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실태와 개선방안] (2)입소자와 가족
[요양원 실태와 개선방안] (2)입소자와 가족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0.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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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담 20%로 부모 돌봄서비스 받는 제도
국가와 요양보호사에 감사하는 마음 가져야

우리 민족은 한 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다. '아버지의 말씀은 법 위에 있다' 해도 사회가 받아들이던 시절이었다. 

‘전(前) 세대의 사회상 30%가 파괴되어야 후(後) 세대가 한 단계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들은 적이 있다. 지난 세대의 가부장제도가 가져다주던 엄격한 위엄과 강력한 버팀목이 지금은 귀찮은 존재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운하고 억울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으니 수용해야 한다.

2008년 7월 1일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서 노인복지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제도의 수정, 보완해야할 부분은 노인 인구증가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기저질환 등으로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 자부담 20%와 국가에서 80%를 부담하는 요양원으로 입소 제도가 마련됐다. 그럼에도 한사코 요양원에 가기를 싫어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가족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요양원에 들어가면 죽어야 나갈 수 있다’, '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다'라는 심적 불안감을 갖는 노인과 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생활을 꾸려가기 힘든 가족 사이에서 요양보호사가 허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사람들인지 모른다.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으려나...동트는 모습에 기대를 해본다김종광 기자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으려나...동트는 모습에 기대를 해본다김종광 기자

입소자와 가족은 자부담 금액만 내고나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요양보호사의 일상을 알고 나면 머리가 숙여질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돈벌이로 변질된 요양시설에 노년의 안식을 기대하는 희망은 간데없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당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일부의 가족이 자신들 부모를 맡아 돌봄서비스를 하는 요양보호사를 ‘을’의 위치로 내려다보는 것은 아주 잘못된 자세로 고쳐야 한다.

요양보호사 일정을 살펴보고 진행사항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함에도 사소한 문제로 삿대질과 고함을 지르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결과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물론 요양보호사도 업무를 잘못 진행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부모를 가까이서 24시간 보살피고 요양 서비스하는 것을 가족이 가끔 면회와서 판단하는 단편적인 것보다 어떤 과정으로 발생했는지 먼저 파악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순서인데 큰 소리부터 지른다.

요양보호사 봉급에서도 건강보험료의 10.25%인 장기요양보험료를 공제해 노인 돌봄서비스 국가재원으로 사용하고, 가족들 역시 납부한 보험료가 국가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부담 20%면 소액이고 기초생활보호자는 전액 무료로 입소한다. 이러한 상호간의 연관성을 잘 살펴 이해와 협조로 양질의 돌봄 서비스가 내 부모께 만족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함에도 안하무인 태도는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행여나 ‘갑’으로 생각했다면 교만한 착각에 빠진 것이다. 입소자 역시 기저질환은 있으나 정상 대화가 가능하다면 요양보호사에게 욕설과 얼굴에 침 뱉기, 물건 던지는 행위 등 함부로 대하는 행위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세상에는 나쁜 요양보호사, 나쁜 가족, 나쁜 입소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갖고 진실한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요양보호사는 12시간 근무, 24시간 교대근무 하는 곳이 많아 간호사가 퇴근하면 간단한 의료행위도 위법인 줄 알지만 해야만 하는 구조다. 밤 깊은 시간에는 노인들 호흡을 수시로 체크하는 긴장의 연속으로 수면 중 사망 발생에 대처해야 하니 휴식은 없는 거나 다름없고 1인당 돌보는 인원이 많아 수시로 호출하면 즉시 살펴야 하고, 대소변은 각자 생리시간이 달라 수차례 갈아줘야 하니 새우잠이라도 사치가 아닌가 싶다.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노동환경이 현실에 맞게 개선된다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양질의 서비스는 효율성이 높아져 노인들이 비참하게 늙어가지 않고 존엄한 삶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요양보호사 34% 정도가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다는 통계는 고강도 노동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을 가족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힘들고 험한 일을 한다고 무시하면 되돌려 받는 게 세상 이치다. 우리 모두가 멀지 않은 시간에 노인이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의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분들이다.

국가는 정책으로 복지를 외치지만 피부로 느끼는 요양서비스는 차갑기만 하다. 요양보호사의 중요성을 입소자나 가족들도 잘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을 것 같고 물론 국가나 사회도 모르기는 일반이다. 동물적 위계질서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절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내 부모를 맡겨 놓고 알아서 하겠지 하는 분위기가 많고 무엇을 서비스 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아예 면회 한 번 오지 않는 가족들도 수두룩하다는 4년차 요양보호사가 한 마디 한다. ‘손에 대소변 묻혀가며 엉덩이에 덕지덕지 묻은 대변 처리하고 기저귀 수차례 교체하고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고 청소하는 이런 모습은 모르고 오로지 자부담 20% 내고 가끔 면회만 다녀가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노인들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방지를 위해 침대 높이를 낮게 설치하는데 노인들 몸을 만질 때나 옮길 때는 오랫동안 허리를 낮게 숙이고 힘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진이 많다. 쉬는 날에는 병원 가는 게 일상이 될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온종일 서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퇴근 무렵에는 발이 부어 신발을 접어 서 신는 날이 비일비재하지만 가정에 돌아가면 가족들의 밝은 미소가 그나마 쌓인 피로에 위안을 삼고 지낸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는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입소자와 가족은 이제라도 생각을 바로 갖고 이 분들께 감사해야 한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각종 문제가 조속한 시간 내 반드시 이루어져야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고 이 분들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중요한 요양보호사가 형편없는 대우와 함께 희생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누가 무슨 케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복지 후진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지름길은 오직 이 분들 손에 달렸다. 이 땅의 천사들인 요양보호사가 아니면 양질의 서비스와 복지 선진국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만 쌓이는 불편한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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