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동팔경'에 올라 관동별곡을 노래하자
(6) '관동팔경'에 올라 관동별곡을 노래하자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0.04.02 11:4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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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은 예부터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뛰어난 명승지 8곳
동해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역사와 문학의 혼을 찾아 역사문화투어

진쥬관(眞珠館) 듁셔루(竹西樓) 오십쳔(五十川) 모든 믈이

태백산(太白山) 그림재를 동해로 다마 가니,

찰하리 한강(漢江)의 목멱(木覓)의 다히고져.

왕뎡(王程)이 유한(有限)하고, 풍경(風景)이 못 슬믜니,

유회(幽懷)도 하도 할샤, 객수(客愁)도 둘 듸 업다.

션사(仙사)를 띄워 내여 두우(斗牛)로 향(向)하살까.

션인(仙人)을 차자려 단혈(丹穴)의 머므살까.

(이하 생략.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중에서 죽서루편 발췌)

관동팔경을 노래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사진, 우는 오주석 기자
관동팔경을 노래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사진, 우는 오주석 기자

관동(關東)은 대관령의 동쪽에 있다고 하여 관동이라는 명칭이 붙여졌으며, 관동팔경은 옛부터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뛰어난 명승지 8개소를 말한다.

현존하는 기록 가운데 관동팔경을 명확하게 지목한 인물은 허목(1595~1682)이다. 허목은 '죽서루기(竹西樓記)에서 동해안의 절경 여덟 곳으로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와 해산정, 간성의 영랑호,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평해의 월송정을 들었다.

이후 숙종이 관동팔경을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 간성의 만경대,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 평해의 월송정이라고 명명함으로써 1군(郡) 1경(景)이라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또 이중환(1690~1756)은 '택리지'에서 관동팔경에 간성의 만경대를 청간정으로 바꾸고, 남쪽에 있는 평해 월송정을 빼는 대신 가장 북쪽에 있는 흡곡 시중대를 넣었다.

그러나 현재는 ①통천 총석정, ②고성 삼일포, ③간성 청간정, ④양양 의상대, ⑤강릉 경포대, ⑥삼척 죽서루, ⑦울진 망양정, ⑧평해 월송정 등을 관동팔경으로 꼽고 있다.

관동팔경 지도상 위치. 오주석 기자 편집
관동팔경 지도상 위치. 오주석 기자 편집

이들 중 종래 강원도에 속했던 망양정과 월송정은 1963년에 행정구역이 조정되면서 경상북도에 편입되었으며 삼일포와 총석정은 북한의 금강산 지역에 있다.

본래 강원도의 동해안 지방에는 명승지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특히 이들 팔경에는 정자나 누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풍류를 즐기고 빼어난 경치를 노래로 읊었으며, 또 오랜 세월을 내려오면서 많은 전설이 얽히게 되었다.

고려 말의 문인 안축은 경기체가인 '관동별곡'에서 총석정·삼일포·낙산사 등의 경치를 읊었고, 조선 선조 때의 문인이자 시인인 송강 정철은 가사인 '관동별곡'에서 금강산 일대의 산수미와 더불어 관동팔경의 경치를 노래하였다.

반면 조선 중기 최고의 화가였던 겸재 정선(1676~1759)은 금강산과 관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감동을 관념 산수가 아닌 실경 산수라는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냈다. 여덟 폭 화첩 내지 여덟 폭 병풍으로 그려낸 정선의 '관동팔경'은 담담하면서도 진취적인 수묵 정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빼어난 작품이 남아 있다.

 

▶ 관동팔경을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1. 통천 총석정

북한에 속하는 강원도 통천군 통천읍 동해안에는 바닷가의 풍화 작용과 해식 작용을 거친 수백 개의 돌기둥이 무리 지어 있다. ‘총석정’이라는 명칭은 돌기둥 위에 세워진 정자의 이름에서 유래하지만 현재는 이 일대의 기암절경도 함께 일컫는다.

관동팔경을 그린 겸재 정선의 통천 총석정(좌)과 고성 삼일포(우). 겸재미술관 자료사진
관동팔경을 그린 겸재 정선의 통천 총석정(왼쪽)과 고성 삼일포. 겸재미술관 자료

2. 고성 삼일포

북한 지역인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큰 호수이다. 신라 때 4명의 화랑이 하루만 놀다 가려 했지만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취하여 사흘을 놀다 갔다 하여 삼일포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와우도, 사선정, 무선대, 단서암 등 4개의 섬이 있다.

3. 간성 청간정(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동해안의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이다. 조선시대에 간성군수 최청(崔淸)이 중수한 기록이 남아 있어 그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자를 둘러싼 소나무 숲, 절벽에서 바라보는 동해와 주변의 풍경, 일출과 월출의 장엄함이 특히 빼어나다.

관동팔경 간성 청간정(좌)과 양양 낙산사 의상대(우). 오주석 기자
관동팔경 간성 청간정(왼쪽)과 양양 낙산사 의상대. 오주석 기자

4. 양양 낙산사(대한민국 명승 제27호)

강원도 양양군 오봉산 기슭에 지어진 절이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 온다. 강화도 보문사, 남해군 보리암과 함께 3대 관음성지의 한 곳으로 일컬어진다. 경내에 의상대, 홍련암, 칠층석탑 등이 있다.

5. 강릉 경포대(보물 제2046호)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북쪽 언덕에 있는 누정이다. 앞면 5칸, 옆면 5칸 규모이다.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이며, 48개의 기둥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숙종이 지은 '어제시'를 비롯하여 율곡 이이(1536~1584)의 '경포대부' 등 명사들의 글이 걸려 있다. 강릉 경포대는 2012년 경포호와 함께 명승으로 변경되었다가 2019년에는 보물로 승격되었다.

관동팔경 강릉 경포대(좌)와 삼척 죽서루. 오주석 기자
관동팔경 강릉 경포대(왼쪽)와 삼척 죽서루. 오주석 기자

6. 삼척 죽서루(보물 제213호)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의 오십천 인근에 있는 누정이다. 고려시대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절벽 위에 있는 자연 암반을 반석으로 삼아 서로 다른 길이의 13개 기둥을 세워 지어졌다. 관동팔경의 정자들 가운데 가장 크며, 바다 근처에 있는 다른 정자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오십천 강변에 있다.

7. 울진 망양정

경상북도 울진군 동해안의 망양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있는 누정으로 정자는 무성한 송림에 둘러싸여 있으며, 언덕 아래로는 동해안의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로부터 해돋이와 달구경 명소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옛 망양정이 설치 된 곳에서 15km 떨어진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였다.

관동팔경 울진 망양정(좌)과 평해 월솔정. 오주석 기자
관동팔경 울진 망양정(왼쪽)과 평해 월송정. 오주석 기자

8. 평해 월송정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에 있는 누정으로 고려시대에 창건되었으며, 1980년에 고려시대 양식을 본떠 다시 세웠다. 월송정이라는 이름은 신라 때 4명의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는 이야기와 월(越)나라에서 소나무(松)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겸재 정선의 작품인 관동팔경 죽서루(좌)와 망양정(우). 겸재미술관 자료사진
겸재 정선의 작품인 관동팔경 죽서루(왼쪽)와 망양정(우). 겸재미술관 자료사진

예로부터 강원도 동해안의 여덟 명승지를 일컫는 관동팔경으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 관동팔경은 넘실대는 동해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역사와 문학의 혼을 찾아보며 역사문화 투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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