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독서와 마찬가지로 언어도 배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지루함과는 무관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시간이 있다는 데 감사함도 느끼게 된다.(201~204쪽)

5.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라

‘인간은 가르치는 동안에 배운다(Homines dum docent discunt)’라는 라틴어가 있다. 가르침으로써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누가 나도 모르는 것에 관해 물어보면 조사를 해 뒀다가 다음 기회에 가르쳐 줄 수 있다. 어쨌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면 자신도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공헌감을 느낄 수 있다.

상담을 청해온다고 해서 모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들려줄 수도 있다.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들 결국 결정하는 것은 내담자다. 그러니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뭐 하러 물어봤느냐고 화낼 필요는 없다.(205~207쪽)

6. 오늘은 오늘을 위해서만 살라

인생 2막을 생각한다는 건 결국 삶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분명 은퇴 후에는 이런저런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그건 인생의 다른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젊은 시절에는 남은 삶이 아직 많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은퇴 후에는 앞날에 한계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젊은 시절이든 인생 2막이든 지금 이 순간밖에는 살지 못한다. 어쨌든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라는 날을 위해 산다.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또 하나,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이 아니라 산다는 데 있다. 지금 한 살배기 손주를 보고 있노라면 어쨌든 살아 있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 살아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앞날을 생각하며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후회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고 오늘이라는 날을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디며 살아가자.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208~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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