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남천강에 나타난 인디언의 추장 '후투티'
경산 남천강에 나타난 인디언의 추장 '후투티'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2.1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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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는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져 있어서 인디언 추장 처럼 보이는 새다. 이름은 '인디언의 추장 새', '곡괭이 새', '오딧새'라고도 한다
인디언의 추장 '후투티' 모습. 경산 남천강 둔치에서 찍은 사진.  여관구 기자.
인디언의 추장 '후투티' 모습. 경산 남천강 둔치에서 찍은 사진. 여관구 기자.

2022년 1월 중순경부터 경산시 남천강 둔치의 잔디밭에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새가 내려앉아 지렁이 등 먹이를 쉴새 없이 쪼아 먹는 모습을 보았다. 예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라 남천강 둔치를 거니는 시민들은 신기한 듯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도 사진을 찍으려 휴대폰을 찾아보았으나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아쉬워하며 낯선 새의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리어 한참을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며 새의 이름이 궁금했다 혹시 딱따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며 그 사람도 이름을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집에 와서 확인한 결과 ‘후투티’라는 새였다.

 경산 남천강 둔치에서 찍은 후투티가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 여관구 기자.

그 날 이후 계속 점심시간이 되면 남천강 둔치를 거닐며 후투티가 보고 싶어 마음속으로 ‘후투티’를 부르며 살펴보았으나 후투티는 보이지 않았다.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찾아오지 않는 후투티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러나 한 편 생각에는 여름 철새가 겨울에 경산에 나타났다는 것은 기후 온난화 현상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이 된다. 또한 1월 중순경에는 추위가 심하였기에 못 찾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래도 잊지 못하는 것은 인디언의 모습을 한 새의 암팡진 모습이 눈에 선하여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 이후 계속 관찰을 하였다.

경계도 하지않고 먹이만 쪼아먹는 후투티.  여관구 기자.

그러다 지난 2월8일은 따뜻한 날씨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내가 오전에 남천강 둔치를 걷는다 하기에 후투티를 보거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으나 오전에는 보지 못하였다하여 나는 점심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인디언의 추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남천강 둔치를 거닐었다. 한참을 걷는데 멀리서 보이는 것이 넓은 잔디밭 중앙에 새 2마리가 노니는 모습이 나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숨을 죽이고 가슴 두근거리며 10m정도 가까이 다가가보니 머리에 꽁지를 단 후투티 암수 한 쌍이 보였다. 나는 얼마나 반가운지 달려가 와락 끌어안고도 싶었다. 10m전방부터 후투티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 카메라를 장착을 하고 숨죽여 한 발짝씩 접근하며 사진을 찍어도 계속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눈치를 보며 요리 조리 돌아다니었다. 나는 1m 가까이 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암수가 같이 있는 것을 찍으려 하였으나 둘 사이가 너무나 멀리 있어서 함께 카메라에 담기는 어려웠다. 조금만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달아날까 싶어 나는 행동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경산 남천강 바위틈에서 서식하는 후투티 모습.  여관구 기자.

그러던 중 어떤 중년의 부부가 나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또한 젊은 청년이 강아지를 데리고 잔디밭으로 들어와 후투티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젊은이에게 지금 사진을 찍고 있으니 강아지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을 찍고 그 부부에게 이새가 무슨 새인지 아십니까 하니 후투티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쉽니까? 했더니 전에도 몇 번 보아서 사진도 찍고 찾아보았다 한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나가면서 새라는 의식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여 길가로 나와서 직장으로 돌아오는데 길옆에 또 한 마리의 후투티가 먹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새끼 후투티 모습.  여관구 기자.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가도 겁도 내지 않고 낯을 가리지 않고 앉아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끼 후투티 였다. 나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며 머리의 깃 틀을 세운 인디언의 모습이 보고 싶어 자그마한 소리로 불안을 조성해보아도 잠깐 인디언 추장처럼 머리를 새웠다가 바로 내려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더 큰소리로 하면 날아갈 것 같아 더 이상 나의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이렇게 인디언의 추장을 만났다는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의 날이고 인디언 추장이 경산에 찾아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따스한 봄날이라 경산의 남천강 둔치에는 인디언 추장인 후투티와 강변을 거니는 시민들과 한 가족이 될 것이다.

남천강 길 옆에서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후투티,  여관구 기자.

‘후투티’는 파랑새목 후투티과에 속하는 새로서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에 서식한다. 학명은 Upupa epops이다. 후투티는 옛부터 독특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아왔으며 우리 민족의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야생조류이다. 옛 민화에는 농부들이 이른 봄에 ‘뿅~ 뿅~, 뾰 뾰’ 후투티 봄노래 들으면서 소 몰고 쟁기 지고 밭갈이 나가는 농촌의 봄 풍경을 잘 묘사하기도 하였다. 머리 위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뾰족한 깃털을 꽂은 우관을 쓴 모습이 인디언 추장 같이 보인다하여 ‘인디언 추장새’, 먹이를 찾기 위하여 가늘고 안으로 굽은 긴 부리로 땅을 파는 모습이 농부들의 곡괭이를 닮았다하여 ‘곡괭이새’, 여름철새로 뽕나무밭 주변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오딧새’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주둥이가 곡괭이 모양으로 날카롭게 생긴 모양.  여관구 기자.

몸길이 약 28cm, 날개길이 약 15cm이다. 깃털은 검정색과 흰색의 넓은 줄무늬가 있는 날개와 꽁지 그리고 검정색의 긴 댕기 끝을 제외하고는 분홍색을 띤 갈색이다. 머리꼭대기의 깃털은 크고 길어서 우관(羽冠)을 이루고 자유롭게 눕혔다 세웠다 하는데 땅 위에 내려 앉아 주위를 경계할 때나 놀랐을 때는 곧게 선다. 우관을 이루는 깃털의 끝은 검고 뒷부분 깃털에는 끝에 흰색 띠가 있다. 윗등은 분홍빛이 도는 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허리 윗부분은 젖빛과 검은색의 띠를 이룬다. 허리 아래쪽 배는 흰색이다. 부리는 길고 밑으로 살짝 굽어 있다. 날 때는 천천히 파도 모양으로 난다. 한국에서는 중부이남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새이다.

후투티가 긴장하여 우관을 펴는 모습.  여관구 기자.

언덕이나 야산의 나무숲에서 번식하며 때로는 재비처럼 인가의 지붕이나 처마 밑에서도 간혹 번식을 한다. 단독 또는 암수 함께 살고 주로 땅 위에서 생활한다. 4∼6월에 5∼8개의 알을 낳아 암컷 혼자 16∼19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부화한 지 20∼27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곤충류의 유충을 비롯하여 딱정벌레·나비·벌·파리·거미·지렁이 따위를 잡아먹으며, 성장 기간에는 주로 땅강아지와 지렁이를 먹는다.

여름철새인 후투티는 최근에는 제주도, 남해, 기장군의 바닷가에서 겨울철에도 종종 관찰된다. 이마도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이 상승된 한반도를 후투티 새들이 고향, 남쪽 땅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름철새인 후투티들이 한반도에서 겨울철을 지내는 모습은 우리 인류들에게 단순한 기상변화의 현상을 보여주는 이상의 미래 변화와 재앙의 예지적 경고가 아닐까 싶다.

후투티의 옆 모습.  여관구 기자.

▶후투티에 얽힌 전설

그리스신화에 후투티와 제비, 밤꾀꼬리에 얽힌 신화가 있는데 상당히 막장이다.

트라키아의 왕 테레우스는 아테네의 공주 프로크네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크네가 남편에게 여동생을 못 본지 너무 오래 되어 보고 싶으니 이곳으로 데려와 며칠 묵었다 가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래서 테레우스가 아테네로 간 것까진 좋았는데 어여쁘게 잘 자란 처제 필로멜라를 보고 욕정을 품어버린 것이다.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장인의 허락을 얻어 필로멜라를 데려간 테레우스는 트라키아 땅에 닿자마자 그녀를 겁탈한 후, 이 일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혀까지 잘라 감금하고는 뻔뻔스럽게도 프로크네에게 아테네에 가 보니 처제가 병으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필로멜라는 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으므로 형부의 소행을 흰 바탕의 천에 붉은 실로 글씨를 짜 넣은 천을 몸종을 통해 언니에게 전달했고 프로크네는 그 소식을 받고서야 제 남편이 천하의 나뿐 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생을 구해올 기회를 노리던 프로크네는 트라키아의 명절인 디오니소스 축제날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는 디오니소스 광신도로 위장해 필로멜라가 갇혀 있는 곳을 찾아내고 그녀를 구출해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필로멜라의 처참한 모습을 본 프로크네가 이를 갈며 테레우스에 대한 복수를 궁리하고 있을 때 들어온 것은 어린 아들 이티스였다. 아이가 뭘 알겠냐만 그저 제 아비와 너무 똑같이 생긴 것이 죄라 프로크네는 잔인한 마음을 먹었고 칼을 들고 골방으로 아들을 끌고 갔다.

그날 저녁 프로크네는 축제날이니 나도 우리 고향 풍속으로 대접하겠다고 말하며 테레우스를 홀로 불렀고 고기 요리를 내주었다. 요리를 맛있게 먹던 테레우스가 아들 이티스도 불러와 함께 식사하자고 했을 때, 프로크네의 대답은 "당신이 찾는 아이는 당신 뱃속에 있소". 뒤이어 이티스의 목을 든 필로멜라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테레우스가 격노하여 둘을 죽이려고 칼을 들었을 때 신들이 개입하여 처제에게 욕정을 품고 겁탈한 테레우스는 후투티로 만들고 복수를 위해 서라고는 하나 죄 없는 아이를 살해한 프로크네와 필로멜라는 각각 제비와 밤 꾀꼬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후투티의 등 뒤의 모습.  여관구 기자.

시 << 봄을 보는 마음 >> 시인 여관구

종달새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고

봄바람은 살랑이며 꼬리를 흔드는 데

나목들은 새싹을 진통으로 밀어내며

봄을 부른다.

까치도 짝을 만났는지 달콤한

보금자리의 꿈을 꾸며

사랑 가지를 물고 눈 맞춤한다.

햇살이 쪼아대는 길섶에는

민들레 노란웃음 웃으며

벌들을 유혹해 보지만

아름다운 벚꽃들의 유혹의 손짓에

벌들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예쁜 꽃들의 봄꽃축제에

봄의 한 구석에서 서성이는 할미꽃은

손자들의 재롱이라도 보는 양 흐뭇한 마음이다.

우관을 활짝 펼친 후투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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