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이야기】 (44) 비슬산 단상(斷想)
【생사이야기】 (44) 비슬산 단상(斷想)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2.09.06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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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은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의 아름다운 산이지만 무장애 데크로드가 설치되면서 더욱 아름답고 정의로운 산이 되었다.

모처럼 비슬산을 올랐다.

지난봄 화려하게 피었던 참꽃 자리에 초원이 뒤덮여있다.

세월 따라 꽃은 피고 지고 나무는 푸르렀다 낙엽 되어 떨어지지만 정상 천왕봉의 웅장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비슬산의 봄과 여름 모습 김영조 기자
비슬산의 봄과 여름 모습 김영조 기자

 

비슬산을 오르며 한 가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무장애 데크로드 입구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 모퉁이 한쪽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대견사 방향의 큰 도로를 따라갔으나 나 혼자 호기심으로 표지판을 따라가 보았다.

‘무장애 데크로드 입구’ 표지판 김영조 기자
‘무장애 데크로드 입구’ 표지판 김영조 기자

 

그러나 이게 웬 일일인가.

이름 그대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걸어갈 수 있도록 평평한 데크로드가 참꽃 군락지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잠시 가슴이 벅차오르며 코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참꽃 군락지까지 연결된 테크로드 김영조 기자
참꽃 군락지까지 연결된 테크로드 김영조 기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이렇게 배려와 정성을 다해주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고마운 일인가.

이제 장애인들도 비슬산 참꽃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활짝 웃으며 기쁨에 젖어있을 그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어른거린다.

복지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장애로 겪는 육체적 불편은 차치하고 사회적으로 받는 차별과 냉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도 정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기쁨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들을 따뜻이 배려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장애도 편견도 차별도 불편함도 없는 평화로운 길이 하늘을 달리고 있다 김영조 기자
장애도 편견도 차별도 불편함도 없는 평화로운 길이 하늘을 달리고 있다 김영조 기자

 

인간이 최상위의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양보하고 협력한다는 데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물소무리는 개체 수도 많고 힘도 세지만 사자무리에게 당하는 것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서로 협력하여 대항하면 능히 사자를 이길 수 있겠지만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다가 잡아먹히게 된다.

 

호모사피엔스로 통칭되는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들을 멸종시키고 현재까지 우세종으로 생존해올 수 있는 이유도 공동체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보다 뇌도 크고 근육질의 강한 신체를 가졌으나 그들에게는 공동체 정신이 없었기에 멸종하였다.

 

공동체를 위하여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며, 약자가 있으면 배려하고 나누어 주는 것이 공평한 삶이다.

장애 때문에 눈물로 일생을 보내야 하고, 빈곤이나 질병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우리 이웃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각자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고 누리고자 하는 삶이 있고 추구하는 행복이 있다.

그것을 온전히 보장해주는 것 또한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런 사회가 복지국가이고 정의롭고 공정한 국가이다.

 

정의란 각자에게 자기의 몫을 주도록 하는 항구적인 의지이다

로마 최고의 법학자 울피아누스(Ulpianus)의 말이다.

사회적 약자에게도 몫을 나누어주고 배려해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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