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밴 타고 떠난 세 가족 좌충우돌 캐나다 로키 여행기 ①밴프국립공원
[여행노트] 밴 타고 떠난 세 가족 좌충우돌 캐나다 로키 여행기 ①밴프국립공원
  • 강지윤 기자
  • 승인 2021.07.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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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걷자 조그만 호수가 보이고 건너편엔 크고 화려한 뿔을 세운 엘크 가족 한떼가 물을 마시고 있다. 그들의 위용에 더럭 겁이 나지만 조용히 샛길로 접어든다.
눈 앞에 엄청난 소리와 속도로 협곡을 달려온 누런 강물이 흘러간다. 강물 위로 내 나이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녹슨 철교가 놓여있다. 자전거 하이킹중인 여행자 서너명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저녁 어스름 속을 지나간다.

 

모레인호수. 가파른 길을 치고올라가 바위를 딛고 내려가는 길이 쉽지않다. 아름다운 호수의 전경을 담기가 쉽지않아 아쉽다.  강지윤 기자
모레인호수. 가파른 길을 치고올라가 바위를 딛고 내려가는 길이 쉽지 않다. 아름다운 호수의 전경을 담지 못해 아쉽다. 강지윤 기자

 

2019년 7월 3일 오후 5시30분 드디어 캐나다 캘거리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까지 10시간.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국내항공으로 환승해서 이동한 시간까지 15시간만에 다시 땅을 밟은 셈이다. 공항에서 만나기로 출발전에 약속해 두었던 둘째딸 가족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늦을수도 있겠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혀 보지만 금새 마음은 불안해지고 통화도 되지 않는다.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새까맣게 그은 얼굴에 8개의 눈만 반짝이는 네 명이 드디어 나타났다. 딸, 사위, 두 명의 손주다. 한국에서 데려간 큰딸네의 맏이, 큰 손녀와 우리 부부 도합7명이다. 각자 인사와 포옹, 폭포처럼 쏟아지는 문답을 거쳐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는 텐트를 비롯한 캠핑 도구를 지붕 가득 싣고 트렁크에는 식료품과 취사도구, 옷이며 일상용품이 든 커다란 트렁크 3개가 이미 들어 있었다. 한달살이를 위해 한국에서 끌고간 트렁크 3개까지 실으니 차 뒤쪽이 내려앉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미국에 머무르던 딸네 식구는 방학을 맞아 3주전 LA를 거쳐 그랜드캐년에서 출발해 6,7천km를 캠핑을 해가며 이동했으니 그야말로 길 위의 사람이었다. 오늘 묵기로 예약해 둔 집에 가서 샤워라도하고 오다 보니 늦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외손녀와 미국 손주는 둘다 3학년. 절친이다. 함께 캠프도 가고 놀기 위해 따라나섰다. 집에 들어가기 전 마트에 들러 대식구의 식사를 위해 장을 봐야한다. 경력 수십년차 주부의 눈에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가늠이 된다. 식재료, 특히 육류가 엄청나게 싸다. 여기가 어딘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이 열린 동네이기도 하지만 주부의 눈엔 육질이 엄청 좋은 앨버타산 쇠고기의 산지가 아닌가? 이럴 땐 머릿속 계산기는 꺼두는 법이다.

캘거리는 앨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숙소로 가는 동안 본 캘거리의 모습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최근 인근에서 석유가 발견 되었다니 그야말로 대박을 만난 셈이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 에어비엔비(Airbed & Breakfast)로 얻어둔 집으로 갔다. 내심 궁금함을 참아가면서. 집은 주택가에 있는 신축 타운중의 한 집이었다. 아래층에는 부엌과 거실, 위층에 3개의 침실이 있는. 아마 집 소유자가 렌트를 해주고 투숙객이 떠나면 정리해서 연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거 같은데 모든 절차가 다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우리는 이틀을 묵고 떠날때까지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마트에서 산 식재료로 거창한 출정식을 했음은 물론이다.

7월은 로키관광의 핫시즌으로, 숙박비가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예약도 쉽지 않아 우리는 내일 편도 한시간이 걸리는 밴프국립공원을 캘거리에서 오가기로 했다. 단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걸로. 아니면 교통체증으로 발이 묶일수 있으니까.

◇밴프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캐나다 앨버타주 로키산맥에 위치한 밴프국립공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으로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약160km 떨어져 있다. 1885년 설립된 공원으로 당시 동쪽 태평양 연안도시 밴쿠버(Vancouver)에서 서쪽 토론토(Toronto)까지 대륙횡단철도회사(Canada Pacific Railroad)가 밴프를 지나가는 철도를 놓고, 그해 밴프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철도가 건설된 덕분에 엄청난 광물자원과 삼림자원을 실어 나르고,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밴프국립공원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깍아 지른듯한 로키의 연봉이 길게 뻗어있고, 빙하와 빙원은 밴프 곳곳에 청록색 호수들을 만들어 숨겨 두었다. 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느끼기 위해 로키산맥 깊숙히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린 셈이다.

-천문대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고 7월8일 밴프의 전망대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그야말로 7월의 크리스마스다.  강지윤 기자.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고 7월8일 밴프의 전망대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그야말로 7월의 크리스마스다. 강지윤 기자.

 

다음날 아침 일찍, 밴프국립공원을 향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설퍼산(Mt. Sulphur) 천문대에 올라가기로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던 산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설퍼산은 밴프를 캐나다 로키의 중심으로 만든 해발 고도 2281m의 산이다.

예약해 둔 곤돌라를 타자 멀리 보이는 산들, 빽빽하게 들어찬 침엽수림,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깍아지른 위용을 자랑하는 로키의 연봉들이 보인다. 나무 데크를 따라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바람소리가 거세지더니 순식간에 주위가 어두워지며 느닷없이 흰 눈이 펄펄 날린다. 삽시에 주먹만큼 굵은 눈발이 펑펑 쏟아진다. 준비해간 패딩을 급하게 걸치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들 신이 났다.

한여름 산꼭대기에서 만난 눈이라니. 꺄악 소리 지르는 애들은 눈을 뭉치고 던지고 야단법석이다. 자주 있는 일인지 어느새 발갛게 피어나는 난로가 데크 광장에 등장한다. 멀리 시내 조망까지는 힘들었지만 한여름의 눈싸움은 오래 기억되리라.

- 루이스호수(Lake Louise)

미리 준비해간 점심을 먹기위해 피크닉이 허용된 자리를 찾아갔다. 호수옆 널따란 초원은 원반 던지기에도 십상이다.  강지윤 기자.
미리 준비해간 점심을 먹기위해 피크닉이 허용된 자리를 찾아갔다. 호수옆 널따란 초원은 원반 던지기에도 십상이다. 강지윤 기자.

 

뉴에이지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라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루이스 호수. 음악에 귀기울이다 보면 어쩜 이렇게 호수의 이미지를 잘 그렸나 싶은 생각이 든다. 빙하에 의해 깊게 패인 땅에 빙하가 녹으면서 아름다운 호수가 되었다. 석회암이 녹아 호수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햇볕에 반사되어 물빛깔이 청록색을 띤다. 빽빽하게 침엽수가 들어선 산이 호수를 둘러싸고 호수 앞엔 빅토리아 산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나 여름의 루이스호수는 아침 일찍부터 주차통제에 인파로 정취를 느낄 여유가 없다. 캐나다에는 캐나다 인구만큼이나 많은 호수가 있다는 말처럼 곳곳에 아름다운 호수가 많다. 멀린호수, 모레인호수, 보우호수, 에메랄드호수..... 혼잡을 피해 나만의 호수를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넓은 숲속에 띄엄띄엄 들어선 롯지. 이곳에선 따로 바베큐장이 있어  식재료만 준비해 가면 야외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강지윤 기자.
넓은 숲속에 띄엄띄엄 들어선 롯지. 이곳에선 따로 바베큐장이 있어 식재료만 준비해 가면 야외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강지윤 기자.

 

운좋게 빌린 숲속의 롯지에서의 하룻밤은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저녁 식사 전 야외 노천 카페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포크 가수의 공연, 아이들을 위한 퀴즈 알아맞히기에 마시멜로 구워먹기.... 이른 저녁식사를 끝내고 벤치에 앉아 눈 아래 펼쳐진 강물을 보고 있노라니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자그마한 호수가 보이고 호수 반대편에 어마무지하게 크고 화려한 뿔을 세운 엘크 가족 한 떼가 물을 마시고 있다. 그들의 위용에 더럭 겁이 나지만 조용히 샛길로 접어든다. 눈앞에 엄청난 소리와 속도로 협곡을 달려온 누런 강물이 흘러간다. 강물 위로 내 나이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녹슨, 그러나 아주 튼튼해 보이는 철교가 놓여있다.

철교 위로 자전거 하이킹 중인 듯 보이는 여행자 서너 명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저녁 어스름 속을 지나간다. 어둠이 내린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데 숲 향기가 안개처럼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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