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프랑스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한국에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있다!
(7) 프랑스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한국에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있다!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0.04.22 10: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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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화는 세계미술사의 명작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는 어떻게 고려에 전파되었을까?
돌아온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고려 불화는 세계미술사의 명작

고려 불화는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와 더불어 고려 시대 4대 문화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불화란 불교회화를 말하며 불교와 관련된 모든 그림을 지칭하는 말로서, 불교의 내용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보 제218호 아미타여래삼존도. 극락세계를 주관하는 아미타부처와 그를 보좌하는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그린 불화이다. 고도의 회화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고려불화는 한국 미술사의 정수, 동양 회화사의 군계일학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리움 소장.
국보 제218호 아미타여래삼존도. 극락세계를 주관하는 아미타부처와 그를 보좌하는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그린 불화이다. 고도의 회화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고려 불화는 한국 미술사의 정수, 동양 회화사의 군계일학으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어렵게 구입하였다고 한다. 삼성리움 소장.

고려 시대 선조들이 세계미술사에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인 고려 불화는 현재 13세기 후반에서 14세기 사이에 제작된 말기의 작품만이 제한적으로 남아 있다. 독특하고 정교한 도상과 화려한 문양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것만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고려 불화는 고려 시대에 이 땅에서 제작되었지만 애석하게도 고려 말 왜구의 노략질, 임진왜란 중 약탈, 일제강점기 하에서 무단 반출, 선물 등으로 일본에 많이 넘어갔다. 불화는 돌돌 말면 한 손에 잡히는 가벼운 물건이어서 도둑맞기 좋았다.

그래서 지금은 남아있는 걸작 예술품이 국내보다 해외에 훨씬 더 많다. 세계적으로 160여 점이 전해지는데 그 중 약 130점이 일본에 있으며 국내에는 20점밖에 확인되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인들도 소장하고 싶어 하는 ‘명화(名畵)’이다. 워낙 희귀하다 보니 보존 등을 이유로 이제는 특별전이 아니면 원본들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현존하는 제작연도가 가장 오래된 고려 불화는 오백나한도(1235~1236년)이며, 이어서 아미타여래도(1286년), 미륵대성불변상도(1294년)가 있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고려 불화는 보물 제784호 지장도(삼성리움 소장), 보물 제1048호 지장시왕도(호림박물관 소장), 보물 제1287호 지장보살삼존도(개인 소장), 보물 제1883호 고려오백나한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제2015호 천수관음도(삼성리움 소장) 등이 있다.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친견하고 있는 기자. 오주석 기자
 기자가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를 친견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고려 불화의 하이라이트는 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는 중국에서 당송 시대 이후 형성된 33변화관음 중 하나인 수월관음의 모습을 그린 불화이며, 일반적으로 보타낙가산의 연못가 바위 위에 앉아 선재동자의 방문을 받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기본 구성으로 하고 있다. 중국 당말(唐末) 오대(五代) 둔황(敦煌)에서 제작된 수월관음도들이 현존하는 수월관음도 중 가장 이른 작품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제작된 관세음보살화 대부분이 수월관음도에 속한다.

‘수월관음’이라는 명칭은 관음보살이 물에 비친 달을 보며 금강보석 위에 앉아 있으면서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화엄경 80권본에 ‘수월중’이라는 표현에서 근거하여 맑은 물이 있으면 달은 언제나 나타난다는 평등한 법성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물에 비친 달의 실체는 없다는 평등한 공(空) 사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았다.

고려 시대 수월관음도의 도상적 특징은 관음이 앉아 있는 암좌의 풀방석, 선재동자의 좌법 등으로 지적되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도상의 출처는 화엄경의 한역본 가운데 하나인 ‘40화엄경’에서 근거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고려불화의 백미로 꼽히는 수월관음도는 국내외를 통틀어 46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는 리움미술관 소장 불화 등 5점이 있는데 이 중 보물로 지정된 수월관음도는 보물 제926호(삼성리움 소장), 보물 제1286호(용인대박물관), 보물 제1426호(아모레미술관), 보물 1903호 (호림박물관 소장) 등이다.

▲보물로 지정된 수월관음도(좌에서 부터 보물 926호, 보물 1426호, 보물 1903호). 문화재청 자료사진
보물로 지정된 수월관음도(왼쪽부터 보물 926호, 보물 1426호, 보물 1903호). 문화재청 자료사진

이렇게 귀중한 고려 불화는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Sotherby)사가 1991년에 뉴욕에서 처음으로 한국 미술품 단독경매를 시행했는데 이 경매에서 ‘수월관음도’가 내정 가격의 10배인 176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3년 샌프란시스코 아트뮤지엄에 1310년에 제작된 수월관음도가 전시됐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이 서구인들이 자랑하는 모나리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극찬하기도 한 세계가 인정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수월관음도는 어떻게 고려에 전파되었을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화는 기원전 2세기경에 그려진 인도 아잔타석굴의 그림이다. 아잔타석굴은 돌로 이루어진 산을 파내어 만든 30여 개의 굴 속에 부처를 모시는 불당과 스님들이 지내는 방이 있는데, 특히 벽에 그려진 불화는 불교 미술에서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수월관음도 역시 인도의 아잔타석굴사원의 돌벽에 그려진 것이 최초였다.

▲인도 아잔타석굴과 석굴의 돌벽에 그려진 불화. 오주석 기자
인도 아잔타석굴과 석굴의 돌벽에 그려진 불화. 오주석 기자

또 중국의 둔황석굴(막고굴과 유림굴)에는 돌 위에 그려진 수월관음도가 석벽화(石壁畵) 형태로 남아있다. 중국 둔황의 막고굴과 더불어 벽화가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가 큰 곳은 바로 둔황의 유림굴이다. 유림굴에서 가장 주목되는 석굴은 바로 2굴인데 이 굴에 수월관음도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월관음도라면 고려 시대에 많이 그려졌던 불화가 아닌가. 고려 불화에서 볼 수 있었던 수월관음도가 저 멀리 유림굴에도 그려졌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2굴은 서하 시대인 1020년~1070년 경에 개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쪽 벽에는 열반도, 남쪽 벽에는 설법도가 있으며, 출입구인 서쪽 벽의 남측과 북측에는 각각 수월관음도가 그려져 있다.

▲중국 둔황의 막고굴과 유림굴의 남아있는 수월관음도(좌에서 부터 둔황 막고굴 17호 석굴을 답사하고 있는 기자, 둔황석굴의 수월관음도, 유림석굴의 수월관음도). 오주석 기자
중국 둔황의 막고굴 17호 석굴을 답사하고 있는 기자, 둔황석굴의 수월관음도, 유림석굴의 수월관음도(왼쪽부터). 오주석 기자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에 관음보살이 염주를 들고 있는 것은 당시 송대(宋代) 불화가 서하(西夏)와 고려에 파급되면서 서하 불화와의 유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돌아온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1979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 대화문화관에서 되사온 아미타삼존도(국보 제218호, 호암미술관 소장)는 현존하는 고려 불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고려 불화 중 유일한 국보인 '국보 제218호 아미타삼존도'는 협시보살로 세지보살 대신 관음보살을 배치한 점, 그리고 아미타불 앞에 관음보살을 배치한 점, 극락왕생한 사람을 빛을 비추어 강조한 점 등 독창적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작품이지만 어느 절에 어떤 경로로 봉납됐는지를 적은 발문이 없다.

그리고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가 또 있다.

2016년 10월 한국콜마홀딩스 윤동한 회장이 일본인 개인 소장가로부터 수월관음도 1점을 25억 원에 사들여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윤동한 회장은 “7년 전쯤,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들렀을 때 박물관 해설사가 수월관음도를 설명하면서 한국 국립박물관에도 없는 작품이라고 말해 자존심 상한 적이 있었다.”면서 “2016년 봄에 우연히 이 불화가 한국 나들이를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일본인 개인소장가에게서 거금을 주고 사들인 뒤 국립 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수월관음도. 중앙박물관 자료사진
윤동한 (주)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일본에서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14세기경 제작된 고려 ‘수월관음도’ 전체 모습. 보타락가산 바위에 앉은 관음보살이 화면의 대부분을 채우면서 화면 왼쪽 아래 작게 그려진 선재동자와 만나는 구도로 짜여 있다.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해외에 있는 고려 불화들이 하루빨리 국내로 돌아오도록 문화재청과 미술품 애호가들이 계속 노력해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고려 불화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일부 있다. 이 고려 불화들은 국보나 보물 타이틀만 없다뿐이지 모두 국보로서 전혀 손색없는 특급 문화재들이다.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좌에서 부터 일본 다이도쿠지 소장 수월관음도, 일본 센소지 소장 물방울 수월관음도, 일본 사가현 카르츠시 가미진자 소장 수월관음도. 위키백과 자료사진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왼쪽부터 일본 다이도쿠지 소장 수월관음도, 일본 센소지 소장 물방울 수월관음도, 일본 사가현 카르츠시 가미진자 소장 수월관음도. 위키백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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