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리처드 레스탁 '늙지 않는 뇌'
[장서 산책] 리처드 레스탁 '늙지 않는 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4.30 2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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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기억력의 비밀

저자 리처드 레스탁(Richard Restak)은 미국의 신경과학자,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이다. 위싱턴 D.C.에서 신경학 및 신경정신과 개인 의료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조지 워싱턴 병원 의과대학에서 신경학 임상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지금까지 인간 두뇌에 관해 다양한 측면을 주제로 20여 권의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많은 연구와 과학적 연구 사례, 오랜 시간 환자를 봐 온 경험을 바탕으로 노화로 인해 감퇴된 기억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목차는 ‘1장 시간은 거꾸로 돌릴 수 있다 - 기억력의 진실, 2장 진실이 걱정을 뛰어넘는 순간 – 기억력의 강화, 3장 쓰면 쓸수록 현명해진다 – 기억력의 활성화, 4장 우리는 때때로 잊어버리며 산다 – 기억력의 손상, 5장 기억하려는 의지가 당신을 만든다 – 기억력의 역할, 6장 인생을 허비하지 않는 삶 – 기억력의 향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6장의 내용(319~338쪽)을 소개한다.

1. 기억력 강화 약물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약물은 있다.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는 각성제인 암페타민과 일부 다른 약들은 기억력을 단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고 이미 복용이 가능하다. 이런 약들은 도파민 수용체를 조절하여 도파민 활동을 증진시킨다. 예를 들어 실제로 기억력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자료를 학습하고 암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화학적인 약들은 새로운 자료를 암기할 경우에 느껴지는 기분이나 환경과 암기한 자료를 생각해 낼 경우에 느껴지는 기분이나 환경이 비슷한 상태일 때 더욱더 잘 기억되는 현상인 상태 의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기억력 검사를 시행하기 바로 직전에 복용해야 한다. 또한 기억력 검사를 완전히 다 끝마치고 나면 적어도 한 시간 이내에 암기했던 정보들을 모두 다 잊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도파민 활동을 증진시키는 이러한 약들은 일시적으로 기억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추가적으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급작스럽게 발생할 때 심장 박동 수와 혈압수치를 증가시킨다. 정상인에게도 분노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여 극심한 불안 증세나 공항 발작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억력을 강화하도록 자극하는 약들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단언하기에 불확실하므로 복용과 관련하여 항상 조건이 따른다.

2. 수면

수면은 측두엽의 시냅스 기능을 발달시키면서 기억력과 관련된 뇌신경 세포들 사이의 연결고리인 시냅스 연결을 강하게 만들어 기억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숙면을 취하는 동안에는 이런 시냅스들이 신경 경로를 따라 해마에서부터 대뇌 피질에 이르기까지 기억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근거가 된다.

어떤 이유로든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을 설치면서 수면의 질이나 양이 떨어졌을 때, 오후 중반쯤에 낮잠을 잔다면 기억력을 확실히 강화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생물학적 주기에 따라 낮잠을 잠깐 취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대는 오후 1시에서 오후 4시 사이인데, 모든 사람이 성공적으로 낮잠을 푹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은 낮잠 시간을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낮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고 어둡고 조용한 휴게실이나 사무실에서 소파나 침상 위에 누워 있기를 바란다. 며칠간 이런 행동을 반복한 후에는 당신이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따로 자리를 마련한 곳에 누워 있을 때마다 당신의 뇌가 점차 근본적으로 밤에 수면을 취할 때와 유사하게 수면 모드로 전환할 것이다.

3. 기억력 강화 식단

일반적으로 치매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억력이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억력이 감퇴될 수 있으나, 반드시 치매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저자는 기능적으로 뛰어난 기억력을 최상으로 갖춘 사람은 근본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이나 어떤 다른 유형의 치매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에 유익한 식단을 섭취한다면 심신의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고, 기능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하는 데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세 가지 식품은 다음과 같다.

(1) 베리류: 베리류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매우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플라보노이드는 약간 다르게 함유하고 있다.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레드베리를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섭취할 수 있으며, 세 종류의 베리를 모두 섞어서 골고루 섭취할 경우에는 하나만 제한적으로 섭취했을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점이 따를 수 있다.

(2) 발효식품: 조직 배양한 미생물을 식품에 첨가하면, 식품에 함유된 설탕은 장내에 유익한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하는 젖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런 발효식품에는 미소 된장과 콤부차, 케피르(전통 발효유), 요구르트,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 발효식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3) 녹색 잎채소: 녹색 잎채소는 신경 전달 물질의 기능을 돕는 비타민 B9인 엽산을 함유하고 있다. 녹색 잎채소에는 아루굴라(루꼴라), 미나리, 시금치, 근대(스위스 차드), 민들레 잎, 상추 등이 포함된다.

지중해식 식단과 마인드 식단은 모두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단으로 제안되었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식단으로는 입증되지 않았다. 다크 초콜릿을 구성하는 성분인 코코아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된 식단이 전적으로 건강에 유익한 식단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성분(코코아 플라보노이드)을 함유하고 있는 특정 식품은 분명히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4. 커피와 차

2021년 11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 365, 682명 가운데 하루에 커피와 차를 두세 잔 정도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가 발생할 위험률이 28퍼센트 정도 감소했다.

국제 학술지인 <노화 신경과학의 프론티어>에 발표된 호주식 식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와 관련해서는 치매가 발생할 위험률을 측정하지 않았지만, 커피는 앞에서 언급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치매가 발생할 위험률을 감소시켰다. 126개월에 걸쳐 하루에 커피를 두세 잔 정도 섭취한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수준을 과도하게 약화시킬 만큼 인체에 해로운 체내 노폐물인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가 내측 측두엽에 포함된 해마와 대뇌 피질 부위에 덜 축적되고, 인지력 감퇴 현상이 더디게 일어났다.

5. 알코올

최근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100만 건 이상의 치매 사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보다 치매가 발생할 위험률이 훨씬 더 높았다.

2021년 영국 바이오뱅크가 연구 참가자 25,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은 건강에 안전하다고 공식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섭취량이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기억력 장애와 치매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간에는 알코올이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첫째는 임신 계획을 구상하는 시기부터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임신 기간, 둘째 청소년기(15세부터 19세까지), 셋째는 노년기(65세 이상)이다.

알코올을 섭취하는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저자는 저자가 진료하는 모든 환자에게 늦어도 70세부터 알코올을 아예 섭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65세 이상인 노인들은 뇌 속 신경세포의 수가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감소한다. 따라서 뇌 속 신경세포의 수를 되도록 많이 유지하려면 늦어도 70세부터는 알코올을 아예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6. 신체활동

신체적 활동을 적당한 수준이나 높은 수준으로 실행한 80세 이상의 노인들은 신체적 활동을 실행하지 않은 50세에서 69세의 장노년층 성인들보다 치매가 발생할 위험성이 훨씬 더 낮았다.

또한 운전할 수 있을 때는 절대로 걷지 않으며 신체활동을 하지 않고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주로 자주 일어서거나, 계단으로 오르내리거나, 매일 1.5킬로미터 정도를 걷는 등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장시간 앉아서 생활했을 때와 다르게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영국 의학 저널에 실린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실험에 따르면, 집안일을 틈틈이 실행하는 노인들은 모든 다른 신체적 활동과 관계없이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 감각력, 운동 기능 등이 향상됐다. 이런 실험은 아주 잠깐이라도 제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실행하는 신체적 활동이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 감각력, 운동 기능 등을 향상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행하는 모든 신체적 활동은 뇌 신경계 세포(뉴런)의 접합부인 시냅스의 기능과 인지 회복력을 촉진한다.

이 책을 통해 뇌에 대한 지식과 흥미로운 사례, 따라하기 쉬운 기억력 강화법, 기억력을 강화하는 수면법부터 식단까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노화에 대해 걱정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기억력 강화법으로 스스로 두뇌를 강화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이 치매 없는 주체적인 노년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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