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실태와 개선방안] (1) 격무 시달리는 요양보호사
[요양원의 실태와 개선방안] (1) 격무 시달리는 요양보호사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0.08.11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질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제도와 현실 거리 좁혀야 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 마련돼야

 

2010년 8월 요양보호사 첫 시험이 있었다. 올해 시험까지 포함하면 합격자는 줄잡아 10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배출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와 인식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취재를 위해 만나본 한 전직 요양보호사는 금년 초 개인사정으로 그만두었다며, 자괴감과 인심의 싸늘함에 서러움이 밀려오는지 눈물을 글썽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은 직업이 아니다. 말리고 싶다"며 "지난 일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일 찾는 중이라 착찹한 심정"이라고 했다. "현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35만 명 정도 된다는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해야지 머슴인지 직원인지 인격마저 짓밟힌 생활이 싫은 거지요. 그래도 살기 위해 참고 견디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2020년 5월 기준 15.7%로 8백여만 명이다. 이들 중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원을 찾는 인구도 점차 늘어날 추세인데 요양보호사 응시 지원자도 2019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요양보호사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 요양 및 재가 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직종으로 평균 나이 50대 중반의 여성들이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하고도 실제 근무하는 이들이 턱없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문제가 있겠으나 대표적인 것이 노동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근무환경이다. 이들은 2교대, 3교대 근무와 야간 근무,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하는 현실 등을 꼽는다. 국가자격증이라는 자부심으로 안정된 가정생활을 희망하던 주부들의 소박한 꿈은 요양원 입사 1개월 만에 무참히 깨어지기 일쑤이다. 노인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두는 법 규정도 많은 곳에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현재 전국 노인요양시설(공동생활 포함)은 5천529 개, 입소 인원은 19만820 명으로 1개 시설에 평균 34.5명이다. 이것을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라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13.8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숫자를 지키는 요양시설이 전국에 얼마나 있겠는가? 하고 요양보호사 근무자들은 반문한다.

전국의 요양원 대부분은 민간이 운영하므로 수익이 우선이다. 가능하면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근무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규정 위반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는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업체끼리 담합을 한 것일까? 현재 노인인구를 고려하면 우수한 인력이 요양보호사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급여 수준 개선과 근로여건이 대폭 수정되지 않으면 입소자 증가를 따라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양질의 서비스와 직결되는 것이다.

복지제도가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추세에 요양보호사의 사회적 활용도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로 부상할 것이고 전문직에 도전하는 지원자도 훨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많은 요양원에서 노인들께 차원 높은 요양서비스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 일정에서 휴식을 취하기란 고난도 훈련에 가까운 활동으로 입에 밥을 넣고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동료들께 피해를 주는 강박감도 작용하는 무리한 시간이다. 더구나 몸이 아파도 쉴 수 없고 뼈마디가 아파도 동전파스나 물파스로 대충 넘기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 모든 것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운영방식 때문으로 항변조차 하지 못하는 절규에 가깝다. 더구나 위문공연으로 자원 봉사팀이 오는 날이면 요양보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날이다. 노인들 모두를 휠체어에 태워 공연장소로 이동하고 마치면 제 자리에 모셔야 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팔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뼈가 자라면서 통증을 유발하니 의사들도 더 이상 일을 하지 말고 수술부터 하라고 강변할 정도로 혹사를 하는 현실이고 온 몸이 아파도 정해진 날이 아니면 쉴 수도 없다고 한다.

특히 방문요양보호사는 수급자의 가족을 위한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음에도 가족들 반찬이나 온 집안 대청소 등을 하지 않으면 ‘다른 분으로 교체 하겠다’ 는 말에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 하는 아픔이 쌓인다. 수급자나 가족이 요양보호사를 보내준 센터에 연락해서 ‘교체해 달라’고 하면 바로 해고가 되니 어떻게 대항할 수 있겠나? 애들 학원비, 보험료, 각종이자, 약값 등 고정비가 떠올라 말 한마디 못하지만 ‘너 나 때문에 돈 버는데 무슨 문제냐’ 는 소리 들으면 목까지 올라온 울분을 삭이지 못해 웃으면서 즉시 자리를 피한다. 성희롱 문제가 있어도 점잖게 웃으면서 거절하고 피하지만 반복되는 요구가 있어도 센터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막아주지를 못 한다. 돌봄 서비스가 아니라 막노동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주종을 이룬다. 또한 열악한 조건이나 환경 등으로 마찰이 생기면 퇴사할 각오를 해야 하고 그만두면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교환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여부를 떠나 갑질도 도가 지나치면 부메랑이 된다는 것쯤은 사회적 교훈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국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자체에서 알아서 하고 민간운영을 지자체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정답이 나온다. 입소자와 가장 많은 스킨십으로 즐거움을 전하는 일 역시 요양보호사가 해야 할 일이지만 폭언과 손찌검, 모독적 욕설 등 입소자도 문제가 많지만 말없이 잊어야 하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가 분명 없는데 말이다. 더구나 할아버지 치매환자의 경우는 힘으로도 당하기 어려운 점이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지만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도 한두 번으로 그치면 좋으련만 일몰이 다가올수록 치매환자는 심해진다는 것이 걱정된다.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다 처리할 것인가?‘ 요양시설의 본래 목적인 ‘요양이 아니라 효율을 생각할 수밖에?’ 적은 인원으로 전체를 처리하자면 그 방법 밖에 없지 않는가?

자식들이 집에서 요양보호사 만큼 부모를 잘 모신다면 당대의 효자로 손색이 없겠지만 얼마동안 모실 수 있을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근로 환경이 개선되어야 요양보호사들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고 서비스 역시 질적 향상으로 노인들의 존엄한 삶도 기쁨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당국은 이런저런 변명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직종임을 깨닫고 신속한 법 개정으로 새로운 요양서비스 시대가 정착되길 바란다.

‘모든 노인들의 고귀한 삶과 웰다잉은 요양보호사 서비스에 달려있다’ 제도의 허점을 요양보호사에 떠넘기지 말고 관리감독 강화하기, 처우개선, 근로조건, 근무환경 조속히 해결하고 반드시 확인하기에 최선을 다 하고 요양의 특성상 톱-다운 방식은 발전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