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흙 속에서 발견한 금빛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8) 흙 속에서 발견한 금빛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0.04.29 16:5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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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4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의 '백제금동대향로'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대표 금속공예품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유물 100선’
「백제금동대향로」 키가 64㎝나 되는 향로는 머리를 들어 올린 용을 받침으로 삼아 피어나는 연꽃 위에 봉래산이 솟아 있고 그 꼭대기에는 봉황이 한 마리 앉아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키가 64cm나 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머리를 들어 올린 용을 받침으로 삼아 피어나는 연꽃 위에 봉래산이 솟아 있고 그 꼭대기에는 봉황이 한 마리 앉아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1천4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의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

무려 1천400년이나 땅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하리만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이 국가대표 유물은 아주 우연히 발견된다.

1993년 12월 12일, 능산리 절터 서쪽의 논바닥에 대한민국의 이목이 쏠렸다. 국립부여박물관 발굴팀에 의해 450여 점의 유물과 함께 논바닥 한 흙구덩이에서 특이한 향로 한 개가 발견된다. 백제금동대향로가 빛을 보게 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발굴을 ‘기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전문가는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공예, 아니 삼국 시대의 공예를 넘어서 우리나라 공예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 “진흙 속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진흙 속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녹슬지 않고 제 모양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라고 감동을 토해냈다.

백제금동대향로 발견 당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백제금동대향로 발견 당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이후 검증과 보존처리를 한 뒤 국보 제287호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는 당시 백제의 국교인 불교와 관련된 의식 때 불전에 향을 피우는 데 쓰는 향로였다. 청동을 주원료로 만들어 도금한 6세기의 작품으로 뚜껑, 몸체, 받침으로 구성되며 높이 64cm, 지름 20cm이고 무게가 11.85kg으로 향로 중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굴은 백제 공예사, 나아가서는 삼국 시대 공예사, 혹은 우리나라 공예사와 문화사까지도 다시 쓰게 만드는 일이었다.

현재 백제금동대향로의 진품은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똑같은 복제품이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최고의 국가대표 금속공예품

이 향로는 전체를 보면 앞발을 치켜든 용 한 마리가 막 피어날 듯한 연꽃 봉오리를 물고 있는 듯한 형상인데, 연꽃 봉오리의 중앙이 아래 위로 분리되어 향로의 몸체와 뚜껑을 이룬다.

대형 향로를 세분하여 위부터 아래로 살펴봤다. 크게 뚜껑 위에 부착된 봉황, 그리고 뚜껑과 몸체 및 받침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뚜껑 맨 위에는 날개를 펼친 봉황이 입에 여의주를 물고 서 있으며,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위 봉황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위 봉황.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그 아래로는 5개 산봉과 그 사이마다 신선이 서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봉황과 관련된 고대 설화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 조각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 조각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뚜껑과 몸체에는 23개의 산이 4, 5겹으로 첩첩산중을 이루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피리와 소비파, 현금, 북들을 연주하는 5인의 악사와 각종 무인상, 기마 수렵상 등 16인의 인물상과 봉황, 용을 비롯한 상상의 날짐승, 호랑이, 사슴 등 39마리의 현실 세계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다. 이 밖에 6개의 나무와 12개의 바위, 산 중턱에 있는 산길, 산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폭포, 호수 등이 변화무쌍하게 표현되어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아랫부분에 조각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아랫부분에 조각된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몸체 아래의 받침대는 용을 형상화했다. 이 용의 모습이 한국 고대에 표현되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어디선가 비슷한 역동성과 신비한 분위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바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받침대는 용이 조각되어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사진 제공
백제금동대향로의 받침대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중요한 사실은 금동대향로 속에 보이는 백제의 교류사로 코끼리, 원숭이, 비파 등은 외국의 문물들이다. 금동대향로를 제작한 백제인의 진취성을 알 수 있다. 창의성과 조형성이 뛰어나고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종교와 사상적 복합성까지 보여 백제 시대의 공예와 미술 문화, 종교와 사상, 제조기술까지도 파악하게 해 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유물 100선’

향로의 외관만큼 그 속에 담긴 내면세계도 벅찬 감흥을 부른다. 봉황은 음, 용은 양을 대표하는 신수로서 음양관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신선 5명, 산봉우리 5개에서 겹치는 5라는 숫자는 오행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백제의 5부 5방제에서 볼 수 있듯이 백제와 5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봉래산(중국식으로는 박산) 향로는 중국에서는 이미 한나라 때부터 만들어져 왔으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정교하고 섬세하며 상징적인 향로가 만들어진 예는 없다. 7세기 초의 것으로 여겨지는 이 향로는 마치 신선이 사는 세상을 묘사한 듯이 매우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 백제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유물 100선’에 당당하게 선정되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친견하고 있는 기자. 오주석 기자
백제금동대향로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친견하고 있는 기자.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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