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거미'가 우리 생활에 주는 역할
'호랑거미'가 우리 생활에 주는 역할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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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곤충뿐만 아니라 산림해충이나 농작물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이며 독물검출,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호랑거미 모습.  여관구 기자.

호랑이 해에 ‘호랑거미’ 한 마리 올려 봅니다. 거미는 거미목 왕거미 과의 절지동물로서 우리나라에는 140여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생활주변에 서식하는 거미들은 주로 호랑거미와 무당거미들이 많다.

암컷은 20∼25mm, 수컷은 5∼8mm이다. 머리가슴은 다소 납작하며 어두운 갈색 바탕에 짧은 은백색 털로 덮여 있다. 가운데 홈은 세로로 길고 목 홈과 거미줄홈이 뚜렷하다. 눈 부위가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눈은 8개의 홑눈이 두 줄로 늘어서는데, 앞 눈 줄은 곧고 뒤 눈 줄은 앞으로 심하게 굽는다. 곁눈은 서로 닿아 있다.

나무와 나무사이에 집을 지은 호랑거미.  여관구 기자.

가슴 판은 가운데에 누르스름한 세로무늬가 있고 그 양 옆은 어두운 갈색이다. 아랫입술은 가로로 넓다. 다리는 잿빛이 도는 갈색 바탕에 검은 고리무늬가 있으며 크고 억센 센털이 여러 개 나 있다. 더듬이다리는 연노랑색이다. 배는 뒤쪽이 넓은데, 3개의 노랑 띠무늬와 3개의 검정 띠무늬가 교대로 늘어서 있다. 끝은 뾰족한 편이다.

대표적인 남방계 거미의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등 남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뭇가지 사이나 풀숲 또는 처마 밑에 수직으로 대형 그물을 치고 가운데에 X자 꼴의 흰색 띠를 만든 뒤 그 교차점에 거꾸로 매달려 지낸다. 먹이는 파리·메뚜기·나비 등 작은 곤충에서 사마귀·매미·갑충 따위의 큰 곤충까지 잡아먹는다.

화단위에 서식하는 호랑거미 모습.  여관구 기자.

7~9월에 풀잎이나 나뭇가지 사이에 1~2개의 연녹색 알주머니를 낳는다. 알주머니 1개에 들어 있는 알의 수는 약 800~2,500개이다. 성체가 되는 시기는 6∼9월이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에 분포한다.

거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분 나쁜 동물로 경원시(敬遠視)되는 경향이 있으나, 인간이나 가축에 해를 끼치는 파리·모기·바퀴 등의 위생곤충뿐만 아니라 산림해충이나 농작물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또 독물검출에 이용되고 있을 뿐더러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거미는 어른이나 소아의 퇴병(고환염·부고환염·음낭염·음낭수종 등의 총칭), 소아의 대복정해(大腹丁奚: 복막 혹은 장간막림프선의 결핵성 병변으로 인하여 몸이 여위고 복부만 큰 상태), 벌·뱀·지네의 독을 다스리는 데 머리와 다리를 버리고 짓이겨서 쓴다고 하였고, 납거미는 비뉵(鼻衄: 코피)과 쇠붙이에 다쳐서 흐르는 피가 그치지 않는 데 즙을 내어 바른다고 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납거미를 칼로 벤 데 들보 먼지와 함께 쓴다고 하였으며, 또한 독종(毒腫)이 시작할 때 거미기름(삼복에 거미를 넣어 해 지난 참기름)을 넣으면 독기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거미가 주는 피해로는 거미의 독이 가장 크고, 배설물이나 거미줄로 옥내 외를 더럽히는 것이다.

숲에 서식하는 호랑거미 모습.  여관구 기자.

-속담

거미는 거미줄을 쳐서 곤충을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이러한 거미의 생태와 관련되어 속담이나 설화·민요 등이 형성되었다. 겉보기보다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라고 하며, 재주만 믿고 실행을 하지 않을 때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고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 위로하는 말로 “산 사람의 입에 거미줄 칠까.”라는 속담이 있다. 거미줄은 약하고 잘 끊어지기에 하나 마나 별 효과가 없는 일을 할 때 “거미줄에 목맨다.”라고 하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거짓 행위를 두고 “거미줄로 방귀 동이듯”이라는 표현을 한다.

소나무 숲속에 서식하는 호랑거미 모습.  여관구 기자.

-전설

거미에 관한 전설로는 함경북도 성진 광적 사(廣積寺)에 「광적사의 거미」라는 이야기가 있다. 광적 사에 살던 한 마리의 큰 거미를 그 절 주지가 귀히 길렀더니 나중에 처녀로 변신하고 산중의 못에 사는 용과 교접하여 청나라의 천자를 낳았다는 내용이다.

풍수 담으로는 거미 혈이라는 명당이 있는데, 이곳에는 상석(床石)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상석을 놓으면 거미줄이 끊어지거나 거미가 눌려서 달아나므로 복운(福運)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아들로 환생한 거미」라는 민담이 있다. 거미줄에 걸린 새를 풀어준 사람에게 거미가 자식으로 태어나서 계속 젖을 빨아 죽이려고 하였으나, 한 노승의 지시로 아들을 버려 환난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민담은 거미의 신비하고 음험한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민요

거미에 관한 민요는 매우 많이 전승된다. 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지에서 채록된 「거미타령」·「거미노래」가 그것이다. “거무야 거무야 왕거무야/ 줄에 동동 왕거무야/ 늬야줄아 엇다치고/ 아정개 자정개/ 돔부꽃 동전에/ 항오단 꾀꼬리/ 청금산 달머리/ 니발데죽을 넘는다(전라남도 해남).” 이러한 구전자료에서 보듯이 거미는 대체로 거미줄을 뽑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동물로 또한 음험하고 무서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풀잎 마음> 시인 여관구

뜨거운 햇살아래

목이 타들어가든 풀잎들은

이슬 한 방울도 나누어 마시고

토닥이는 빗소리에 귀를 열고 듣더니

나풀나풀 춤을 추며 생기웃음 웃는다.

거미가 손짓하니 풀잎마음 접어주고

잠자리 날개 짓하니 굽은 등을 내어준다.

바람의 노랫소리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물 한 모금의 고마움에 온 천하를 다 얻은 듯

풀잎들의 파란 마음이

우리 맘에 희망을 주고

풀잎들의 파란 웃음이

우리 맘에 용기를 준다.

욕심을 숨겨놓고 살아온 세월들

풀잎마음 받아 안고 내 맘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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