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 나물, 해독 기능을 가진 약초
고들빼기 나물, 해독 기능을 가진 약초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2.04.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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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는 사포닌과 각종 영양소 풍부 해독기능을 가진 약초, 위 보호와 각종 염증 치료에 도움
고들빼기 들판에 자생하는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고들빼기는 최근에 생긴 산지 절벽이나 도로 절개지 돌 틈에서도 살지만, 도시의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잘 자란다. 주로 농촌의 들녘이나 길가 또는 휴경지, 밭 언저리 등에서 자라며 뿌리에서 난 잎(根生葉)은 타원형이며, 가장자리는 빗살 모양이고 잎자루가 없다. 줄기에서 난 잎(莖生葉)은 줄기를 감싸는 이저(耳底)다. 꽃은 5~7월에 황색으로 피며, 설상화(舌狀花)는 여러 줄로 배열하면서 수가 아주 많으며, 꽃이 핀 다음 두화(頭花)가 아래로 향하지 않는다. 열매는 여윈 열매(瘦果)이며, 백색 관모(冠毛)가 있어 풍산포(風散布)한다.

고들빼기는 우리나라 나물 문화의 중심에 있다. 꽃말은 모정이다. 만주지역으로부터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민족이 살고 있는 유라시안대륙 동부 영역이 주된 분포지다. 일본열도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고들빼기로 나물이나 김치나 지를 담궈 먹는데, 쓴 맛을 덜기 위해 한참 물에 담가 두기도 한다. 고들빼기는 물에 담가두어도 식물체가 여전히 고들고들하다.

고들빼기 종류는 식물체 속의 이눌린(inulin) 성분 때문에 무척 쓰다. 맛이 써서 이름부터 ‘고채’라 불리는 고들빼기의 이눌린 성분은 천연 인슐린이라 불릴 만큼 체내 혈당에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들빼기는 사포닌과 각종 양양소가 풍부하여 위를 보호하고 각종 염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해독기능을 가지고 있는 약초로 불린다.

냇가 언덕에 자생하는 고들빼기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고들빼기의 이름의 유래는 19세기 초에 맛이 쓴 풀로 번역되는 한자 ‘고채(苦菜)’라는 한자를 우리말로 풀어 ‘고돌비’라고 기록된 것이 처음 기록이다. 이후 20세기 초에 기재된 ‘고들쌕이’란 표기에서 ‘고들빼기’란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주 쓴(苦) 뿌리(葖) 나물(菜)’이라는 의미다. 뿌리째 김치를 담그게 되는 고들빼기김치는 ‘고채(苦菜)’라고도 하며 가지가 많고 줄기는 붉은 자줏빛을 띤다.

‘무슨무슨 빼기’ 또는 ‘무슨무슨 뱅이’는 앞에 붙은 말의 성질을 나타내는 사물이나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다. 결국 ‘고돌채(苦葖菜)’에서 ‘고돌빼기’, ‘고들이’, 마침내 ‘고들빼기’로 바뀌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 글자보다 먼저이기에 한자가 도입되기 전에도 만백성이 즐겨 먹었던 산야초 고들빼기의 본명은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5세기 말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는 뱀에 물린 상처에 ‘싀화’의 줄기와 잎을 짓이겨 붙이라는 설명이 있다. 여기에서 ‘싀화’는 ‘고거(苦苣)’라는 한자 명칭에 대한 한글 번역이다. 16세기 초 '훈몽자회'에서는 ‘고거(苦苣)’를 ‘샤라부루 (蕒)’, 즉 오늘날의 시화 ‘매(蕒)’를 가리키고 있다. 17세기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 한자를 차자(借字)한 향명으로 ‘수이화(愁伊禾)’로도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이 ‘시화’를 ‘제스네리과’의 여러해살이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제스네리과(gesneriaceae)에 속하는 식물종은 우리나라에는 야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재배하기에도 기후적으로 부적합한 아열대, 열대 식물종이다. 때문에 ‘시(싀)화’는 제스네리과의 종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은 응급으로 이용 가능한 약초를 목록화한 기록서다. 때문에 ‘시(싀)화’는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익히 잘 알고 있는 생활 속의 들풀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아마도 보통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던 씀바귀 종류이거나 고들빼기 종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여간 ‘시(싀)화’는 사라져버린 우리 식물이름이다. 고들빼기, 냉이, 민들레 따위처럼 쓴 맛이 나는 들풀의 방언이라고 하는 ‘쓴내이(쓴나물)’ 또는 ‘씬내이’가 ‘시(싀)화’에 잇닿아 있는 오래된 우리 이름이 아닐까.

들판에 자생하는 '씀바귀'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옛날부터 조상들이 즐겨먹던 고들빼기는 씀바귀의 생김새와 맛이 비슷하다. 고들빼기도 쓴맛이 있지만 씀바귀의 쓴맛이 한층 더 강하다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씀바귀의 꽃술은 검고 고들빼기의 꽃술은 꽃잎과 같은 노란색이다. 잎 모양에서도 고들빼기와 씀바귀 모습은 약간씩 다른데, 고들빼기는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으며 잎 끝이 뾰족하지만 씀바귀는 줄기에서 그냥 뻗어 나왔으며 잎 끝이 둥글다. 씀바귀의 뿌리는 가는 뿌리들이 나란히 함께 뻗어 나는데 고들빼기는 원뿌리가 통통하게 곧게 자란다.

씀바귀와 고들빼기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고들빼기는 허준(許浚)[1539~1615]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며 혈액순환을 돕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삼에 함유된 성분과 같은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서 맛과 영양이 인삼을 닮았다고 해서 고들빼기김치를 ‘인삼김치’라고도 한다.

씀바귀나 고들빼기에서 나는 쓴맛은 이담 작용을 하며 간에 정체된 노폐물을 제거하여 간의 염증을 다스려 준다. 따라서 간염이나 간경화 환자에게 좋고 더운 여름철 더위를 먹거나 음식을 잘못 먹어서 위가 상했을 때 먹으면 위를 다스려주고 입맛을 돋아준다.

고들빼기에 얽힌 설화로는 전라도에 사는 고씨 형제와 백씨, 이씨가 제석산에 수석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몰래 캐어오려다 산신령에게 벌을 받아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되었다. 길을 잃고 며칠 동안 이름 모를 풀을 뜯어 먹으며 겨우 지내다 구조될 수 있었다. 구조되어 산에서 내려올 때 그동안 목숨을 연명할 수 있게 했던 쌉싸름하면서도 맛이 좋았던 풀을 캐왔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후 이 풀을 먹게 되면서, 이 풀의 이름을 몰라 고씨 두 명과 백씨, 이씨가 발견했다 하여 ‘고둘백이’라고 불렀던 것이 와전돼 ‘고들빼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보도블럭 사이에 자생하는 '고들빼기' 모습.  사진 여관구 기자.

 모정 / 여관구

 

그 옛날에는 새를 잡아먹기도 하였고

새를 잡아 팔기도 했다.

그들을 총으로 잡기도 하였고

그물로 잡기도 했다.

잡힌 새가 어미일 경우

새끼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잡힌 새가 새끼일 경우

어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요즘은 새를 잡지 않아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내 주위에 오는 새들에게 새끼의 지저귀는

소리를 내어보면 새들은 바로 반응을 한다.

어디서 내 새끼들이 나를 찾는가하고

두리번거리며 부모의 정이 발동이 된다.

저렇게 즉각 반응을 하는걸 보면

부모의 마음은 짐승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 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