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절골 단상(斷想)
(37) 절골 단상(斷想)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0.10.2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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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절골계곡 김영조기자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청송 절골계곡 김영조기자

 

신선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청송 주왕산 절골계곡을 찾았다.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길이라 하여 운수(雲水)길이란다.

운수길 표지판  김영조기자

 

깊고 긴 협곡에 깎아지른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 있고,

단풍 명소의 이름값에 어울리게 처처소소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지러운 세상을 만난 탓인지 예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고고한 자태는 여전하다.

 

올라가는 길에 형이하학생(形而下學生)으로 보이는 두 젊은이에게 물어본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저 위에 운수암(雲水菴)이라는 ’()이 있었다 하여 찾아갑니다.

십리계곡이라는 천하제일의 ’()이 있다 하여 찾아갑니다.

옆에 있던 어린 꼬마가 자랑삼아 거든다.

그래서 절골이라 카는가 보네요.”

 

한 아저씨가 소원석(所願石) 돌탑을 쌓고 있다가 자랑한다.

제가 쌓은 것인데 신발을 신고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돌 쌓는 기술이 탁월하시네요. 하나의 예술작품 같습니다.”

칭찬에 미소 지으며 내려가는 아저씨 뒷모습을 보니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 마음껏 달리고 싶은 간절한 희구(希求)의 열망으로 돌탑을 쌓았구나.

부디 차이는 있고 차별은 없는 우리네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면서도 마음은 착잡하다.

신발을 신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한다  김영조기자

 

인생은 끝 모르는 긴 여정이던가.

흙길이 있는가 하면 돌길도 있고,

편한 길이 있으면 험한 길도 있고,

오르는 길이 있으니 내려가는 길도 있고,

 

너와 나는 서로가 디딤돌 되고자 징검다리를 만들었건만,

디딜 곳도 의지할 데도 엄마의 사랑도 없는 여덟살 라면 소년은

맑고 고운 꿈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향하는 저 구름다리를 건너고 말았네.

 

부디 저 세상에서는 가난도 없고, 화재도 없고, 외톨이도 없이

마음껏 먹고 뛰놀며 사랑을 받으며 살 수 있는 행복한 삶이 되라며

왠지 분한 가슴 쓸어 담으며 나무와 바위와 물과 하늘에 빌어본다.

 

단풍 꽃은 왜 저리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꽃이니까 아름다운 거냐?

아름다우니까 꽃인 거냐?

선문답(禪問答)식 질문과 답변은 잠시 치우고 생각에 잠겨본다.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름다운 꽃도, 젊은 청춘도 세월이 흐르면 변해가는 것

아름다운 꽃과 잎이 낙엽 되어 떨어지는 것은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기 위한 숭고한 모정(母情)의 희생정신이어라.

 

내려오는 길에 형이상학생(形而上學生)으로 보이는 두 노신사에게 물어본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자유로운 영혼이 정해진 곳이 있나요. 마음 내키는 대로 ’()로 가지요

이 세상에서 좋은 구경 많이 했네요. 이제 소픙 마쳤으니 ’()로 가야지요.”

또 꼬마가 끼어든다.

또 절골로 가면 안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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