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 담양 소쇄원(瀟灑園)
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 담양 소쇄원(瀟灑園)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2.02.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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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가사문학과
풍류의 공간 담양 소쇄원
소쇄원 제월당에서 방문객이 해설을 듣고 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제월당에서 방문객이 해설을 듣고 있다. 박미정 기자

 

대나무가 섬긴 이는 필시 저 달 이었으리

스승이 기우는 쪽 외길 따라 뻗은 뿌리

장부는 귀를 닫은 채 서걱서걱 울고 있다

그리움 깊은 만큼 먹물마져 짙은 나날 

벙어리 뻐꾸기는 안부 물어 날아가고 

행여나 펼쳐 보실까 푸른 밤을 서성인다

잡음 많은 세상소식 천리밖에 다스리면

부끄러운 가슴에도 귀한 음성 들려올까

오곡문 적시는 답신, 그림자도 환하다

(소쇄원 제월당에서, 성국희)

소쇄원 광풍각. 박미정 기자
소쇄원 광풍각. 박미정 기자
소쇄윈 정각의 풍경이 평화롭다. 박미정 기자
소쇄윈 정각의 풍경이 평화롭다. 박미정 기자

 

남도에 가면 아름다운 정원 소쇄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인의예지(仁義禮知)가 숨쉬는 소쇄원(사적 제304호)은 한국 전통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쇄원은 1530년(중종 25년) 조광조의 제자인 소쇄옹 양산보(1503~1557)가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세운 4060㎡규모의 민간정원으로 명승 제40호이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 등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 정원이다. 광풍각에는 1755년(영조 31년) 당시 소쇄원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남아 있다. 양산보는 기묘사와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숨지자 이에 충격을 받고 고향으로 낙향해 은거 생활을 위해 소쇄원을 지었다.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을 지닌 '소쇄'는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에서 유래되었다. 

소쇄원 입구 대숲길이 멋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입구 대숲길이 멋있다. 박미정 기자

 

현재 소쇄원은 약 1,400여 평의 규모에 대봉대(待鳳㙜), 제월당(霽月堂), 광풍각(光風閣)의 3개 누정만 남아 있지만, 기록에 의하면 1만여 평의 부지에 12채의 정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소쇄원 제월당에서 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제월당에서 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제월당 앞뜰에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제월당 앞뜰에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은 입구에서부터 여정에 지친 방문객의 심신을 달래준다. 수백 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울창한 대숲이 터널을 이루어 사시사철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S자로 굽은 대숲 터널을 걷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듯 하다. 

소쇄원 대숲길이 아름답다. 박미정 기자
소쇄원 대숲길이 아름답다. 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