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마르타 자라스카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장서 산책] 마르타 자라스카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4.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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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이 책의 저자 마르타 자라스카(Marta Zaraska)는 건강, 심리, 환경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전방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그 비결을 찾아 나선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노화를 관찰하고, 지중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주최하는 ‘장수 캠프’에 참가했으며, 일본 나가노현 장수마을 노인들의 생활습관을 체험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노화와 건강, 수명에 얽힌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했다. 수많은 연구와 실험들이 내놓은 결과는 우리가 장수의 황금률이라고 믿고 있던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식습관, 장수 유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이웃을 돕는 일이 헬스장에 다니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지, 친구와 함께 하는 조깅이 혼자 달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목차는 ‘제1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1.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2.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3.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제2부 외롭지 않게 아프지 않게 4.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5. 외로우면 아프다, 6. 단짝 효과, 7. 공감의 마법, 8. 이타적 행동이 유전자를 바꾼다, 9.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10.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11.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20세기와 21세기에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된 많은 연구에 따르면, 마음가짐과 사회성이 수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삶에서 딱 한 가지만 변화시키고 싶다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최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음을 이들 연구는 보여준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가지 통계가 있다.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6인분 이상 먹으면 하나도 먹지 않는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26퍼센트까지 낮아진다. 유명한 지중해식 식단을 고수하면 몇 년 내에 사망할 위험도가 20~21퍼센트 낮아진다. 많은 사회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그 수치가 훨씬 더 커진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망 위험도가 49퍼센트 낮아지는 것과 같다. 심지어 그냥 룸메이트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살면 사망 위험도가 19~32퍼센트까지 낮아진다. 그 밖의 마음가짐과 사회지표는 건강에 대단히 좋은 식생활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자원봉사는 약 22퍼센트까지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데,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경우와 비슷하다. 행복한 결혼생활, 튼튼한 친구관계, 소속감 등 모든 걸 합치면 사망률이 무려 65퍼센트 줄어든다.(152~153쪽)

저자가 권장하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습관’은 다음과 같다.

1. 단백질 분말, 값비싼 유기농 식품, 기적의 식품(기적은 없다)은 잊어버려라. 종합비타민 섭취를 멈춰라. 로제타 마을 사람들처럼 이웃과 함께 수다를 떠는 게 부작용도 없으면서 건강에 더 좋다. 건강 측정기는 떼버려라. 공동체 텃밭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 좀 과체중이더라도 체중 감량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약간의 과체중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주며, 통통한 사람들은 대체로 비쩍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159쪽)

2. 고독감을 느낀다면, 첫 단계는 이 감정이 생물학적 적응이지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탓을 멈춰라. 사고방식을 바꾸려 노력하라. ‘모두가 날 싫어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래, 내가 원하는 만큼 사회성이 있는 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라.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셔라. 사회적 위협에,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지에 집착하지 마라.(190쪽)

3. 애정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념하라. 좋은 반려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책과 기사를 읽어라. ‘요한묵시록’의 네 기사인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의사방해를 피하라. 일상에서 일어난 좋은 일에 대해 자주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눠라. 함께 새롭고 흥미진진한 일을 시도하고 재미있게 보내라. 우정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라. 우정은 사랑에 뒤이어 100세까지 장수할 가능성을 높이는 두 번째 요인이다.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비밀을 털어놓아라. 스마트폰을 밀쳐두고 소셜 미디어를 줄여라.(223쪽)

4. 공감 능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라. 공감 능력은 고독감을 방지하는 약이다. 공감 능력을 높이는 영화를 보고 공감에 관한 책을 읽어라.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도록 노력하라. 공감 능력을 키우는 강좌를 듣고 아이들이 이런 강좌를 듣게 하라.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라. 운동을 한다면 그룹 조깅, 조정, 실내자전거 타기같이 친구들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을 택하라.(254쪽)

5. 진화된 돌봄 체계를 활성화하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가족을 돌보며, 진정 믿는 대의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라. 그것은 예술에 투자하는 것일 수도 있고, 희귀병과 싸우는 일일 수도 있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 친절을 베풀어라. 다른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커피를 한 잔 사거나, 무작위로 정한 자동차의 창에 상냥한 쪽지를 남겨라. 지역사회의 공간을 재생하라. 지역의 텃밭을 만들고 중심가를 보행자 전용으로 만드는 데 투표하라. 지역 상점에서 쇼핑하고,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걸어 다니고, 쓰레기를 줍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눠라.(286쪽)

6. 신경과민이면서 그다지 성실하지 않다면 이러한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러면 건강에 이득을 가져다준다. 몇 주 동안 간단한 훈련만 하고도 성격이 변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과거를 곱씹는 일은 피하라. 자주 화를 내고 냉소적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하라. 낙천성과 기쁨이 수명을 늘려주기는 하지만 궁극의 목표로서 행복을 좇지는 마라. 대신에 목적을 찾으려 노력하라. 그렇게 하면 삶이 더 의미를 갖게 될뿐더러 더 오래 지속될 터이다.(313쪽)

바쁜 현대인들은 채소와 과일을 몇 그램 먹었는지, 비타민 함유량이 얼마인지,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 등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과학은 덜 걱정하고, 가족 또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는 일처럼 측정되지 않는 것들의 효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튼튼한 사회적 관계와 공감 능력, 삶의 의미를 통해 더욱 건강한 삶에 이르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가득한 이 책은 질병과 우울과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며, 동시에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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