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이야기】 (42) 인간을 죽게 할 자유가 있을까?
【생사이야기】 (42) 인간을 죽게 할 자유가 있을까?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2.07.2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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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자유의지를 주었다.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태어날 자유와 죽을 자유는 주지 않았다. 그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인간에게 태어날 자유는 없지만 태어나게 할 자유는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죽을 자유는 없지만 죽게 할 자유는 있을까?

당연히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자유가 주어진다면 인간은 모두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형이란 제도가 인간에게 죽게 할 자유를 부여한 것이 된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이라는 절차에 의하여, 거기다가 몇 가지 명분을 붙여서 말이다.

 

사형제도 찬성론자(사형존치론자)들은 말한다.

다른 사람을 살해한 흉악범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서 그의 생명을 박탈하여 응징하는 것이 공평하고 정의에 맞다. 그렇게 해야만 앞으로의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범죄자를 교도소에 수용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형이 무기 또는 종신형보다 더 인간적일 수도 있고, 국민의 일반적 법감정에도 맞다.

 

사형제도 반대론자(사형폐지론자)들은 반대로 말한다.

법관도 인간인 이상 오판의 가능성이 있고, 정치적 또는 인종적 측면에서 사형이 악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다. 범죄의 일반 예방 효과는 증명이 불가능한 것이고, 형벌의 목적은 응징이 아니라 범죄자에 대한 교화 또는 재사회화에 있다. 범죄에 대한 책임은 범죄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공동의 책임이 있으며, 비교법적으로 보아 사형을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사형 방법은 교수형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사형 방법은 교수형이 원칙이다.

 

1944년 미국에서 각각 7, 11세인 백인 여자아이 둘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엉뚱하게도 이들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다고 증언한 14세 흑인 소년 조지 스티니가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밥을 굶기는 등 협박을 가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냈다. 재판에 회부된 스티니는 부모를 만날 기회도 변호의 기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하여 10분 만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틀 후 사형장으로 끌려간 스티니는 키가 작아 성경책을 밑에 깔고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집행을 받았다.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죽어야 합니까"가 애절한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사형집행이었다. 2004년에 재조사가 시작되고 재심  청구가 추진되었다. 아무런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술서도 없었으며 유일한 증거였던 자백이 강압에 따른 것이었음이 밝혀졌고, 특히 한 백인 남성이 죽기 직전 자신이 70년 전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사실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스티니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잠들어 있었다. 스티니의 억울한 죽음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사형폐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인종차별로 사형대에 오른 14세 소년 조지 스티니
인종차별로 사형대에 오른 14세 소년 조지 스티니

 

우리나라에는 사형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1997123023명에 대한 사형집행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사형존재국가이지만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 두 번 합헌 결정을 내린 뒤 다시 세 번째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인간에 의하여 인간을 살해하는 사형제도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헙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 찬성으로 위헌결정이 내려진다
헙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 찬성으로 위헌결정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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