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이야기】 수건과 걸레의 한판 승부
【생사이야기】 수건과 걸레의 한판 승부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3.07.1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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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취이모(勿取以貌)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한 집에 수건과 걸레가 살고 있었다.

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걸레가 벽에 걸려있는 수건을 쳐다보았다.

수건이 같잖다는 듯 노려보며 말했다.

“뭘 봐, 생긴 꼬라지하고는. 냄새나서 같이 못 살겠어. 딴 데로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걸레도 지지 않고 덤비며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 나 때문에 세상이 맑고 깨끗해지는 거야. 그리고 나도 한때는 너보다 잘 나갔었어. 너무 고고한 척하지 마. 너도 언젠가는 나 같은 신세가 될 거야.”

“택도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국어 공부를 못했나. 주제 파악도 못하고. 아니면 수학 공부를 못했나. 분수도 모르고 지껄이게.”

걸레가 한술 더 떴다.

“영문도 모르고 나불대는 너는 영어 공부도 못했나 보구나, 사실 내가 너 선배야. 게다가 성분과 출신이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야.”

“걸레 주제에 무슨 놈의 선배 찾고 출신 운운하는 거야.”

“네가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도 수건이었어. 그러니 당연히 선배지.”

“그럼 성분은 뭐고 출신은 또 뭐야?”

“너는 목화로 만든 면사수건이고 나는 대나무 펄프로 만든 죽사수건이야. 너 하고는 성분이 다르지. 그리고 너는 쪽방동네 할매 순대집 개업 출신이잖아. 너 얼굴에도 그렇게 찍혀 있어.”

“그런 너는 뭔데?”

“나는 말이야. 시티 센터럴 호텔 그랜드 오픈 출신이야. 너 하고는 차원이 달라.”

“야. 이 걸레 같은 것아. 그 주제에 무슨 놈의 외국어까지 쓰고 야단이야. 과거 얘기하지 말고 지금의 너 신세나 한탄해라.”

화려한 모습의 수건보다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걸레의 역할과 활동이 더 빛을 발한다.
화려한 모습의 수건보다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걸레의 역할과 활동이 더 빛을 발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집에서 키우던 애견이 방에서 변을 보고 말았다.

일곱 살 먹은 꼬마가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고함을 질렀다.

“엄마, 똘이가 방바닥에 똥을 샀어. 어떡하지?”

“걸레로 닦아서 버려라”

그 소리에 걸레가 깜짝 놀라 울먹였다.

“아. 이제 내 운명도 끝났구나. 개똥을 품에 안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구나.”

수건이 좋아하며 깔깔대고 있었다.

“그래 잘됐네. 내 그럴 줄 알았다. 걸레나 쓰레기나 그게 그거지.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잘 가거라.”

그런데 이 꼬마 아저씨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엉겁결에 걸레 대신 수건을 들고 똥을 닦으려고 하였다.

수건이 기겁하며 항변하였다.

“꼬마야, 아니 아저씨, 나 걸레가 아니야. 나는 수건이야. 저쪽 구석에 있는 쟤가 걸레야.”

그러나 꼬마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건으로 똥을 닦고 말았다.

운명을 직감한 수건이 마지막으로 애걸하였다.

“아, 주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저를 쓰레기통으로 버리지는 말아주세요. 걸레라도 좋으니 걸레로 만들어 주세요.”

애걸도 소용없이 수건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넣고는 뚜껑을 닫아버렸다.

수건은 컴컴하고 무섭고 쾨쾨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는 암흑세계로 빠져들고 말았다.

물취이모(勿取以貌)란 말이 있다.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세계적 대학인 스탠퍼드대학교의 설립자 릴런드 스탠퍼드(Amasa Leland Stanford)의 이야기다.

그는 광산업자이자 철도건설업자로서 많은 부를 쌓았다.

16세 아들이 장티푸스로 사망하자 아들이 잠시 다녔던 하버드대학교에 기념물을 남기고 싶다며 대학 총장을 만나러 갔다.
남루한 옷차림의 스탠퍼드 부부를 본 총장이 귀찮은 듯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한 다음 겨우 만나주었다.

부부가 학교에 건물을 지어 기증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총장은 거만한 태도로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건물 하나 짓는데 750만 달러가 넘게 들어가는데 도대체 얼마를 기증하겠다는 겁니까?”

죽은 아들을 위해 유산을 모두 하버드에 기부하려고 한 것이었으나 그의 태도에 실망한 부부는 그대로 자리를 나와버렸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대학을 세웠으니 바로 스탠퍼드대학교이다.

이런 사연을 뒤늦게 알게 된 하버드대학교에서는 학교 정문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붙여 놓았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스탠퍼드대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 종합대학이다.
스탠퍼드대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 종합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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