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베스 베넷 '노화의 역행'
[장서 산책] 베스 베넷 '노화의 역행'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5.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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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거스르는 최신 노화과학 활용법

저자 베스 베넷(Beth Bennett)은 진화유전학 및 노화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유전학자이다. 듀크대학교에서 동물생물학으로 학사학위를, 콜로라도 볼더대학교에서 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콜로라도 볼더대학교 행동유전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참여하며 같은 대학에서 30년째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생물학·유전학·후생유전학 및 건강과 장수에 초점을 맞춘 50여 편의 논문을 여러 과학학술지에 발표하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신체의 노화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이와 관련된 변화가 생기는 원인과 새로운 과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내용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목차는 ‘1장 노화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늙는가, 2장 우리가 늙는 이유를 진화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3장 우리 몸의 노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4장 노화의 징후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피부, 5장 장수와 웰빙에 기여하는 근육, 6장 끊임없이 부러지고 재건되는 뼈, 7장 혈액의 급배수 시스템 심혈관계, 8장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뇌와 인지능력, 9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1: 행동과 생활습관 바꾸기, 10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2: 적절한 약과 보조제 섭취’로 구성되어 있다. 9장의 내용(322~344쪽)을 소개한다.

1. 칼로리 제한

칼로리 제한은 영양실조를 일으키거나 필수 영양소를 줄이지 않으면서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줄인다는 말은 상대적인 말이라서 개인의 섭취 또는 비슷한 체형을 가진 평균적인 사람의 섭취에 비례하여 그 의미가 정해질 수 있다. 칼로리 제한은 다양한 동물실험 분야에서 건강수명과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한 연구 중 가장 강력한 비약물성 조정 방법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오슬로 주민들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4년 동안 노르웨이 정부가 식량을 배급했기 때문에 영양실조 없이 20%의 칼로리 제한을 경험했는데, 이 기간 동안 남녀 모두의 사망률이 전쟁 이전보다 30%나 낮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실험들은 칼로리 제한의 혜택을 뒷받침한다. 흥미로운 것은 칼로리 제한을 받은 대상자들이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부족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칼로리를 적게 먹어도 걷기, 앉기, 잠자기 등의 일상적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를 쓸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6개월간 25%의 칼로리 제한을 실시했더니 10년 내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 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의 총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혈압, 연령 같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소들을 측정했다. 그 결과 칼로리 제한으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보여주는 산화 스트레스 수치는 낮아졌고 근육의 미토콘드리아 수는 35% 증가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전체 지방과 내장 지방, 골다공증, 두뇌 건강, 관절염, 근감소증, 당뇨병, 장 건강, 암 발병, 그리고 염증을 포함한 여러 가지 건강 표지들도 개선되었다.

2. 다양한 식이 제한 해보기

(1)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 계획은 하루 걸러 한 번씩 먹는 격일 단식과 일정한 간격을 두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5:2 식단’은 일주일에 닷새 동안은 음식을 먹고 이틀은 단식이나 칼로리를 제한하는 식이다.

그런데 하루나 이틀을 굶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칼로리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함께 사용하여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이롭다 해도 노화로 인해 근육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는 정상 체중의 노인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시간제한 섭식(TRF) 또는 단식 모방 식단(FMDs)이 있다. TRF로 정상적인 칼로리를 섭취하는 방법은 6~12시간 동안 섭취하고 남은 시간을 굶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보이는 이 시간대 단식을 예를 들어보면, 오후 5~6시 사이에 이른 저녁을 먹고, 그다음 날 아침 식사는 건너뛰고 오후 12시에서 1시 사이에 첫 끼니를 먹는 것이다. 단식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연히 더 힘들겠지만, 많은 사람이 건강 또는 정신적 이유로 이 방법을 정기적으로 실천한다. 동물실험연구에서 밝힌 단식의 확실한 효과는 장기간 단식과 시간제한 섭식 모두 암세포의 화학요법 해독작용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정상 세포들이 그 독성 효과를 견디고 치료 후 더 빠르게 재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2) 다량영양소 제한

다량영양소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물 등 신체가 비교적 많은 양을 요구하는 영양소를 말한다.

제한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알려진 다량영양소는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은 탄수화물이 빠르게 분해되어 생긴 혈액내의 당분을 붙잡기 위해 일반적으로 체세포, 특히 근육과 간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탄수화물, 특히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단당이 많이 포함된 식사를 하게 되면 우리 몸은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게 된다. 그리고 세포가 필요로 하지 않아 제거되지 않은 혈액 속 당분은 지방세포의 저장소로 빠르게 보내진다.

모든 신체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든 인슐린의 영향을 받으며, 특히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받는다. 인슐린 저항성은 양치기 소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인슐린이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분비되면 우리 세포는 인슐린의 신호를 듣지 않는다. 그러면 혈당이 높아진다.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해로운 결과는 2형 당뇨병이지만, 높은 혈당은 단백질 당화 반응, 염증, 신경 손상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거기에 더해서 인슐린은 혈액에서 당분을 빼내어 지방으로 저장하라고 지방세포에게 명령한다. 비만의 증가가 고탄수화물 식단에 2형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사용을 동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3. 식이 제한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기아 호르몬

포유류에게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물질은 기아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FGF21이다. 이 물질은 음식 섭취가 적을 때 간에서 생성된다. 그 후 FGF21은 혈액 속으로 분비되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세포들에게 지방산을 모아서 연료로 태우라고 명령한다.

FGF21을 더 많이 생성하는 쥐는 성장 호르몬과 인슐린 유사성장인자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작다. 만약 우리가 굶고 있으면, 한정된 에너지 비축량을 성장하는 데 쓰지 않을 것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4. 건강수명과 삶의 질을 높이는 운동하기

건강수명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딱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적당한 운동일 것이다. 모든 연령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신체의 모든 시스템에 빠른 효과를 가져다준다. 심혈관계 기능 향상이 어쩌면 이 많은 효과들의 기저를 이룰지도 모르겠다.

빠른 걸음,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같은 저항성 운동 모두 미토콘드리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최근 연구들은 저항성 운동이 조금 더 낫다고 한다.

5. 열기와 냉기에 노출되기

호르메시스는 극도의 추위나 더위 같은 작은 스트레스가 우리 세포의 방어 메커니즘을 깨운다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이 보호적 메커니즘이 작동 상태를 유지하여 건강을 더 좋아지게 한다.

일반 사우나 효과는 핀란드 중년 남성 그룹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로 진행되었다. 그중 절반 가량이 규칙적으로 사우나를 즐겼는데 일주일에 한 번 사우나를 하는 남성들과 더 자주 사우나를 하는 남성들을 비교했다. 사우나광들은 모든 사망률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심장질환 위험이 훨씬 낮았다. 주 4~7회 사우나를 하는 그룹은 주 1회 사우나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이 66%나 낮았고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은 65% 낮았다. 과학자들은 혈압, 염증, 뇌졸중과 호흡기 질환에서도 비슷한 감소치를 발견했다.

얼음 목욕탕에 앉아 있는 것처럼 냉기에 노출되는 것이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에는 염증 물질과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그리고 혈액 화학치 변화 등이 있다. 이 효과들은 감염과 염증에 반응하는 면역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6. 간헐적 생활방식 실천하기

우리 조상들은 추위, 더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적은 양의 음식 섭취(기근 등), 그리고 내부 장기들의 복구 시스템을 촉발시키는 적은 양의 ‘독성’ 음식(상한 음식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했다. 적은 양의 나쁜 자극이 그것을 이기려는 건강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호르메시스의 개념이다.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수렵·채집 인간들은 계절에 따라 결정되는 매우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한다. 우리 대부분이 파충류, 쓴 나물, 벌레 등 조상들이 억지로 먹어야 했던 것과 똑같은 음식은 먹지 않겠지만, 그렇게 다양한 음식이 호르메시스와 영양분의 원료도 제공하지 않았을까.

유럽에서 진행된 여러 소규모 연구들은 앞서 언급한 냉기, 열기 단식 등의 일부 스트레스가 체중, 인슐린, 포도당과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다양한 지방질의 혈액 수치 같은 대사 표지 수치들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방식이 인간의 고대 생활 방식을 닮았기 때문에 간헐적 생활방식이라고 부른다.

매달 며칠 동안 여러 요소를 섞어서 시도하면 우리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생활방식에서 생기는 여러 위험들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세포에 힘을 더해주는 일종의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만성 스트레스 낮추기

현대의 생활방식은 장기 스트레스가 넘쳐나고 많은 사람들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오랫동안, 또는 매일매일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켜놓고 산다.

스트레스 반응의 주요 요소는 스트레스가 진행되도록 배출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에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있다. 코르티솔의 효과로는 예상되는 응급상황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근육 조직을 붕괴하고, 위산 형성을 증가시켜 위궤양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최악의 경우, 높은 코르티솔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뇌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학습하고 그 상황에서 해야 할 방법을 기억해 저장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만성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으로는 마음챙김 훈련과 요가, 인지행동 요법을 비롯하여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많은 방법이 있다.

8. 8시간 수면 시간 지키기

심혈관계 건강에서 잠의 즉각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자연실험을 보면, 서머타임제로 인해 봄에 시간이 바뀌면서 수면 시간이 딱 1시간 줄어드는 날, 24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심장마비가 20%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잠을 잘 자는 것은 뇌부터 피부까지 모든 신체 시스템이 최적의 건강 상태가 되도록 도움을 준다.

누구나 건강한 노년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노화라는 여정을 떠나는 독자들을 위한 우리 몸에 대한 꼼꼼한 안내서이다. 저자 베넷은 친절한 해설과 적절한 비유를 통해 우리가 나이 들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증상은 왜 일어나는지, 수명 연장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노화과정을 늦추고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필요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비결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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