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양심의 자유와 올바른 양심
(36) 양심의 자유와 올바른 양심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0.08.3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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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질서나 안녕에 대한 공동의 이익(common interest)에 비추어 양심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알고’ 느끼는 보편적 생각이 바로 올바른 양심이다.
맹자   위키배ㅐㄱ과
맹자 위키백과

 

공원 한 구석에 다음과 같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양심을 버리지 맙시다

가끔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젊은이 하나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한 마디 했다.

양심을 버리지 맙시다.”

그러자 젊은이가 대꾸를 한다.

아니요. 전 양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요"

은근히 화가 난 노신사가 결정적으로 한 마디 던졌다.

양심이 쓰레기인지 쓰레기가 양심인지 모르겠네

 

양심(良心)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말한다.

양심을 의미하는 영어의 conscience와 독일어의 Gewissen함께 알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συνείδησις, 라틴어의 conscientia에서 유래한다. 민족, 언어, 신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나 생각, 혹은 만인이 다 같이 옳다고 느끼는 생각을 말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면서 그 논거로서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만약 이웃집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할 때 이를 구하지 않는 경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나 책임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도덕의 명령인 양심에 따라 아이를 구하게 된다. 그래서 맹자는 양심은 경험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 선험적(先驗的), 생득적(生得的)으로 생긴다고 하였다.

우리 인간에게는 양심이란 것이 존재하며, 그것이 도덕적 기준이 되어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인간을 비추는 유일한 등불은 이성이며, 삶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유일한 지팡이는 양심이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말이다.

하인리히 하이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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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19)”고 규정하여 양심을 헌법적 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이를 제한하는 병역법 규정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해석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에 대하여 처벌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양심을 이유로 군대를 안 갈 수 있다면 누가 군대를 가겠는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군대 간 자는 모두 비양심적인 것이냐? 대체복무를 한다고 하지만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양심을 마음속의 삼각형으로 비유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행위를 하면 삼각형이 돌아가면서 마음을 찔러 아프게 한다. 이를 계속 돌리다 보면 모서리가 무뎌지면서 나중엔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

양심을 신뢰하고 실천하는 사례도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한 도서관에 32년 전에 빌려간 책을 반납한 양심 도둑에 관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그는 그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낡은 책과 함께 기부금을 동봉하여 보냈다. “책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훔쳐간 뒤 마음으로 뉘우치고 보상하려는 용기에 감동받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부산 중구 동광동에서는 소나기 등이 내려서 급하게 우산이 필요한 경우 주민 누구나 동주민센터에서 우산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양심우산 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구 동구 동촌동에서는 동촌유원지에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보고 반납할 수 있는 '양심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코로나 사태로 일시 운영 정지 상태임).

이와 반대로 서울시가 중구 서울역 인근 고가 정원인 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양산을 빌려준 지 한 달 반 만에 양산 400개 중 300여 개가 사라졌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별로 우산, 안전모 책, 장난감 등을 함께 나눠서 쓰자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일부 시민들의 양심 불량행위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양심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양심불량 행위. 양심이 찔리는 행위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물론이고 가짜뉴스의 제작 및 전파,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사기 상술 등도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위험의 개연성이 높은 대중 집회 개최나 참가, 일부 종교단체의 허위명단 제출 및 방역방해, 진단검사 거부, 자가 격리 이탈, 마스크 미착용 및 방역수칙 거부 등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양심 불량행위는 자신과 다른 개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구성원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지만 그것이 불량한 양심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공공질서나 안녕에 대한 공동의 이익(common interest)에 비추어 양심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사실 올바른 양심인지 불량한 양심인지 확인하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알고느끼는 보편적 생각이 바로 올바른 양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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