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과 자연의 호흡으로 탄생한 포토그램의 진수
자유인과 자연의 호흡으로 탄생한 포토그램의 진수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1.12.2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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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소재 발굴은 작가의 내면이 암시하는 듯
사진의 오묘함을 나만의 세계로 표현하는 독특한 기법

포커스 산책...

차 한 잔 하실까요?                                [사진가 최광호 그 인간과 예술]

척박하기 그지없는 한국 사진 풍토에서 지난 40여년 사진 앓이하며 한국 사진계에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독특한 사진작가 최광호.

포토그램 ‘사진을 품다’ 전시회가 11월19일에서 12월12일까지 갤러리 토마와 예술상회 토마에서 동시에 열린 특수한 작품세계를 다녀왔다.

최광호님, 사진가 김종수님, 토마 관장 유지숙님과 초겨울의 찬 공기를 따뜻하게 데운 분위기에서 순수예술의 진면목을 거침없는 터치로 보여준 다채로운 반란은 소박한 자유인 그 자체였다.  진정한 프로의 눈빛은 우주의 퍼즐을 맞추는 듯 날카롭다.

왼쪽부터 김종수 님, 최광호 님, 유지숙 님이 포토그램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김종광 기자
왼쪽부터 김종수 님, 최광호 님, 유지숙 님이 포토그램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김종광 기자

- 최광호 선생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바쁘신 일정에도 대구에서 특별히 포토그램 전시를 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특별한 이유보다 토마 대표님과 관장님의 소중한 인연과 끈끈한 정 으로 이어진 값진 초대전을 마련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좋은 작품의 산실다운 토마의 기운으로 기쁨도 배가 되는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생님은 강원도 평창에서 따뜻한 남쪽 밀양으로 이사했다)

- 보기 드문 독특한 기법인 포토그램을 소개 하신다면?

▶사진 필름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시작해온 오래된 기법으로 인화지에 사물을 놓고 빛으로 형상을 이루어가는 작업입니다.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저는 직접 만져보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촉감과 생각, 마음과 호흡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담아본 것입니다. (선물, 생명순환 등의 전시로 선보인 바 있다.)

- 사진 평론가들은 선생님의 작품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합니다만?

▶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 본적도 없고 일상 속에서 내가 나를 만족하기 위한 작업을 한 것인데, 만일 세계적 수준으로 생각했다면 아마 이런 초대전은 할 수 없었겠지요. 자만에 빠져 작품에 몰입하지 못하고 초심을 잃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개인전을 가장 많이 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 회나 되시는지?

▶ 하루 만에 전시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라서 많이는 했습니다만 숫자에 매이지 않는 성격이라...2008년경에 50회가 넘었던 기억 외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아 모르겠네요.(기자가 시간적으로 추정해 보니 대략 100회는 넘은 듯... )

- 작품 ‘잉태자 죽음’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입니까?

▶ 잉태에서 죽음까지가 한 인간의 생애로 생각되지만 잉태 자체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까 하는 구상을 하다 보니 제 자식을 잉태했을 때 담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지요. 죽음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될지...(독특한 작가임을 새삼 느낌)

식물을 소재로 빛의 아름다움이 매혹적인 포토그램 작품.  김종광 기자
식물을 소재로 빛의 아름다움이 매혹적인 포토그램 작품. 김종광 기자

- 가족사진을 주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요?

▶ 부모님이 이산가족으로 아쉬움이 많아 가족에 대한 애착을 많이 느끼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가족을 통해서 나를 표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어요. 가족 구성원이 죽음을 맞이하고 목도해야 하는 슬픔도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지요. 장인의 입관 모습을 찍다가 야단맞은 적도 있어요...허허 (웃는 모습이 순수하고 맑다)

- 김종수 선생님은 사진가로써 반세기에 걸친 헌신적 활동으로 우리나라 사진예술에 큰족적을 남기셨는데 향후 어떤 변화를 예상하시는지요?

▶ 사진 영상의 특성은 기록성인데 디지털 사진이 도입되면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사진의 본질을 깊이 인식하게 될 때 사진 창작의 세계는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을 품다’ 최광호 선생님 전시를 김종수 선생님의 예술적 감각으로 평가하신다면?

▶ 이번 전시는 포토그램을 통해 자연의 신비와 가족, 혈연, 공동체 의식까지도 맑은 영혼으로 풀어낸 최광호 님의 영상일기라고 생각합니다.

- 갤러리 토마 관장으로 선생님을 모시게 된 과정이 있다면?

▶ 2019년 5월 ‘목련꽃 아래서’ 제목의 4인 전시에서 선생님 작품의 깊이와 작가 정신을 알게 되어 꾸준히 소통하며 지내왔습니다. 토마와 함께 지속성과 역사성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번 초대전에 모시게 됐습니다. 아울러 포토그램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은 일관성 있는 선생님의 작가 정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초대전을 두 곳에 동시에 열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 최광호 선생님의 작품은 일반 사진가 활동을 넘어 한국 사진역사에 큰 변화를 주신 분으로 생각합니다. 심해와 같은 고요함 속에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주제 표현을 거침없이 토하는 작품세계를 대구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널리 보급하고 가꾸는 것도 갤러리 토마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냉이꽃과 작가의 손이 조화롭게 구성된 작품           김종광 기자
냉이꽃과 작가의 손이 조화롭게 구성된 포토그램. 김종광 기자

- 최광호 선생님은 이번 포토그램 작품에 나타난 낮과 밤, 빛의 향연, 흑백 등으로 표현하시면서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 밀양으로 이사 후 밤하늘을 즐기면서 촬영을 합니다. 순수한 우주의 기운을 듬뿍 담고 싶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을 아끼면서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늘 혼자서 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포토그램 작업은 나를 품어주는 고마움이 있고 과일이 주제라면 한 입 베어 물고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어느 작업이라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러한 산고의 아픔도 종국에는 작품 속에 녹여지니까 이 또한 희열을 맛보는 순간이지요. (만족하게 웃는 모습이 진정 자유인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 현재 별도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다면?

▶ 관심을 갖고 구상하는 것은 원시인의 생활과 시대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은데 어려운 작업에 대비한 다각도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각화와 그림, 원시인의 이야기 등을 함께 표현해 보고자 생각중 입니다. (심각한 표정이 작품의 산고를 보는 듯...)

- 신축 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입니다. 임인 년 새해의 각오가 있다면?

▶ 시니어매일과 인연을 맺어 너무나 감사하고 더구나 년 말에 이런 자리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새해에도 갤러리 토마에서 전시 계획이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의 채찍을 부탁드립니다. 시니어매일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

- 바쁘신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인 년 새해에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최광호 선생님 약력

1957년 강릉출생. 66세

인천 선인고등학교. 신구전문대학교 사진인쇄 전공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전공

미국 뉴욕대학에서 순수사진 전공

동신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역임

평창 다수리 최광호 사진학교 운영(폐교)

밀양 용소리 최광호 사진학교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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