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야기] 사원과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②
[지구촌 이야기] 사원과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②
  • 강지윤 기자
  • 승인 2021.06.16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둠에 잠겨있던 호수가 새벽 안개속에 깨어나고, 호수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 물고기를 잡고, 순례자를 위해
꽃을 팔고, 설거지를 하고, 물위에 농사도 짓고,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은을 두드려장신구나 접시도 만들고...
수초가 자라난 물길을 골목길 헤치듯 돌아다니다 보면, 인레 호수에서의 시간은 짧게만 느껴지고 여정에 지친
몸과 마음도 회복된다.

 

 

인레호수는 대대로 소수민족 생활의 터전이다.  강지윤 기자.
인레호수는 대대로 소수민족 생활의 터전이다. 강지윤 기자.

 

유럽과 미국에서는 코로나 예방 백신에 속도가 붙으며 휴가철을 맞아 조심스레 여행이 재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표적인 휴양지 ‘베네치아’에 크루즈선이 입항했다는 뉴스도 들린다. 2020년 2월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승객과 승무원 700여 명이 집단 감염돼 바다 위의 미아로 문제가 되었던걸 기억한다. 일년 만에 ‘코로나 배양접시’로 악명 높았던 크루즈선이 움직인다는 건 여행업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다.

EU집행위원회는 7월1일부터 디지털 백신여권을 발급해 EU내에서는 검사나 격리없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예정이다. 여름휴가를 위해 백신접종을 서두르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행이 우리들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때가 가까웠다는 얘기겠다. 지난번에 이어 미얀마의 도시들로 눈을 돌려보자.

 

양곤(Yangon)

양곤 대학생이라 소개하는 여대생들. 재학생의 80%가 여대생이라며 활짝 웃는다.  강지윤 기자
양곤 대학생이라 소개하는 여대생들. 재학생의 80%가 여대생이라며 활짝 웃는다. 강지윤 기자

 

양곤은 우리에게 ‘랭군’으로 기억되는 미얀마 최대의 도시이다. 북부의 높은 산맥 빙하지역에서 발원한 이라와디강이 2,000km를 흘러 안다만해로 흘러들어가는 삼각주에 위치한 양곤은 예부터 상업과 무역 중심지이자 수도였다. 현재 행정수도는 ‘네피도’로 옮겨 갔지만, 양곤은 미얀마 제1의 도시다. 현대적 건물들과 함께 언덕에 높이 솟은 금빛 찬란한 ‘쉐다곤 파고다’는 양곤의 상징이다. 1만여,평 면적에 황금 파고다를 중심으로 탑과 불상 사원들이 둘러 서 있다. 관공서가 밀집된 시내 중심가의 ‘술레 파고다’와 뒷골목, 인근의 ‘보족 아웅산 시장’등을 둘러보면 도시의 속살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버마 공식방문 중에 일어난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기억되는, 아웅산(버마 독립영웅) 국립묘지도 ‘쉐다곤 파고다’ 북문에서 가깝다. 당시 북한의 폭탄테러로 사망한 정부 요인 17명의 명단을 새긴 조촐한 추모비 앞에 서면 엄정한 역사의 순간을 새기게 된다.

양곤을 떠나기전, 위빠사나 명상 붐을 주도한 ‘마하시 명상센터’도 관심있는 분들은 둘러볼 만하다. 사무실에 들러 등록을 하면 외국인도 3개월간 머물며 수행할 수 있다. 점심시간 탁발공양을 구경하던 우리 일행(4명)도 붉은 가방 하나씩을 받았다. 벌레나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연고와 수건 등 소소하지만 유용한 필수품이었다. 행렬이 끝나고 여승이 다가오더니 점심을 먹었냐고 묻는다. 한국말로. 지금도 한국인 수행자가 많다면서. 식전이라는 얘기에 따라 오라더니 그 나라에서는 귀한 아기 머리통만한 사과와 갖가지 과일을 듬뿍 담아 주셨다. 미얀마의 인심이었다.

 

만달레이(Mandalay)

이라와디 강가에서는 목욕 하고 빨래 하는 여인들.  강지윤 기자
이라와디 강가에서 목욕하고 빨래 하는 여인들. 강지윤 기자

 

양곤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만달레이는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으나 1885년 영국군에게 함락되었다. 수많은 불교 사원과 수도원, 옛 영국 관청들이 있다. 여행객들이 양곤에서 만달레이로 갈 때는, 10시간 이상 걸리는 기차나 버스보다 비행기를 많이 이용한다. 좀 더 비용을 들이고도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불교의 심장이라 불리는 만달레이에는 왕궁을 비롯해 불교 경전을 대리석 석판에 새겨 보관한 ‘구도도 파야’, 3.6m나 되는 거대한 황금 불상으로 유명한 ‘마하무니 파고다’ 등 유서 깊은 사원과 수도원이 많다. 수많은 스님의 탁발 의식으로 유명한 ‘마하간다용 수도원’과 200년 전에 만들어졌으나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목재다리 ‘우 뻬인’, 밍군대탑 등도 인근에 있다. 석양 무렵 강변에 늘어선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하는 ‘미얀마 맥주’한 잔의 맛도 일품이지만, 서서히 물들어 가는 이라와디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도 고요하게 어둠이 깃든다.

 

바간(Bagan)

햇빛이 내려 꽂히는 정오무렵 바간 유적지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햇빛이 내려 꽂히는 정오 무렵 바간 유적지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양곤에서 북쪽으로 500km(버스로 10시간) 떨어진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와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3대 불교 성지중 하나다. 11세기경 미얀마족이 세력을 떨쳤던 바간왕조 시대, ‘아노라타’왕이 불교를 받아들이며 바간은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후 200여 년간 바간에는 수많은 파고다와 사원이 세워졌다. 몽골의 침략으로 왕조는 멸망했지만 수 세기의 지진과 자연재해에도 3000여 개의 탑과 사원은 온전히, 때론 허물어진 모습으로 남아 뛰어난 건축미와 다양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아난다 파야, 쉐지곤 파고다, 담마양지 파야....

바간으로는 수학여행도 많이 온다. 오래전 우리가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듯.  강지윤 기자.
바간으로는 수학여행도 많이 온다. 오래전 우리가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듯. 강지윤 기자.

 

붉은 벽돌을 쌓아만든 사원에 회반죽, 테라코타로 장식된 건물들, 불교 전설과 역사를 기록한 그림들이 다양함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간에는, 현재보다 과거의 시간이 머물러 있다.

대중교통이 없는 바간에서는 택시나 마차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 일몰과 일출 시간에 맞추어 열기구를 타고 아름다운 바간의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인레 호수((Inle Lake)

물 위에서는 보트가 당에서의 자전거다. 강지윤 기자.

 

 

미얀마 여행의 마지막은 인레 호수 지역에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양곤에서 동북으로 700km 떨어진, 샨주에 있는 해발 875m에 위치한 산정호수이다. 남북 22km, 동서 11k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로 연중 시원한 기후로 여행자들이 선호한다. 호수를 중심으로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고 호수 지역으로 들어오는 ‘낭쉐’ 인근에는 와이너리, 건너편에는 온천도 있다. 자동차로 두어 시간 거리의 ‘껄로’트레킹 코스에는 소수부족 마을도 있다. 숙소가 정해지면 다음 날 새벽 예약을 해 두었다가 인레호수 보트투어도 해 볼 만하다. 대대로 호수에 수상 가옥을 짓고 생활하는 소수민족의 생활 터전도 둘러보고 부근의 ‘쉐 인 떼인 유적지’도 둘러볼 수 있다. 어둠에 잠겨있던 호수가 새벽안개 속에 깨어나고, 호수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 물고기를 잡고, 순례자를 위해 꽃을 팔고, 설거지도 하고, 물 위에 농사도 짓고,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은을 두드려 장신구나 접시도 만들고.... 수초가 자라난 물길을 골목길 헤치듯 돌아 다니다 보면 인레 호수에서의 시간은 짧게만 느껴지고 여행에 지친 여행자의 몸과 마음도 회복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