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장서 산책]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3.0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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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이 책의 저자 김혜남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목차는 ‘CHAPTER 1.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CHAPTER 2.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CHAPTER 3. 내가 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이유, CHAPTER 4.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CHAPTER 5.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CHAPTER 5’를 요약하여 소개한다.

1.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실수와 실패가 두려워 다가오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 보니 웬만한 실수와 실패로는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 설령 이혼을 하고, 회사를 그만둔다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다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고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길을 걸을 때 매일 똑같은 길로만 걷지 말고, 한 번쯤은 새로운 길로 가 보길 권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한 번쯤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라. 친구를 만날 때도 늘 가던 장소가 아닌 아주 낯선 곳에서 만나 보라. 그리고 뭐든 재미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한번 시도해 보라.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수없이 해본 사람과 매일 똑같은 행동만 반복하는 사람의 내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웬만한 일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다.(231~233쪽)

2.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삶을 지루해하거나 따분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돌봐야 할 사람이나 일이 있다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상실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융통성이 있다면 늙는다는 게 그리 두려운 일은 아니다. 노년을 향한 행진은 이미 유아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경험한 수많은 상실은 마지막 상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단련시켜 왔다.

그럼에도 좀 더 유쾌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이외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며, 나의 흥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며, 비록 내가 살 세상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처럼 자기 초월 능력을 가지면 머지 않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밀려오는 허무감을 극복하고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내가 죽어도 다음 세대를 통해 생명은 이어지며 세상은 존속한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이러한 믿음은 할아버지 할머니로서, 스승으로서, 조언자로서 내가 남긴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남기려는 노력은 노인들에게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또 지난 과거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버리고 현재에 충실하게 만든다. 이 세상의 세세한 부분을 듣고 보고 느끼며 그것에 감탄하고,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238~239쪽)

3.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다 간 흔적을 남기려고 애를 쓴다. 거대한 건물을 짓고 드높은 명예를 위해 목숨도 내놓는다. 그러나 나는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흔적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사랑을 하면 상처 또한 피할 수 없지만 사랑은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사람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또한 죽음 앞에서도 허무함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내가 죽는 날을 상상해 본다. 내 옆에서 두려움에 떠는 나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 줄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생에서 누려야 할 사랑을 충분히 주고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비루했던 내 인생이 비로소 완성되는 시간일 것이다.(245~246쪽)

4.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결국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부모인 내가 바라는 아이가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이 되도록 놔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아이가 대신 이뤄 주기를 바라는 기대를 포기해야 한다. 무의식중에 내 아이는 예쁘고, 말 잘 듣고, 똑똑하고,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믿었던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도 떠나보내야 한다. 지금 내 앞에서 웃고 있는 그 아이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이나 기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아이의 보폭과 시각에 맞춰 같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는 부모의 길이 있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길이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는 것뿐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첫 마음이 되어야 한다. 나는 가끔 어느새 다 커서 엄마가 된 딸과 30대 청년이 되어 버린 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나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가.(250~251쪽)

5.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 볼 것이다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은 열정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미칠 듯한 열애는 무모한 젊은 시절에나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무엇엔가 미쳐 보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니 한 번쯤은 일이든, 취미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을 다 던져 보라.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안겨 줄 것이다.(255~256쪽)

6. 힘든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안정과 유연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좌절과 모순, 상실을 견딜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인생의 히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짓는 잔잔한 웃음이 가치 있게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웃음이 모순을 겪고 난 뒤에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에서부터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머 감각이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우선 쉽게 흥분하지 않는 법, 상황을 파악하는 힘부터 기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포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웃음으로 껴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니체는 말했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고, 그러니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261쪽)

7.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도록 돕는 힘을 말한다. 상처가 난 자리에서 새 살이 돋듯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회복탄력성, 그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도 살아남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회복탄력성 덕분이었다.

당신도 지금 좌절과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가. 그렇다면 기억하길 바란다. 신은 우리에게 고난과 상처를 주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 또한 선물로 주었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믿는다.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은 분명 자신을 추스른 다음 움직일 것이고, 하루하루를 이겨낼 것이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그러니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껏 당신 내부에 잠재돼 있던 놀라운 힘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다.(265~266쪽)

8.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의 삶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를 다독여 주며 나의 공포를 나눠 가질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손에 내가 이제껏 들고 있던 삶의 바통을 넘겨줄 수만 있다면 죽음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음은 오히려 내 인생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바람이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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