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꽃'의 기막힌 효능과 이야기들
'광대나물 꽃'의 기막힌 효능과 이야기들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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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 꽃"의 꽃말은 '그리운 봄', '봄맞이'이다.
들의 뚝에 서식하는 '광대나물 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광대나물 꽃’은 생활주변의 공터나 텃밭, 들판과 야산 등에서 볼수 있다.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풀로만 생각하던 것들이 예쁜 꽃은 물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관심 있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요즘 들판의 새싹들을 보면서 쑥 냄새에 이끌려 따라 가든 중 밭둑에서 분홍색 예쁜 옷을 차려입고 쌩긋이 웃고 있는 꽃처녀를 보았다.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로 곁눈질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반하여 카메라를 꺼내어 추억을 남겼다.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 풀과의 두해살이풀로서 꽃말은 ‘그리운 봄’, ‘봄맞이’이다. 일명 나발나물, 코딱지 나물 이라고도 한다.

풀밭이나 습한 길가에서 잘 자란다. 높이 30cm 정도이다. 줄기는 모가 나고 가지를 치며 비스듬히 눕기도 한다. 잎은 길이 5∼10cm, 넓이 3∼8cm로서 마주나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둥글다. 위쪽 잎은 잎자루가 없고 양쪽에서 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잎 앞면과 뒷면 맥 위에 털이 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광대나물 꽃'이 자라면서 꽃이 피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3월경부터 붉은 자줏빛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씩 돌려난 것처럼 핀다. 꽃받침은 끝이 5mm 정도이고 5갈래로 갈라지며 잔털이 있다. 화관은 대롱 부위가 길고 아랫입술꽃잎이 3갈래로 갈라지며 윗입술꽃잎은 앞으로 약간 굽는다. 4개의 수술 중 2개는 길고 닫힌 꽃도 흔히 생긴다. 열매는 분과로 3개의 능선이 있는 달걀 모양이며 전체에 흰 반점이 있고 7∼8월에 익는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국·중국·일본·타이완·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효능을 살펴보면,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고혈압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혈액순환 촉진, 혈전제거, 관절염·근육통·신경통, 허리통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연골조직 강화, 부러진 뼈 재결합 기능(접골초), 척추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반신불수) 치료 손발이 저리고 뼈가 쑤시는 증세 개선, 종기 치료, 타박상, 인후염 치료 등에 효능이 있으며 만성간염, 간경화, 간 부종, 황달 치료 (지친 간 빠른 회복 도움이 됨) 축농증 치료, 자궁근종 효능, 중풍치료, 림프절염(암) 치료 탁월 등의 효능이 있다. 근육통이나 타박상에는 생초를 짓찧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낙엽속에서 활짝핀 '광대나물 꽃'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광대나물 이용방법을 살펴보면, ▶어린 순은 데쳐 나물과 된장국에 넣어 나물로 먹는다. ▶​약성이 강해지는 여름에 지상 부를 베어 말려서, 물 1리터에 5~10g 정도를 감초와 섞어 달여 차로 마신다.

​이용 시 주의할 점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과용하면 좋지 않다. 약으로 쓸 때에는 격일로 먹는 것이 좋다.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봄철 나물로 먹을 때는 데쳐서 우려낸 후 먹는다. 꽃은 독성이 없다.

■ 광대나물에 얽힌 이야기들

이나가키 히데히로(稻垣秀宏)라는 일본 사람이 쓴 "풀들의 전략"이라는 책에는 광대나물의 수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꽃은 아랫입술에 있는 두 개의 붉은 반점으로 꿀벌을 유도한다. 벌은 윗입술 천정의 유도 선을 따라 꿀샘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윗입술 끝에 있는 수술이 조용히 내려와 벌 등에 꽃가루를 묻힌다. '나는 바보'라는 딱지를 친구 등에 몰래 붙이는 십대들의 놀이 모습과도 흡사하다.

내가 본 광대나물 꽃은 벌이 머리조차 들이 밀 수 없을 만큼 작았는데 일본의 광대나물 꽃은 벌의 등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모양이다. 우리나라 광대나물 꽃은 대체로 붉은 반점이 없는 편이고, 벌들이 없는 겨울에 폐쇄화 속에서 자가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광대나물과 맞지 않는 듯하다. 아주 오랜 옛날에 우리나라에 건너온 광대나물이 어떤 일을 겪었을는지 상상을 해 보았다. 따뜻한 지방에서 철새들의 발에 붙어온 광대나물 씨앗은 거름기 좋은 밭에 자리를 잡고 봄에 꽃망울을 맺었다. 이른 봄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갈아엎자, 뿌리가 뒤집혀 말라가고 꽃망울은 땅에 처박혀 숨이 막혔다. 벌과 나비를 만나기는커녕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다. 그대로 허망하게 죽을 수 없었던 광대는 초능력을 발휘하여 미숙한 꽃 속에서 자가수분으로 씨앗을 만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광대의 2세도 이듬해에 같은 운명에 처했다. 이런 일이 수천 년 거듭되다보니 광대나물은 언제 갈아 엎어지고 뽑혀나갈지 모르는 잡초의 숙명을 깨닫고 아주 이른 봄에 나와서 폐쇄화 속에서 서둘러 씨앗을 만들어 놓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애써 벌들을 초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서 땡땡이 반점이 희미해지거나 아예 없는 꽃이 많아져갔다. 꽃도 점점 작아져서 벌보다는 훨씬 작은 등에가 더 많이 왔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 수백 수십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겨우 몇 년을 관찰한다고 해서 그 긴 역사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자연사 탐험이 된다. 광대나물과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뽑고 뽑히며 싸워왔는데 해마다 지천으로 피어난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유구한 세월을 이어온 잡초의 근성을 인간이 본받는건 어떨까.

'광대나물 꽃'이 피어나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게으름에게 업혀 갈 때 / 여관구

 

게으름은 나를 편안하게 해 주려고

무척이나 노력을 한다.

밥을 먹고 나면 편히 쉬라고

가만히 앉아 있게 하고

그것도 불편하면 누어라 배려한다.

배려심이 얼마나 큰지

내가 할 일을 자기가 다 해줄 것처럼

너스레를 뜹니다.

세월 속에 게으름이 묻히다보니

내 몸에 게으름이 달라붙어

굵어지는 몸 무거워지는 몸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니

사망의 음침한 골짝이로

게으름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나온 배속에 숨어있는 게으름을 쫓아내고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늦은 후회로

내 마음을 위로하며 발바닥에 불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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